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생일 챙기는 공공병원 원장님...환자도 '싱글벙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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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생일 챙기는 공공병원 원장님...환자도 '싱글벙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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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수의 진료실 창가에서] 멋진 공공병원 만들 수 있다

공공병원 문제로 많은 자료들을 들춰봤지만 하나같이 “공공병원을 강화하자”라든지, “공공병원의 재정, 시설, 인력 등에 대해서 국가의 책임을 늘려야 한다”와 같은 원론적인 얘기들밖에 없었다. 그 내용들을 보면서 과연 그렇게 하면 지금의 공공병원 문제들이 해결될까 의아했다. 물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들 있지만, 그 정도의 문제의식과 해법 가지고 실제 병원을 운영하라고 했을 때 지금의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겠느냐 판단해 본다면 전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왜? 공공병원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한 총론적인 것들도 의미가 있지만, 실제 운영에서 필요한 각론적인 것들이 지금의 문제들을 풀기 위해 더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의 신뢰 확보가 중요

신문보도, 관련 연구 자료나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보고도 해답이 안 보여 나는 직접 몇몇 공공병원들을 찾아 나섰다. 병원 규모, 시설, 인력 등을 둘러보면서 어렵게나마 몇몇 직원들과 병원의 책임자인 원장님들을 면담했다.

(사례 1)
유명한 대학병원 부원장 출신으로 있다가 정년퇴임하면서 오게 된 OO공공의료원의 김원장은 부임하면서부터 병원 노조 간부들을 여러 차례 만나서 병원 살리기에 대한 방안을 함께 고민했다. 뿐만 아니라 전 직원들의 생일을 일일이 챙기면서 꽃과 간단한 선물을 갖다 주었고, 카드에다가는 그 직원을 지켜본 소감을 적으면서 하는 업무가 힘들지만 병원과 환자를 위해서 애써 주니 너무 고맙다는 말을 빼곡히 적어서 함께 보낸다. 김원장은 병원 행사가 있으면 떡이나 음료수를 들고 청소 직원들이나 주차관리인들에게 먼저 갖다 준다. 이러한 모습에 직원들은 감동을 하고, 어려워도 원장의 뜻을 따르려고 같이 노력을 하게 되었다.
부임 초기에 직원들 월급이 제대로 지급되지 못할 상황이 되었을 때, 원장은 의사들에게 직원들 월급을 먼저 주자고 제안해서 승낙을 받았고, 노조에 이를 알리자 노조에서는 오히려 의사들이 먼저 월급을 가져가야 자꾸 떠나지 않을 거라면서 자기들이 양보하겠다고 거절했다. 몇 번이고 옥신각신 하다가 결국 의사들의 급여를 먼저 정산하게 되었고, 직원들은 80% 정도의 월급을 수령해야 했다. 다음 달에도, 또 다음 달에도 직원들은 제대로 된 월급을 손에 쥘 수가 없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재정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직원들 급여가 어느 정도씩은 잘 돌아가게 되었고, 의사 인력도 많이 늘리고 시설도 보강해서 지역 주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게 되었다.


노조와 해마다 분쟁을 겪어야 했던 위의 OO의료원은 원장이 몇 차례 연임을 하는 동안에 한 번도 분쟁 없이 단체교섭이 통과되었으며, 전 직원들의 화합된 분위기 속에 병원이 움직이고 있었다. 거기에 지방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되어 병원 건물을 리모델링했으며, 의사 인력도 보강을 해서 처음에는 괄시하던 지역 주민들도 이제는 많이 찾아오는 병원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사례 2)
OO의료원으로 새로 부임한 강원장은 오래 전부터 지금의 병원을 어떻게 운영할지 고민해오던 터였다. 그러던 중 원장 공모에 응했고, 몇몇 전문가들과 논의 끝에 종합병원으로서의 지위를 내려놓고, 지역 특성에 맞는 병원으로 바꾸기로 결정을 했다. 종합병원이 아니면 진료 수가도 낮아서 운영에 차질이 생기지만 정말 필요한 진료과를 잘 키우면서 노인질환 중심으로 만들어 나가기로 했던 것이다.
노인전문병원에 걸맞게 시설이나 장비도 맞춰서 보강을 했고, 내과와 신경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를 핵으로 지역의 의료 욕구도 충족하면서 어르신들의 질환에 전문적이고,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위 의료원은 종합병원을 고집하지 않으면서 시대적 변화와 지역민들의 욕구를 잘 파악해서 운영 방침을 전환한 예이다. 아직 운영 초기여서 그 성과는 평가를 할 수 없지만, 내가 찾아갔을 때는 왠지 모를 도전에 대한 의지가 느껴졌고, 외래마다 환자들이 빼곡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멋진 공공병원을 만들기 위하여

만성 적자의 병원, 지역 주민들이 신뢰하지 않는 병원..... 이것은 지금의 공공의료원들에 항상 따라다니는 이미지이다. 하지만 최근 진주의료원 사태처럼 맘에 들지 않는다고 없애버리는 게 정답일까 물어본다면 그 대답은 또한 ‘아니올시다’이다. 그것은 마치 아이들이 다니는 공립학교를 없애고, 모든 학교를 사립학원으로 만들어버리는 꼴과 같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향하고자 하는 공교육의 이념을 없애고, 저급한 시장의 논리에 우리 아이들을 맡겨 놓을 것인가?

