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비로 큰 잔치 벌인 도의회, 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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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비로 큰 잔치 벌인 도의회, 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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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도 넘어선 추경예산 '떡반 나누기'와 '할단새'
7대경관 예비비 논란 입장 어디로?...예비비도 결국 눈먼 돈?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개선장군'과 같은 위세를 보인 제주도의회가 의아스럽다.

25일 본회의에서 추경안을 통과시킨 도의회는 히말라야 산맥에 있는 카투만두라는 작은 왕국의 '할단새'라는 전설을 전했다. 제주도당국에 전하는 메시지다.

전설의 내용은 이렇다.

이 새는 따뜻한 낮에 먹잇감을 구해 배불리 먹고 이곳저곳을 활강하며 즐기다보니 다른 새들과 달리 집을 짓지 못한다고 한다.

카투만두의 기온은 낮에는 따뜻한 봄날 같은데, 해가 지면 히말라야의 찬바람이 불고 눈발이 날리는 혹독하게 추운 밤이 찾아온다.

할단새는 살을 에는 듯한 추위 앞에서 "내일은 꼭 집을 지어야겠다"라고 다짐을 하게 되지만, 고통의 밤이 지나면 집을 짓겠다는 지난밤의 굳은 결심은 눈 녹듯이 사라져 버리고 먹잇감 구하기와 즐기는데 정신을 판다고 한다.

도의회는 평생 집을 짓지 못하는 할단새는 잘못된 관행을 버리지 못하면 늘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면서, 미래를 보며 도정을 설계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이 전설을 꺼낸 이유가 무엇인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이번 추경안 계수조정에서 보인 도의회의 모습은 소중한 도민의 혈세가 헛되이 쓰여지지 않도록 견제하고 감시하는 그런 '민의의 전당'의 모습이 아니었다.

이번 계수조정에서 도의회는 도정의 '민생예산' 기조라는 논리에 대대적인 공세를 가하며 '할단새'에 비유했지만, 그 모습은 의회 내부에도 깊숙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번 추경안 계수조정 결과가 이를 잘 말해준다.

계수조정을 통해 삭감된 세출예산은 무려 131억원.

추경예산의 조정액 치고는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니다. 물론 불요불급하거나 타당성이 약해 삭감된 예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찬찬히 내역을 들여다보면 계수조정의 취지는 최초안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는다는 차원 보다는 '의원님들 민원해결'의 목적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민생예산' 기조에 맞지 않다며 문제를 제기했다면 응당 이를 바로잡는 것이 의회의 역할임에도, 오히려 한술 더 떠서 이도저도 아닌 '퍼주기' 예산으로 전락시켜 버렸다.

잘못된 부분을 고쳐준 것이 아니라, 너도 잘못했으니 우리도 하겠다는 심보로, 구멍을 더 크게 만들어버린 꼴이다.

각 예산의 삭감 부분은 그런대로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예비비'의 삭감문제는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칫 이번 관례가 회계질서를 어지럽히는 시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다. 도의회가 삭감한 131억원 중 12억5014원은 예비비 삭감분이다.

이번 제1회 추경안에 편성된 예비비는 5억원 밖에 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말 도의회가 통과시킨 올해 본예산의 예비비 7억5000만원까지 추가로 끌어다가 삭감시킨 것이다.

추경안 심의는 긴박하거나 매우 불가피한 상황이 아닌 경우 해당 예산안의 한정된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추경안에서 삭감된 예산만으로는 자신들이 원하는 사업비 증액에 모자라니, 기존 본예산 예비비까지 삭감시키며 쓴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는 회계질서를 심각하게 어지럽히는 지탄받아 마땅한 행위다.

예비비는 재난재해 등 긴급을 요하는 상황에 대비해 편성해둔 예산이다. 도의회가 그 누구보다 이 점은 잘 알고 있다.

제주의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캠페인 과정에서 제주도가 예비비 81억원을 행정전화요금으로 집행한 사실이 알려지자, 맹렬하게 문제를 제기해왔던 것도 바로 도의회다.

지난해 예산결산심사 때도 이 문제가 쟁점이 됐다. 예비비는 함부로 써서는 안되는 돈이며, 긴박한 상황에서 투입될 자금이란 인식이 도의회 전반부에 흐르고 있었다.

