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고사 날에 다시 생각해보는 제주고입제도 혁신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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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고사 날에 다시 생각해보는 제주고입제도 혁신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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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강봉수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연구원장
강봉수 제주대 교수,제주대안연구공동체 연구원장.<헤드라인제주>

오늘은 제주도내 일반계 고등학교의 선발고사가 치러지는 날이다. 평준화고에 지원한 학생들은 연합고사를 치르고, 비평준화고에 지원한 학생들은 학교별 선발고사에 임한다. 제주도내 중3생들이나 그들의 학부모들은 대체로 가능하면 제주시동지역의 평준화고에 입학하기를 원한다.

타시도의 경우 중학교 졸업생 대비 70~80%가 평준화고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제주도는 53%만이 평준화고에 입학할 수 있고, 나머지는 특성화고와 읍면지역의 일반계고에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해마다 평준화고 입학 경쟁률은 치열하다.

제주고입제도 문제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 평준화고에 대한 선호도는 높은데 비해 선발인원의 제한으로 인한 경쟁률 심화가 그것이다. 이로부터 학생들은 과중한 학습부담으로 심각한 심리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부모들은 부담스런 사교육비 때문에 가정경제가 휘둘린다. 중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25만8천원)는 16개시도 중에 단연 6위이다.

과중한 학습부담으로 40%의 제주아이들이 부모와 갈등을 겪고 자살충동을 경험했다는 보고도 있다. 평준화고에 떨어진 아이들은 학습실패군으로 낙인찍히면서 멀리 읍면지역 일반계고로 통학해야 하는 불편을 감내해야 한다. 읍면지역의 일반계고는 지역인재의 유출을 감수해야 하고, 평준화고에 탈락한 아이들의 집합소라는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도농간 교육격차를 가져오고 지역간 균형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제주도의 교육주체들(교사와 교육단체들, 교육의원들, 교육청)도 문제를 알고 있다. 현재 두 가지 대안이 대립하고 있는 것 같다. 읍면지역 일반계고 발전 안과 평준화고 확대 안이 그것이다. 전자가 도교육청의 입장을 대변한다면, 후자는 전교조제주지부 등이 주장해온 안이다. 그동안 도교육청은 읍면지역 일반계고에 시설과 재정투자를 하는 등 나름의 발전방안을 실행해왔다.

그러나 이들 학교가 지역인재들은 물론 동지역 아이들도 가고 싶은 학교로 되는 데는 요원할 뿐이다. 긴 세월을 기다려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당장 평준화고 경쟁률과 학습부담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계속 방치해 둘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평준화고 확대 안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급격히 인구가 불어난 제주시노형지역을 고려하여 이 지역에 평준화 일반계고를 신설할 수도 있고, 동지역의 특성화고를 일반계고로 전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평준화고의 확대는 읍면지역의 일반계고를 더욱 공동화시킬 우려가 있다.

나는 두 안 모두 제주의 고입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고 여긴다. 보다 혁신적인 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것의 전제는 무엇보다 도민들이 개인적•집단적•지역적 이해를 떠나 미래의 아이들과 제주의 발전만을 생각하면서 과감한 합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안은 평준화고를 전폭적으로 확대하여 현재 제주도의 고등학교 전체를 구조적으로 재편하자는 것이다. 평준화고의 확대가 학력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그것은 사실의 아님이 실증적 연구로 밝혀지고 있다.

학력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온다면 평준화고가 그동안 꾸준히 늘어왔고 경기, 강원, 충남 등지에서 평준화고로 구조혁신을 하겠는가. 관련 연구들은 오히려 비평준화지역보다 평준화지역 학교가 학업성취도, 자아존중감, 학생만족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문제행동, 사교육비, 진학열, 입시스트레스가 덜하다고 한다.

나의 혁신안은 현재의 서귀포시를 그대로 둔 채, 제주시를 2개의 교육구역으로 나눈 다음, 3권역의 평준화고를 만드는 것이다. 제주시를 2개 구역으로 나누는 기준은 대략 제주시 중앙로를 기점으로 한 현재의 국회의원 선거구(제주시갑, 제주시을)로 하면 된다. 이러한 3권역을 기준으로 현재의 고교들을 고심하여 재편하면 각각 6개교씩의 평준화고와 3개교씩의 특성화고를 배치시킬 수 있다. 도표로 예시 안을 제시해 두면 아래와 같다.

도표의 예시 안에서 두 학교가 동시에 표시된 것은 줄어드는 학생 수를 감안하여 하나로 통합하거나 선택적으로 어느 학교를 평준화고로 편입하는 것이다. 그리고 평준화고에 편입되지 않는 학교는 기존시설을 활용하여 예체능특목고 등으로 지정하거나 공립형대안학교로 만들면 좋겠다. 그리고 평준화고로 편입되는 읍면지역의 일반계고와 특성화고에 대해서는 기존의 평준화고 수준으로 도달할 때까지 교육청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또한 평준화고에 편입되지 않는 특성화고들에 대해서도 특화된 학과신설과 교육프로그램을 통하여 아이들이 정말 가고 싶은 학교로 만들어야 한다.

높은 고입경쟁률은 초등 및 중학교의 교육과정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정상적인 교육과정의 운영보다는 고입경쟁을 염두에 둔 학력중심, 평가중심의 교육과정으로 인해 아이들은 심각한 학업스트레스에 노출되고 있다. 이러한 고입경쟁구조를 그대로 둔 채 제주교육의 정상화는 불가능하다. 나는 고교구조의 혁신이야말로 경쟁중심의 교육시스템을 완화시키면서 동지역으로의 인구유출을 막고 지역균형발전을 가져오는 길이라 여긴다. 오늘 고입선발고사를 치르는 아이들의 선전을 기대하고 노고를 치하한다. <강봉수 제주대교수,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연구원장>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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