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베테랑' 119구조대, "소방관은 내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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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베테랑' 119구조대, "소방관은 내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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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119구조대 임상률 팀장이 전하는 '소방 24시'
"살려서, 살아서 돌아오라"..."제 버팀 힘은 바로 사명감"

현장은 계절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현장은 늘 예측이 불가능하며, 모든 의사결정은 현장을 기초로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119 구조대의 현장출동은 하나하나가 비장할 수밖에 없다. 제주소방서 119구조대 임상률(47. 소방장) 팀장은 그 모든 활동을 판가름하는 선두에 선 리더 중 한명이다.

출동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에는 오전에 주로 행정업무를 처리하고 오후에는 훈련 등을 벌이지만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아본적이 없다.

방화복을 착용하고 출동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더위를 심하게 타는 편은 아니지만, 여름철 출동은 저조차 힘이 들때가 많아요. 저희가 착용하는 방화복과 호흡기, 랜턴과 도끼, 기타 구조장비를 합하면 한 20kg쯤 되려나? 어떨때는 숨쉬기 곤란할 때도 많아요."

화재 현장에 도착하면 진압요원이 소방호스로 물을 뿜으며, 이른바 '엄호사격'을 벌인다. 구조대원은 그런 사이 현장으로 투입돼 인명구조 작업을 벌여야 한다.

제한시간은 20분. 공기호흡기의 경보기가 울리면 다시 돌아와 장비를 교체해야 한다. 그리고는 다시 불 속으로 뛰어들어야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바로 이 직업이다.

임 팀장은 지난 3월 23일 발생한 찜질방 화재 사고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당시 제주시내 한 지하주차장에서 시작된 불로 연기가 발생해 2층에 있던 찜질방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

지난 3월 23일 발생한 제주시 모 찜질방 화재사고 <헤드라인제주>

대낮에 발생한 화재였지만, 현장 상황은 암흑이나 다름이 없어 그야말로 암담한 상황이었다. 결국 손으로 더듬어가는 수준의 구조작업을 벌여 내부에 있던 59명의 사람들을 보조마스크를 이용해 한명씩 밖으로 꺼내 구조에 성공했다.

임 팀장은 이렇게 말한다.

"현장에서는 자칫 판단착오로 여러사람의 생명이 좌우될 수 있습니다. 사실 가장 많은 위험에 노출된 것은 저희 구조대원이예요. 팀장은 일단 현장에 도착하면 먼저 상황파악을 해야 하고요, 그리고 구조장비와 구조방법을 결정해야합니다. 가장 중요한 결정이죠.'

사실 그의 운명은 1994년의 어느날 119구조차량이 출동하는 모습을 본 후 180도 뒤바뀌었다. 구조차량 뒤에 매달린 진압대원의 모습을 보고 청년인 그의 가슴이 이상하게 쿵쾅거렸다.

"그때 이 일이 운명같다는 직감을 했습니다. 소방관으로 입문한지 20년이 넘은 지금도 그때의 기분을 잊어버릴 수 없습니다."

현장은 늘 불완전하다는 임 팀장, 그래도 후회는 없다고 한다. <헤드라인제주>

새내기 소방관에게 현장은 만만하지 않았다. 지금은 추억으로 웃으며 얘기할 수 있지만 죽을고비도 수차례 넘겨야 했고, 다친 곳도 한 두곳이 아니다.

"소방관 되고나서 1년쯤 됐나? 당시 탑동에 물에 빠진 사람이 있다고 출동을 했는데, 아무 생각 없이 뛰어들었다가 하마터면 죽을뻔도 했습니다. 만취자라 힘이 정말 세더라고요. (웃음)"

하지만 철인같은 임 팀장도 가족만 생각하면 한없이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예전에 2교대 근무를 하던 시절에는 제사나 명절, 아이들의 학교 행사를 거의 돌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훌쩍 큰 고등학생 딸과 초등학생인 아들이 항상 아빠를 존경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에 고마운 생각 뿐이다.

"모든 직업이 마찬가지겠지만 소방관의 경우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요한 직업입니다. 가장 참혹한 현장 상황을 목격해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한 편이죠. 힘들어서 일을 그만 두시는 분들도 많아요. 정말 사명감 없이는 하루도 버티기 힘든 직업입니다."

20년 이상 그를 버팀 힘이 바로 사명감이다.

참혹한 현장에서 온몸을 던지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의 소원은 바로 동료들의 안전.

"다른 것은 바라지 않습니다. 현장가서 큰 일 없이 임무수행 잘하고 안전하고 무탈하게, 서로서로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한 소설가는 소방관이라는 직업에 '거룩하다'는 종교적인 형용사를 붙이며 이렇게 말했다.

"살려서, 살아서 돌아오라" <헤드라인제주>

   
임상률 팀장이 훈련준비를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동료와 훈련중인 임상률 팀장 <헤드라인제주>

<고재일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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