그런 도의회가 예비비를 '눈 먼 돈' 취급하며, 본예산에 확정 편성된 것까지 손을 댄 것은 민의를 대변하는 도의원으로서의 자질마저 의심케 한다.

도대체 얼마나 긴박한 상황이 있었기에 본예산의 예비비까지 투입하면서까지 증액예산을 편성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계수조정에서 증액된 부분은 어처구니 없게도 읍.면.동별 행사지원금이나 단체운영비 지원, 지역단체 물품 지원 등 '선심성'으로 비춰질 수 있는 민간경상보조금이 대부분이다. 

거의 전 읍.면.동에 '떡반 나누기'식으로 고루 배분됐다. 선진지 견학비용 등 경상적 경비도 대거 편성됐다.

의회몫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국외업무여비 6900만원, 타시도 우수운영사례 비교연찬 의원수행 국내여비 600만원과 의원해외연수 수행공무원 국외여비 500만원 등 여비가 의회 사무처 예산으로 증액됐다.

전체 삭감된 131억원 중 차후에 의미있게 쓰도록 하기 위해 예비비 등으로 묶어둔 돈은 단 한푼도 없다. '할단새'의 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예비비까지 삭감하면서 증액된 예산 내역의 실체가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도 도의회는 의원들의 요구를 제주도정에서 잘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불통'의 문제 때문에 도의회가 어쩔 수 없이 도를 넘어서는 증액이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만 펴고 있다.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할 뿐, '예비비 삭감' 부분에 대한 비난여론에 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지방선거가 이제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제9대 의회의 이번 '예비비' 첫 사례가 제10대 의회에서도 본받지 않을까 심히 걱정이 앞선다. 도의회는 부끄럽지 않은가.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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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 얘기다 2013-06-29 22:43:31 | 112.***.***.193
혈세를 쌈짓돈 처럼 생각하는 의원은 도민의 대변자일수없습니다
시민단체는 왜 성명하나 없나

지나가다 2013-06-29 21:03:02 | 118.***.***.104
내년에 도지사하고 도의원 모두 새인물 뽑지 못하면 제주는 언제나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겠지.
내년에 소중한 내 한 표 현명하게 찍어 봅시다.

변절 2013-06-29 20:47:02 | 59.***.***.203
나쁜 의원들, 예비비 삭감에 가담한 의장단과 의원들은 내년 7월부터는 안봤으면 딱 좋겠네

이런 제기랄 2013-06-28 13:39:25 | 112.***.***.11
예산만 보면 눈이 뒤집히고, 해외여행간다고 하면 우르르 달려가는 한심한 의원님들....그런 폼잡고 싶어서 도의원 되셨나? 예결위에 소속된 의원님들, 예비비까지 린치한 의원님들 내년 선거가 두렵지 않소?

초록은 동색 2013-06-27 13:11:35 | 112.***.***.220
예산 앞에서는 모두다 한통속. 진보의원들 예결위 들어가 뭘했노
혈세 낭비에 공모했으니 내년 선거에 염치 있을까

정치공학 2013-06-27 00:08:36 | 121.***.***.156
언론은 권력을 견제, 비판하는 역할을 해야죠.
그런 면에서 아주 잘하고 있습니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올해 연말, 그리고 내년 상반기 되풀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비판을 하고 있군요,
민주라는 이념이 정착되려면 정론직필이 필요하지요

1 2013-06-26 08:22:58 | 211.***.***.28
개인 또는 단체 재산 형성에 쓰는 민간자본 보조 증액은 있을 수 없는 일,
예산은 도민 혈세임, 혈세를 의원 친분있는 개인, 단체 재산 증식에 쏟아 부 을 수는 없음

아산 2013-06-25 21:43:02 | 175.***.***.211
도의회를 볼때마다 안타까운 것은 소탐대실한다는 것이다. 정도껏하면 좋았을 텐데 7대경관 예비비 지적했던 의원들은 뭐냐

정신 차려야 2013-06-25 19:47:36 | 59.***.***.81
도의회는 임기내내 인사권타령에 선심성 예산과 지역에 도민의 세금 퍼다붓고

흘러간 줄 알았는데 누구는 또 선거 나온다면 기웃거리고,

이 모든게 도민 탓 아닙니까? 이사람들 탓하지 말고 우리가 정신 차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