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평화대행진, 끝내 눈물 보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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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평화대행진, 끝내 눈물 보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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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상의 강정이야기] 강정평화대행진 6박7일의 감동

참 이상한 행진이었다.

7월 29일부터 8월 3일까지 제주에서 ‘강정평화대행진’ 동안 같이 걸었고, 같이 웃었고, 같이 땀흘린 1천여명의 이상한(!)사람들이 있었다.

우리에게 ‘강정’이란 마을 이름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평범한 제주도의 한 마을이 이토록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함께 모이자. 함께 걷자. 함께 외치자. 강정에 평화를!’

전국 각지(미국에서도 왔으니 전 세계인가?)에서 여러 사람들이 모여 함께 정말 더운 여름날을 보냈다. 옷은 땀에 젖고, 발은 부르텄으며, 목소리는 점차 쉰 목소리로 변해갔다. 그러나 행진에 참여한 1000여명의 사람들은 항상 웃었다.

어떻게 보면 참 신기한 일이다. 80세 노인부터 7살 어린애까지 남녀노소, 주교님부터 일터에서 쫒겨난 노동자까지 함께 웃으면서, 같이 밥 먹고, 같이 춤추는 일이 흔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요즘같은 세상에 자기 돈과 시간을 들여가면서 고생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수천명(‘강정평화대행진’에 작년 2012년에는 약 3천여명이 참가했고, 올해는 1천여명이 참가했다.)이나 되는 것은 분명 이상한 일이다. 그런데 그 이상한 일이 실제로 우리 눈앞에서 일어났다.

강정평화대행진.<사진=조성봉>

이런 이상한 행진대열을 바라보는 제주사람들의 시각은 어떠했을까?

행진 도중 우리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주관적 판단이다. 사람은 원래 자기 좋은 쪽으로 해석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격렬하게 반발하는 분들도 있었다.

한적한 시골 버스 정류장에서 우리를 향해 ‘이 미친*들...’ 이라고 얘기하는 중년의 남자가 있었다. 다가가서 정중히 여쭤보았다. 왜 그러시냐고.

그분의 말은 ‘나라는 누가 지키냐?’ 였고, 내 대답은 ‘제가 지킬테니, 같이 군대 가실래요?’였다. 그러자 옆에 있던 부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슬며시 옷을 잡고 그만하라고 말린다.( 전쟁나면 진짜로 군대 가실려나? 난 내 고향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총 들 각오가 되어있는데..)

또 어떤 분은 지나가던 차를 세우고 이렇게 외치셨다. "북한에 가서 살아라. 이 빨갱이 새*들!"

이 분은 내가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쌩하니 달려가 버리셨다. ( 아. 차분히 대답해드릴 수 있었는데... 왜 그리 급하시나?)

예전에 해군기지 반대 전단을 돌리는 한 후배에게 어떤 할아버지가 뚱한 표정으로 ‘군대는 갔다 왔나?’ 라고 하자, ‘네. 육사 갔다 왔습니다!’(실제보다 어려보이는 이 후배는 육사 교관이었다.) ‘어.. 어.. 수고하네’.

강정평화대행진.<사진=김민수>

나는 이런 질문과 반응이야 말로 정말 이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왜 강정에 만들고자 하는 해군기지를 반대하면 욕을 하는 것인가? 왜 군에서 하는 사업을 반대하면 빨갱이로 욕하는 것인가?

더 이상한 것은 떠들썩하게 웃으면서 걸어가는 사람들이 왜 이토록 미운 걸까? 해군기지 찬성한다는 것과 반대한다는 것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난 아직도 박정희가 주장하던 ‘한국적 민주주의’가 대체 무슨 소리인지 이해 못하고 있다. 이 어처구니없는 증오와 미움의 시작은 무엇이고, 해결방법은 없는가?

난 지금도 분명하게 주장한다. 강정에 세워지는 제주해군기지가 진정으로 자주국방에 도움이 되는 이유를 한가지만이라도 국민에게 설명할 수 있다면 개인적으로 이 싸움을 접을 수도 있다고 말이다.

