세월호 참사 착한아이들의 희생...고개숙인 어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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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착한아이들의 희생...고개숙인 어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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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 어른 말을 들은 착한아이들이 죽는 교육
결국 어른들 탓...정부에 분노 당연, 국가시스템 바뀌어야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 <헤드라인제주>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어른들이 이구동성으로 느끼는 감정이 미안과 분노다. 나 또한 예외가 아니다.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허물어져버린 국가의 재난구호시스템에 분노한다. 살아남은 분들을 향한 위로와 함께, 희생당한 자들을 위한 추모의 행렬이 제단마다 이어지고 있다.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촛불을 넘어 횃불이 켜지고 거리행진과 침묵시위가 이곳저곳에서 일고 있다. 제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세월호와 함께 대한민국호도 침몰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세월호 선장의 무책임한 처사처럼 대한민국호의 선장도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나 또한 이러한 비판적 관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이번 참사의 책임이 세월호와 대한민국호의 선장에게만 있지 않다는데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오로지 자본과 경쟁과 효율만을 중요한 가치로 여겨온 국가체제시스템과 그것을 만들고 용인해온 어른들 모두에게 그 책임이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선거의 유불리를 따지고 정부는 정권의 안위를 걱정하겠지만, 어느 정부와 여야를 떠나 모두가 공범이다. 차이가 있다면 시스템 내에서 좌우의 양적인 차이였지 질적이 차이를 보인 정권은 없었다.

국가체제시스템은 교육의 장에서 재생산된다. 가정교육도 학교교육도 모두 자본과 경쟁과 효율을 최우선 가치로 가르치고 있다. 창의와 비판적 안목을 키우기보다는 점수 따기에 유리한 문제풀이식 교육을 중시한다.

사랑과 나눔과 배려보다는 미움과 질시와 탐욕만을 배우는 경쟁교육을 당연히 여긴다.
개성의 신장과 자아의 실현을 돕기보다는 획일적 교육과정을 더 중시 여긴다. 지역과 빈부를 떠나 공정한 교육의 기회를 주기보다는 돈 많은 집안의 아이들이 학벌을 키우는데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교육현실을 체험으로 학습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아이들이 교육의 장에서 형성되는 인성은 개인들 간의 삶의 경쟁에서 이기는 경쟁심이다. 삶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여 형성하는 또 하나의 인성이 있다. 이른바 착한아이 컴플렉스이다.

나는 이번 참사를 보면서 울분을 참지 못하게 한 것이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의 말에 순종한 착한 아이들이 최대의 희생자가 되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어른들과 국가가 만들어온 규범과 제도에 순응하도록 하는 교육만을 받아왔다.

교육의 본질실현을 위한 근본적 개혁은 하지 않은 채 정권의 입맛에 따라 바뀌는 대입제도에 불평 한마디 못하고 따라야만 했고, 교육청과 학교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규칙에 따라 학교생활을 하도록 강요받았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인성교육은 어른들과 국가가 정한 가치와 규범에 순응하는 아이를 길러내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어른들이 보는 착한아이란 기성의 가치와 규범에 순응하는 아이인 셈이다.

생명의 화급을 다투는 절대절명의 순간에서 아이들은 비판적 사고를 발휘하지 못하였고 어른들의 말에 순응할 줄만 알았다. 그것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여겼다.

획일적 경쟁교육이 비판적 사고를 봉쇄했고 착한아이 컴플렉스가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아마도 침몰하는 배에서 겨우 탈출하여 구조되고 살아남은 아이들도 교육의 결과이기보다는 생명의 본능에 충실했기 때문일 것이다.

강봉수 제주대 교수. <헤드라인제주>

훨씬 그것이 나았고, 희생당한 아이들도 마땅히 그렇게 행동했어야 한다. 불행히도 길들여진 본성이 본능을 가로막아버렸다. 아이들을 잘못 가르친 어른들의 탓이다. 세월호 참사는 모든 어른들의 책임이다. 우리 모두는 자숙해야 하고, 정말 아이들에게 미안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분노해야 한다. 우리 자신에게 분노하고 국가경영을 책임져온 정치권에 분노해야 하며, 참사에 제대로 대처하고 못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이 정부에 크게 분노해야 한다. 분노를 안으로 삭이면 더 큰 아픔이 될 뿐이다.

밖으로 행동으로 표출해야 한다. 더 많은 촛불을 들고 거리행진에 나서야 한다. 나아가 그러한 분노가 근본적으로 교육을 바뀌고 국가시스템을 혁신하는 결기로 이어져야 한다.
밉든 곱든 세상을 바꾸는 것은 정치이다. 바로 닥친 지방선거에서부터 선거혁명을 일으켜야 한다. <강봉수 / 제주대 교수,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연구원장>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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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할~~~ 2014-05-05 00:16:32 | 125.***.***.182
강교수님 말씀이 정답...촛불을 듭시다. 그리고 정부를 향해 분노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