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생명평화포럼과 평화와 번영 위한 제주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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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생명평화포럼과 평화와 번영 위한 제주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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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강봉수 제주대 교수

강봉수 제주대 교수.<헤드라인제주>
제주도를 비롯한 유관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2013"이 오는 5월 29일부터 31일까지 “아시아의 새로운 물결”라는 주제로 개최된다. 한편, 이에 하루 앞선 28일부터 30일까지 강정마을회를 비롯한 제주해군기지반대 단체들은 “그대, 이제 평화를 꿈꾸자”라는 주제로 “2013 제주생명평화포럼”을 개최한다.

두 주최단체가 내건 포럼의 화두중의 공통점은 “평화”이다. 그런데 왜 같은 “평화”의 문제를 주제로 하면서 두 주최단체로 나뉘어 별도의 행사를 개최해야 하는지 안쓰럽기 그지없다. 별도의 행사를 개최하는 자체부터가 “평화”라는 주제와 어긋나 보이기 때문이다.

두 단체가 개최하는 포럼의 규모나 도민적 관심을 따지자면 비교자체가 무의미할 것이다.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는, 한국판 다보스포럼이라 홍보되듯이, 각국의 전직 정상을 비롯한 유력한 전현직 정치인, 외교가, 학자, 기업가 등이 참여해왔다. 그리고 제주도는 정부의 지원 아래 제주포럼조직위를 두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참여인사를 섭외하고 도내외적 홍보를 대대적으로 펼치며 그럴듯한 대형행사를 치러왔다. 그렇게 하기를 벌써 8회째다.

그러나 “제주생명평화포럼”은 솔직히 제주포럼에 초대받지 못한 이들이 개최하는 조그만 행사에 불과하다. 평소 강정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은 도민이라면 이러한 행사가 있는지 조차도 모를 것이고, 행사결과의 반향도 별로일 것이 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느 측 행사가 진정으로 “평화”의 뜻을 올곧게 펼치려는 행사인지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2년마다 개최해온 제주포럼을 지켜본 도민이면 다 알 것이다. 이 포럼의 원래 기획 의도는 평화 그 자체였고, 평화를 전제하지 않은 번영은 있을 수 없다는 관점에 합의하여 만들어지고 개최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포럼의 공식명칭도 분명히 “제주평화포럼”이었다. 2001년 처음으로 개최된 “제주평화포럼”은 2000년 6•15남북정상회담의 1주년을 기념하는 것이었고,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만들자는 기획과도 연결된 행사였다. 그래서 1회 때는 김대중 대통령이, 2회와 4회 때는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포럼에 참가하였던 바 있다. 1회 포럼에 참여한 인사들이 공동으로 채택한 “제주평화선언”(2001. 6. 17)은 말한다.

‣우리는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의 민족화해정신을 계승하고, 동북아의 공동 평화와 번영을 도모하기 위해 제주평화포럼을 정례화시켜 나간다.

‣우리는 이미 제주도개발특별법에 성문화되어 있는 ‘평화의 섬, 제주’ 정신을 제주평화포럼에 반영,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동시에, 제주도가 한반도, 동북아, 그리고 세계 평화의 구축에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우리는 제주평화포럼을 통해 한반도 및 동북아를 총망라하는 평화와 번영의 지식공동체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이 지역의 분쟁예방 및 해소, 신뢰와 평화체제 구축, 평화정신의 보편적 확산과 국가 간의 자유로운 관광교류의 확대, 그리고 공동번영의 연계망 구축에 적극적으로 기여한다.

‣우리는 제주평화포럼을 계기로 민·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남북평화센터”를 제주에 설립하여 한반도와 동북아의 공동 평화와 번영의 체계적 연구 수행을 위한 물적,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나갈 것을 결의한다.

과연 저러한 “제주평화선언”은 아직도 유효한가? 그러지 못한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이 포럼의 성격은 평화보다는 번영에 방점을 더 두기 시작하였고, 7회 포럼부터는 아예 명칭부터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으로 바뀌었다. 이번 포럼의 주제들도 대체로 평화보다는 번영의 문제에 더 관심이 많다. 마치 이것은 “평화를 통한 번영”이 아니라 “번영을 통한 평화”를 꿈꾸는 것 같다. 그것이 가능한지도 의문이지만, 왜 이렇게 포럼의 성격이 바뀌었을까? 제주해군기지 건설과 무관할까? 세계평화의 섬이라는 제주비전의 포기는 아닐까?

제주포럼2013에 초대받지 못한, 아니 “번영을 통한 평화”라는 구호가 허구임을 아는 이들이 주최하는 “2013 제주생명평화포럼”은 생명을 짓밟는 기기건설에 반대하고, 군사력의 확대를 통한 평화에 반대한다. 그들은 평화를 통한 평화만이 생명을 살리고 공동 번영을 가져오는 밑거름이라 여긴다. 지금 추진되는 강정해군기지 공사가 최소한의 인권이라도 존중되는 가운데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건설되기를 그들은 희망한다. 그래서 포럼의 주제에도 “그대, 이제 평화를 꿈꾸자”는 소망을 담고 있다.

어느 측 행사가 제주평화포럼의 원래 기획의도를 살리고 계승하려는 행사인지 프로그램을 눈여겨본 이라면 삼척동자도 다 알 것이다. 거대행사에 초대받기를 거부한 이들이 주최하는 조그만 행사가 도민들에게 주목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강정을 걱정하고 진정한 평화를 생각하는 이라면 벤처마루에서 개최되는 “제주생명평화포럼 2013”의 프로그램 중에 하나라도 참가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강봉수 제주대 교수,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연구원장>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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