우리 돈으로 건설해주는 미 항모 전단의 전술적 작전기지가 어떻게 자주국방이란 말인가? 졸속 설계로 인하여 초계함급 군함 한척 제대로 상주시키지 못하는 항구가 무슨 기지인가? 주민들의 반대를 진압하기 위해 2008년부터 연인원 18만명의 경찰인력을 동원하는 국가권력은 대체 무엇을 하는 짓이란 말인가?

하다하다 못해 전체 건설예산의 단 4%만 크루즈접안시설에 사용하는 군사기지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요상한 이름을 붙이면 해군기지가 아닌가? 설계변경을 하지 못해 공사비 누적으로 하도급업체가 부도가 나도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또 뭔가?

다 좋다. 공사현장에서 일해야만이 먹고 살 수 있는 공사업체 직원들, 정년을 앞두고 자리걱정에 머리 빠지는 해군 장교들, 윗사람 눈치 보느라 자존심은 자기 마누라에게나 부리는 공무원들도 다 나름대로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잘못된 건 잘못된 것이라고 얘기해야 하지 않는가? 잘못된 사업이라 생각해서 반대한다고 주장하면 경찰병력으로 진압해버리면 그만인가?‘다치기 전에 가만있어. 그냥 입 다물고 있으면 편해.’ 이거 많이 듣던 소리 아닌가?

난 용기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최소한 비겁해지고 싶지는 않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협조하고 떡고물 받아먹자는 사람이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

강정평화대행진 관련 경비에 나선 경찰.<사진=조성봉>

사람이란 양심이 있는 존재이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눈빛이 선한 사람을 싫어한다.

눈빛이 선한 사람이라면 자기 욕심을 들켜버릴 것 같아서 싫어한다는 설도 있고, 자신이 가진 무의식적인 양심이 거부반응을 일으킨다는 설도 있지만, 자기 욕심을 버린 사람 앞에서는 무언인지 모를 부끄러움을 생겨나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사람으로서 양심이 있다면 70년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메말라가는 제주의 땅을, 노래하면서 걸어가는 사람들의 선한 눈빛을 제대로 봐야 한다.

이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무슨 생각이 있기에 저토록 당당하단 말인가?
이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어떤 열망이 있기에 저토록 끈질기단 말인가?
이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무슨 열정이 있기에 저토록 웃는다는 말인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편견을 버리고 이 사람들을 보자. 해군기지 반대, 강정에 평화를 외치면서 길을 걷기 시작한지 6년이 흘렀다. 초등학교 6학년이 대학생이 되었다. 몇 분은 어르신은 운명을 달리하셨다.

업무방해로 벌금만 6억이 넘었고, 50여명의 구속자(지금도 4분이 구속중이다!) 와 400여명의 연행자가 발생한 싸움이다. 도지사가 2번 바뀌고, 대통령이 3번 바뀌어도 계속해서 길을 걷고 있다.

다시 한번 묻는다. 매일 매일의 일상에 증오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생겨나도 희망을 버리지 말자고 몸으로 보여주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는가? 대한민국 참 좋아졌다. 옛날 같으면 총으로 싹 쓸어버린다는 생각이 드는가? 한번 그런 경험을 했는데 두 번 못할 것 같은가라는 생각이 드는가?

왜 이 사람들은 이렇게 걷고 있는가? 대학교수, 변호사, 학교선생, 영화감독, 시인, 목사님, 신부님, 수녀님, 대기업체 간부, 의사, 대학생, 중학생, 그리고 나 같은 40대 놈팽이까지.

우리는 살고 싶은 것이다. 사람답게 살고자 길을 걷는 것이다. 당신들을 생명을 죽여도, 우리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길을 걷는 것이다.

강정평화대행진.<사진=김민수>

난 살고 싶다. 이 사람들과 같이. 그리고 평온한 강정 구럼비 앞바다에서 내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보름달이 뜨는 범섬 앞 돌고래를 보면서 살고 싶다.

7월 28일 전야제로 시작한 강정평화대행진의 여정의 마지막 무렵 제주시 탑동 광장에서 6박 7일의 여정을 담은 영상이 상영될 때, 행사 진행을 맡고 있던 한 여자 후배의 눈가에 촉촉한 이슬이 맺혀 있었다.

왜 그토록 강하게만 보였던 끝내 그는 눈물을 보였던 것일까? 끝내 눈물을 보였던 그는 ‘강정평화대행진’동안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느꼈던 것일까?

