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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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조건
  • 김찬집 @
  • 승인 2013.09.0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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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찬집 수필가
김찬집 수필가.<헤드라인제주>

며칠 전 방정환 재단에서 발표한 ‘ 2013년 한국 청소년 행복 지수’는 우리나라가 OECD회원국 중에서 여전히 최하위이며. 자살률은 1위이다 .

행복에는 만족이 없다고 한다. 행복의 목표는 항상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현상들은 우리 사회의 여러 삶의 조건이 다른 나라에 비해 유별나게 열악한 것도 아닌데도. 문제는 우리들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이다. 왜냐하면 유엔의 발표한 국민 행복 지수는, 우리보다 훨씬 살기 어려운 국가들이 우리보다 행복 지수가 높다.

영국에 본부를 둔 유럽 신경제 재단(NEF)은 지난 해 국가별로 행복 지수를 조사했다. 이 조사에서 부탄은 1위를 차지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이 2,000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탄은 국민 97%가 행복하다고 답변했기 때문이다. 부탄에 비해 1인당 국내총생산이 10배나 높은 대한민국은 143개국 가운데 68위에 그쳤다. 부탄 인구는 우리 제주보다 조금 많은 70만 명이다.

이는 적어도 인간의 행복을 측정하는 잣대는 돈이나 사회 환경이라기보다는 인간 자신의 주관적 기준이며, 넓게 보면 한 국가나 사회의 개연적인 성격, 이른바 국민성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국민성은 종교나 전통 윤리, 가치관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정신적인 특징은 조선500년 동안 지속 해온 숭유 억불(崇儒 抑佛)정책으로 인해 유교적 의식구조를 기본 골격으로 지니고 있다. 같은 동양 국가들이라 하더라도 일본은 유교보다는 메이지 유신까지 독실했던 불교 나라답게 아직도 집집마다 불단을 모시고 사람이 죽으면 불교식 법명을 봉헌하는 등 불교적 전통과 뿌리가 깊다.

같은 유교 권이라도 중국은 개인의 행복을 비는 기복 신앙(祈福 信仰)을 근간으로 하는 도교의 영향이 강하다고 한다.

다른 동남아시아 나라들은 불교나 이슬람교가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음을 보면 우리의 정신적인 특징이 유교적 가치관이 핵심임을 알 수 있다.

유교의 가장 큰 특징은 절대신(絶對神)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내세(來世)보다는 현실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기독교·이슬람교·유대교·힌두교 등 세계적으로 주요 종교들은 유일신이든 다신(多神)이든 절대 신의 개념을 다루고 있다 이에 비해 유교는 공자가 현세와 인간의 충효 설정에 가장 중요한 가치를 부여한 것이다. 그래서 유교에서는 다른 종교가 절대 신을 어떻게 섬기고 내세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를 다루는 것보다 현실 속에서 어떻게 사느냐의 인간관계가 중요시 된다. 그게 인(仁)과 예(禮)다.

이러한 유교에서의 인간관계는 철저한 ‘계급적 평등’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다시 말해 군신·부자·형제·부부·남녀는 분명한 위계질서가 있는 계급적 관계지만, 같은 위치에 있는 존재들끼리는 절대 평등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장과 과장은 엄연한 상하 관계이고, 같은 국장끼리, 같은 과장끼리의 차별과 차이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완벽한 평등 관계여야 한다. 이것이 깨질 때 우리 사회의 갈등과 반목, 그리고 뒤처진 자의 박탈감은 잘나가는 자와 비교에서 오는 상대적 절망감 문제다. 그래서 동료에게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강박감이 경쟁의 원천이 된다.

주거 아파트 평수가 행, 불행의 변수가 된다. 그러니 엄친아, 엄친 딸이 등장하고 그에 못 미치는 아이들은 끝없는 경쟁을 강요당하고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자칫 자살의 유혹을 받게 되고 심지어는 이를 감행하게도 되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를 비교하는‘상대적 비관’이 문제다.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의 국민은 잃을 것이 없고 애당초에 소유와 달성을 포기한 채 행복 지수가 높은데 비해 산업화·민주화를 달성한 우리들은 스스로 상대방과 비교하니까 문제인 것이다.<김찬집 수필가>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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