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차례상의 비밀…알고 먹으니 더 맛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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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차례상의 비밀…알고 먹으니 더 맛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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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먹던 파전과 콩나물, 고사리에 어떤 사연이?
김지순 명인이 전하는 설 차례상..."선조들의 지혜와 철학 담겨"
전통적인 제주의 차례상 <출처=제주인의 지혜와 맛 전통 향토음식, 제주특별자치도>

해마다 명절을 앞두고 있을 때마다 차례상 준비는 스트레스의 대명사로 인식되곤한다. 하지만 이 작은 차례상에도 제주인의 삶과 철학이 담겨 있다. 아는만큼 사랑스럽다고 했던가? 조금이라도 재미있게 준비하고 맛있게 먹어보기 위해 제주의 차례상에 대해 알아봤다.

우선, 자문을 구하기 위해 향토음식 명인인 김지순(79)씨를 찾아갔다. 김 명인은 “차례음식이라고 딱 정해진 것은 없고 환경에 따라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유교식 제사를 지내고 있으나, 계절과 재료 구입 시기에 따라 과일과 채소 등이 조금씩 변형되며, 육지부에서 사용되는 대추나 밤 등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다만 제주의 특성에 따라 귤이 상에 올라가는 경우다. 돌아가신 조상이 바나나와 같은 특정한 과일을 좋아했다면 그것을 올리기도 한다.

제물은 크게 메(쌀밥)와 갱(생선미역국, 쇠고기무국, 돼지고기미역국 등), 적갈(적), 전, 떡, 과일, 술과 음료 등으로 크게 구분해 볼 수 있다. 배열은 어동육서(생선을 차례상의 동쪽에 두고 육고기는 상의 왼쪽에 둠)와 홍동백서(빛이 붉은 과일은 동쪽에 두고 흰 과일은 서쪽에 배치함), 반서갱동(산사람과 달리 밥을 상의 서쪽에 놓고 국을 오른쪽에 놓음)의 유교식 원칙을 그대로 따른다.

차례상 배치는 지역별로 다소간의 차이는 있으나 5열을 기준으로 보면, 제 1열에는 신위와 함께 메와 갱이 오르고 2열에는 제사상의 주요리는 구이와 전, 3열에는 부요리인 탕 등이 자리하고 4열에는 나물 등 밑반찬류, 5열에는 과일 등 후식에 해당하는 것이 올라간다.

메는 쌀을 준비해 곤밥을 하고 겡으로는 생선 즉 옥돔이나 우럭 등의 흰살 생선으로 국을 끓인다. 생선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쇠고기나 돼지고기가 들어가는 미역국이나 무국 등을 준비하기도 한다. 주로 바닷가 마을에서는 생선국을 중산간 등 내륙에서는 육고기를 이용한 국을 준비했다고 한다.

제주의 차례상과 제사상에 오르는 돼지고기 산적(돗궤기적) <출처=제주인의 지혜와 맛 전통 향토음식, 제주특별자치도>

차례상을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이 신경을 써야 할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적갈(적)이다. 김 명인은 “적은 4발 달린 짐승고기 1가지, 들에서 나는 것 1가지, 바다에서 나는 것 1가지 등 모두 3가지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쇠고기적(쉐고기적갈)과 돼지고기적(돗궤기적갈)을 함께 올리고 있으나 한가지만 올려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두부를 만드는 재료인 콩의 경우 ‘땅에서 나는 고기’라 해 적과 같은 줄에 배치해야 한다. 두부전의 경우에도 콩이 많이 재배되는 동쪽지역에서 많이 사용하나, 메밀이 많이 나는 서쪽에서는 두부 대신 묵을 올리기도 한다.

제숙이라고하는 마른생선으로는 옥돔이나 우럭, 조기 등으로 구이를 한다. 다만 갈치나 삼치, 꽁치 등 ‘치’자가 들어가는 생선은 예로부터 올리지 않는다.