강정평화대행진.<사진=헤드라인제주>

그토록 무덥기만 했던 여름 가뭄 끝에 한줄기 소나기가 행진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탑동광장 무대 위로 걸린 무지개는 내 가슴 속에서도 무엇인가 뭉클하게 만드는 이상한 현상이었다.

역설적이게도 내년에는 이런 이상한 행진을 만나고 싶지 않다. 이 행진의 목적은 잘못된 행위를 그냥 보고만 있지 말자는 행동이 아닌가? 이 또한 이상한 일이다. <김국상 통합진보당 제주도당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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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누구인가 2013-08-12 17:30:14 | 211.***.***.28
미국과의 동맹 저 개인적으로도 반대합니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습니다.
미국버리고 중국이나 러시아 아니면 일본과 손잡을까요..... 한번들 잘생각해보세요, 강정해군기지가 왜 필요한지................국방이 든든해야 경제와 복지 두마리 토끼를 잡습니다. 에휴 힘들다..........................

나는누구인가 2013-08-12 17:23:13 | 211.***.***.28
.........
해군기지 반대하시는 분, 찬성하시는 분, 다들 맞습니다. 당신들께 한마디 질문하고 싶소이다. 진정한 평화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평화(자유)를 지킬려면 국방력이 있어야 되죠, 근데 문제는 우리 스스로가 아름다운 우리강산을 지킬수 있을런지... 우리대한민국 참으로 대단함니다, 군사력 세계10대안에 드는 군사강국이죠, 근데 문제는 한반도 주변을 한번보시면 군사4대강국이 다 있어요, 우리혼자서 나라 지키지 못합니다. 그깐 강정해군기지가 뭐가 문제가 되나요,

노가다나 좀해봐 2013-08-06 00:43:34 | 211.***.***.168
너네추악한근성여성관념알고있다.너네여성관념국내에서이해하는한국여자많지않기때문에문제이지머저라.차라리박종철이한열같이뒤비져라.그리고 너넨쓸데없는인간코걸어사는파렴치쓰레기비열한오물들이다조센징아래가또고자이마쓰.조선은너같은종자들 모조리일본의노예와식민지로파라먹을정도로너네미워했다

통진당이웬화려한퍼포몬스 2013-08-06 00:09:00 | 211.***.***.168
투쟁을 전업으로해서그런지 글도지지리터프하고거칠고설득력없고이해안되게쓰시네.생계수단,고용이런거나끊지마시라고 기업에가서 현수막,단식투쟁이나하슈.쓸데없는거들러서6년을 왔다갔다하는데

투척하는사람한명없는텅진당 2013-08-06 00:01:09 | 211.***.***.168
모르시는거같은데 남한 제조업(건설도포함)17%공급과인수요없음으로경제가안돌아가고있다고합디다.그러니공사비누적지연되겠죠.항공모함도한개못사는인간들,박봉(박한봉급)들한테민군복합항해서지역경제먹여살리라니제주민주당,도정하는꼴이우습기그지없슴.도청에지역경제과관광정책과해양수산건설교통과따로있슴.예네들이무슨장난감,꼭둑각시니까??? 통진당과민주당이먼수로 크르즈레저와연관시켜전역할경우해운선사라도한자리???웃음이안나옴.기지와건설사앞에서밥,춤,노래하는게(6년)설득력얻을수있다고봄???의미없음

좌파두얼굴과추악여성관념??? 2013-08-05 23:45:04 | 211.***.***.168
댁들이두얼굴잘알고있슴.전쟁나면군대가시겠고,후배는육사를나왔다???요즘육사도이상한몇마리잇고항공고진해고부사관고최종합격안했지만여자한테인기나얻으려썪은정신으로댕기는놈들마초들있습디다.댁들.고려여방제아냐.통일해도군대남북따로두는거그게무슨통일이냐.전쟁나면싸운다고.남한군대죽이고남한군대부정하니이렇게6년을해군일도못하게설쳐해군의수준못믿어간섭이라도이런쭈시레기같은밥쳐먹고노래부르고춤추며이런다는게도무지이해안감.항공모함한개못사는나라에서초계함급접안못시키는거개네가할일이지댁이무슨전문이라설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