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디자이너 신지영씨, 제주에 '필' 꽂힌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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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디자이너 신지영씨, 제주에 '필' 꽂힌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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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서귀포시청 신지영씨의 '제주 디자인'
"제주 곳곳이 창작의 '샘터'...저도 이제 제주사람 됐어요"

세상은 복잡하다. 비단 세상살이 뿐만 아니라 눈이나 렌즈의 시선을 통해 바라보는 사물 등은 더욱 그러하다. 보고 만지지 않는 이상 정확한 색이나 모양, 질감, 온도 등을 기억하고 이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상 봤다 하더라도 뒤를 돌면 쉽게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머릿속에서 복원된 이미지도 너무 추상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카메라는 그래서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더욱 선명하고 높은 화소의 광학기기를 개발해 사람들은 '기록이 기억을 지배'하는 세상을 만들었다.

여기에 한 여성이 있다. 모니터를 응시하는 그녀는 '어떻게하면 사물을 쉽고 간단하게 기억할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하고 있다. 그녀의 시선이 담아낸 피조물은 머릿속 암실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다. 자신이 바라본 모든 세상을 깎고, 오리고, 덜어내 몇개의 선과 도형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

풍경과 이미지를 절대적인 공식처럼 표준화시키는 신지영씨(37)는 서귀포시 도시건축과 소속의 도시 디자이너이다.

"일단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도시건축과에서 도시디자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요. 그리고 시청의 각 부서에서 하고 있는 사업의 공공디자인이나 신문광고 문안 검토, 디자인 등의 일을 옆에서 도와주고 있습니다. "

"최근에 추진했던 명동로 보행환경개선사업은 보행환경개선사례 최우수상을 수상했었고요, 요즘에는 아랑조을거리 간판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서귀포시 도시 디자이너 신지영씨 <헤드라인제주>
디자인문구를 검토하고 있는 신지영씨. <헤드라인제주>

그가 서귀포시청에서 만든 디자인도안은 200여개가 넘는다. 그만큼 활발한 활동을 했다는 증거이다.

최근에는 도시미관 개선과 관광지로써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아랑조을거리 '특색있는 간판 디자인' 제작을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알고보니 그는 원래 제주토박이가 아니다. 서울에서 나름대로 건실한 디자인회사를 다닌 커리어우먼이었고, 나름대로 '미국 물'도 먹은 재원이다.

"원래 디자인 관련 일을 하다가 지난 2006년 제주에 내려왔어요. 부모님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한 후 제주에 한번 살아보자는 의견에 따라 가족회의를 거쳐 결정했다. 군소리 없이 따랐죠(웃음)."

"제주정착 초기에는 작은 디자인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기회가 되어 서귀포시청에서 일하게 됐는데, 제가 하고 있는 일도 재미있고 무엇보다 부모님께서 제주생활을 만족하셔서 좋은 것 같습니다."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됐을 때를 묻는 질문에서도 그는 웃음부터 지어보인다.

"시청에서 디자인 업무를 시작할 무렵, 예전 클린하우스에 있던 감귤문양의 디자인이 디자인권 때문에 쓸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어요. 새롭게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시간도 빠듯해 좀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웃음)"

"클린하우스 디자인이라 아무도 사람들이 잘 봐주지 않지만 지금도 클린하우스에 갈 때마다 남몰래 뿌듯해 하고 있죠."라고 말했다.

아랑조을거리 간판정비사업을 설명하고 있는 신지영씨. <헤드라인제주>
그가 생각하는 디자인은 무엇일까.

"예전에는 디자인이 독특하고 독창적이며 창의적인 것만이라는 생각을 해왔어요. 배경을 생각지 않고 디자인 자체에만 집착한면이 많이 있었죠. 하지만 서귀포에서 지내며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주변과 어울리면서 창의적인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라 생각하고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주변환경은 디자인을 위한 완벽한 밑그림이라 볼 수 있어요."

얼마 전 아들을 출산한 그는 자신이 마크를 디자인한 서귀포산후조리원에서 산후조리를 하기도 했다.

이제는 제주도민이 다 됐다는 그는 최근 주변을 볼 때마다 새롭게 생겨나는 건축물들로 자연이 묻힌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며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 제주만의 색과 재료를 찾아 독창적인 디자인을 만들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얘기했다.

그에게는 굉장히 밝고 건강한 에너지가 넘쳐나 주변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묘한 재주가 있는 것 같다.

시원시원하고 선이 굵은 그녀의 디자인은 괜히 나온게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헤드라인제주>

서귀포 공공산후조리원 디자인 <헤드라인제주>
주상절리와 외돌개 디자인 <헤드라인제주>

<고재일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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