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지 못한 '삼류국가'...야만의 세월에서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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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지 못한 '삼류국가'...야만의 세월에서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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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세월호 침몰사고의 부끄러운 현실, 왜 이런 일이
'경제성장 중독증' 속 터져나오는 안전재난사고...교훈은?

윤용택 제주대 철학과 교수.<헤드라인제주>
최근 3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가 우리를 울리고 있다. 돌아가신 분들과 유가족 여러분께 삼가 조의를 표한다. 특히 어른들의 무지와 탐욕과 무책임 때문에 숨져간 어린 학생들에게 동시대의 어른으로서 엎드려 사죄한다.

우리는 지난 1970년에 해상조난 사상 최대 인명피해를 낳은 남영호 침몰사고를 겪은 바 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바다뿐만 아니라 육지와 하늘에서 대형 사고는 계속되었고, 그러다가 이번에 그에 버금가는 사고가 난 것이다. 경제와 스포츠 대국인 우리나라가 재난 부문에서는 부끄러울 정도로 후진국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사건을 두고 국내외에서 우리를 두고 삼류국가라는 자조(自嘲)와 힐난(詰難)이 나오고 있다. 국어사전에 일류, 이류, 삼류는 있어도 사류라는 단어는 없다. 삼류는 그야말로 어떠한 부류에서 그 수준이 가장 낮은 층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참에 우리는 왜 우리가 삼류국가, 삼류정부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지를 뼈저리게 통감해야 한다. 그래서 말이 안 되는 사고로 귀중한 인명을 잃는 야만의 세월에서 벗어나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남영호 침몰사고와 비슷하면서도 여러 가지 점에서 다르다. 남영호 사고가 일어난 때는 1인당 국민소득 255달러였지만 지금은 그보다 백배나 많은 2만 6천달러이다.

당시 남영호는 건조된 지 2년이었지만 세월호는 건조된 지 20년이 넘고 더 많은 여객과 화물을 실으려고 개조하였다. 남영호 사고는 한밤중에 일어나 국민들이 뒤늦게 사고 소식을 접했으나 세월호의 경우는 사고가 나는 장면을 온 국민이 텔레비전 중계로 보았다.

다리가 무너지고, 백화점이 붕괴되고, 지하철에 불나고, 비행기가 추락하고, 대형여객선이 침몰하고, ….

물론 사람 사는 사회에서 사고는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초대형 인재(人災)가 계속 반복된다는 것이다. 사고가 나면 너나없이 잊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한 달만 지나면 까맣게 잊는 게 지금까지의 모습이었다.

두려운 것은 이번 참사도 한 달쯤 후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망각되고, 또 다른 재난이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어떤 사건을 기억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교훈삼아 더 이상 그런 일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소중한 생명이 이처럼 한꺼번에 희생되는 인재가 계속되는 것은 아직도 교훈이 부족해서인가.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뒤에야 우리는 생명이 소중하다는 걸 깨닫게 될까. 얼마나 더 많은 유가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아야 우리는 그 아픔을 같이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휴대폰, 텔레비전, 자동차, 선박을 잘 만들고, 긴 다리, 넓은 도로, 높은 빌딩을 잘 건설하기로 세계에 소문났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우리 사회는 안전하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하다. 온 국민이 위험사회를 넘어 재난사회 속으로 달려가고 있고, 많은 이들이 눈물과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에게 돈과 기술이 모자라서 그런 게 아니다. 무엇이 우리를 야만의 세월 속에 가둬 놓는가.

그동안 우리는 경제성장을 위해서 그 어떤 것도 다 감수하였다.

돈 앞에선 생명도 환경도 없었다. 진실, 정의, 양심, 도덕 운운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이들의 잠꼬대로만 여겼다. 그리고 작은 것보다는 큰 것을, 낮은 것보다는 높은 것을, 오래된 것보다는 새 것을, 보전보다는 개발을, 복지보다는 성장을, 목숨보다는 돈을 좋다고 여겨왔다. 그러다보니 경제적으로는 대국이지만 안전하지 못하고 행복하지는 못한 삼류국가가 된 것이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경제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다 풀라고 다그치고 있다. 이제는 경제성장 중독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 모두 '하루 세끼 먹는 나라보다는 하루 두끼 먹어도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에 살고 싶다'는 세월호 유가족의 통곡을 들어야 한다. 침몰한 세월호를 보면서 나라를 재건국한다는 심정으로 잘못된 제도, 관습, 법, 가치관을 바꿔야 한다.

그래서 돈보다 생명을, 효율보다는 인권을, 이익보다는 정의를, 경제보다 생태와 복지를 우선하는 풍토를 마련해야 한다.

이 땅에 살아남은 자들은 개명한 세상에 더 이상 야만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말게 하고, 땅에 떨어진 국격(國格)을 높이는 데 힘써야 한다. 그것만이 이번에 희생된 이들에게 진실로 조문하는 것이다.<윤용택 제주대 철학과 교수>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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