적갈과 함께 많은 손이 들어가는 것이 바로 전이다. 전은 3가지나 5가지 등 홀수 단위로 주로 준비하며 바다와 들, 산의 것을 하나씩 조리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많은 가정에서 바다음식으로는 동태전(흰색), 들음식으로 호박전(초록색), 산음식으로 표고버섯전(검은색)을 주로 사용한다.

전 역시 딱히 정해진 것이 없어서 지역에 따라 다양한 재료로 제철음식을 올릴 수 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파전이라고 부르는 ‘느르미전’(정확한 명칭의 유래는 알 수 없으나 전을 늘여 붙였다는 의미로 추정)은 필수 음식이다.

김 명인은 이렇게 설명한다. “느르미전을 보면 널찍한게 보자기처럼 생겼죠? 차례를 드시러 오신 조상들께서 음식을 맛있게 잡수고 돌아가실 때 남은 음식들을 느르미전에 싸서 콩나물로 매듭을 묶는다고 해요. 그래서 음식보따리를 마치 지게처럼 생긴 고사리에 담아 간다는 말이 있어요. 그래서 다른 음식은 계절이나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더라도 느르미전과 콩나물, 고사리는 꼭 준비합니다.”

흔히 파전이라고 통칭되는 '느르미전'의 용도는 무엇을까? <출처=제주인의 지혜와 맛 전통 향토음식, 제주특별자치도>

대부분의 가정에서 적갈과 전은 심혈(?)을 기울여서 준비하는 편이나, 주로 주문해 상에 올리는 떡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제주의 차례상의 하이라이트는 ‘떡’이라고 단정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이 차례상에는 특히 떡이 중요합니다. 제주의 조상들은 굉장히 많은 신이 곳곳에 존재하고 믿고 있어요. 우리가 무심코 차례에 올리는 떡들은 다들 신을 상징하는 음식입니다.” 차례에 올리는 떡은 각각 일(日), 월(月), 성(星), 신(神), 운(雲), 무(霧)의 의미를 지니고 있어 순서에 따라 괸다.

붉은 팥고물이 탐스럽게 겉을 장식하고 있는 시루떡(제펜)은 ‘땅’을 상징한다. 사각형 모양의 인절미(은절미)는 밭을 상징하고 있다. 그 위를 해와 달, 별을 상징하는 절벤, 솔벤, 우찍을 올리고 가장 위에는 과일을 뜻하는 강정이나 요외를 올린다. 떡 하나를 준비해도 우주와 만물의 철학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인절미(은절미)는 밭을 상징한다. <출처=제주인의 지혜와 맛 전통 향토음식, 제주특별자치도>
   
별을 상징하는 지름떡 <출처=제주인의 지혜와 맛 전통 향토음식, 제주특별자치도>
김지순 제주향토요리 명인 <헤드라인제주>

제주도가 비록 좁아보이기는 하나, 지역에 따라 차례상은 미세하게 차이가 난다. 제주시의 차례상은 비교적 아담한 편이나 서귀포시는 큼직하게 차린다.

동쪽과 서쪽도 적갈의 길이와 넒이가 다소 차이가 나고 두부를 쓰느냐 전을 쓰느냐 재료선택의 문제도 상이함을 보인다.

제수음식을 맛있게 준비할 수 있는 비법(?)을 소개해달라고 명인에게 다자고짜 물었다. “정성을 다해서 밑간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문현답을 했다.

그는 “음식 준비하는 자체가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준비하는 사람들이 마음맞게 좋은 분위기로 정성을 다해서 차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명절이 많은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기도 하나 조상이 있으니 현재 내가 있을 수 있다는 기쁜 마음으로 음식을 준비하고 맛있게 먹으면 좋지 않겠어요?” <헤드라인제주>

<고재일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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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2014-02-04 13:26:01 | 222.***.***.214
유용한 내용을 재미있게 알려주시네요....
느르미전 유래는 처음알게 되었네요.
알고 만들고 맛있게 먹으면 더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