사립학교조차도 많은 운영비를 국가에서 대면서 공공의료원에는 찔끔찔끔 지원금을 대면서 왜 그렇게 싫은 소리들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전국 34곳 지방의료원들은 20% 이상의 의료급여환자들을 돌보고 있으며(민간병원의 경우 12%), 국가 재난 사태에는 첨병 역할을 해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익이 안 된다고 민간병원들이 기피하는 하는 의료사업들을 꿋꿋이 해내고 있는 공공의료원을 오히려 더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닌가? 민간병원들도 비보험 진료, 특진비, 값비싼 검사와 치료가 아니면 흑자를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지금의 실정에서 대한민국의 공공의료원들은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공공의료원들 내부의 문제점이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스스로 개혁해야 할 부분들도 많다. 원장이나 조언자가 병원 개혁 방안을 내놓아도 모른 채 무시하는 중간 관리자들의 행태는 커다란 병폐이다. 원장은 2~3년 있다 떠날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서 더 능동적으로 사고하고 조직해야 할 중간 관리자들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의사들이나 직원들의 적극성 부족도 문제로 지적한다. 성실히 환자를 대하면서 지역의 주민들이 병원을 찾아오게끔 해야 하는데, 뭔가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례 3)
병원 청소부 김씨 아주머니는 여느 때처럼 병실을 돌며 일을 하는데, 한 환자가 자기를 불러서 호소를 한다. “아주머니, 검사 끝났기 때문에 밥을 먹어야 하는데, 밥이 왜 안 나오죠? 간호사한테 얘기 좀 해주세요. 아이고, 배고파.....”
김씨 아주머니는 병동 스테이션으로 가서 간호사에게 그 병실의 환자 문제를 얘기한다. “어, 아주머니 말해줘서 고맙습니다. 그 환자 밥을 따로 시켰는데, 조금 늦나봐요. 저희가 가서 말씀드릴게요. 늘 신경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병실에 문제가 있으면 저희에게 말해주세요. 바빠서 빼뜨리는 것들을 아주머니가 함께 도와주시니까 든든하네요.” 간호사의 말에 청소부 아주머니는 보람을 느낀다. 비록 환자를 대하는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자기도 환자의 케어에 같이 복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간호사는 병실로 가서 그 환자에게 금방 식사가 올 것이라고 안심시켰고, 이 말을 빼놓지 않는다. “아까 청소하시는 김씨 아주머니가 말해주셔서 저희가 더 빨리 식사를 준비해 달라고 영양사실에 얘기했어요. 30분 내로 올 거예요. 아주머니가 병실을 청소하시면서 저희들이 못하는 부분을 들어주는 역할을 하니까 저희들도 간호사가 한 명 더 있는 느낌이 들어 좋아요.”
이 병원은 환자 신뢰를 얻은 여러 사례들을 모아서 직원회의 때 중간 관리자들이 발표하고, 그 직원을 칭찬하면서 의기를 북돋워준다. 이러한 병원의 분위기는 원장의 의지와 중간 관리자들의 노력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라고 한다
.

보통의 병동이었으면 자기들이 알아서 다 하니까 청소부 아주머니는 신경 쓰지 말라고 핀잔을 줬을 것이다. 하지만 이 병원은 의사나 간호사만 아니라 청소부부터 전 직원들이 환자를 위해서 모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고, 어느 직원일지라도 환자를 위해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만들어 주고 있는 두 가지 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것이 환자가 병원을 신뢰하는 중요한 지점이다.

물론 병원의 의료시설이나 의사 인력이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이 부족하니까 공공의료원은 운영이 힘들다고 너무 핑계 대는 것은 아닐까? 지역 주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스스로 변화하려는 노력을 덜 하고 있는 부분은 없을까? 지방의 어떤 공공의료원은 만성 적자에, 주민들의 믿음을 얻지 못하는 가운데에서도 무리하게 심혈관 센터를 추진하기도 한다.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의료시설을 확충한다는 명분이지만 30분이면 근처 대학병원으로 이송도 가능한데, 과연 그러한 훌륭한 시설이나 장비가 없어서 의료원이 신망을 못 얻는 걸까 먼저 자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

신뢰란 믿음이 가고, 의지하게 된다는 뜻이다. 병원으로서 신뢰를 갖는다는 말은 믿고 자신의 건강과 더 나아가서는 삶과 죽음의 문제까지도 맡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인력과 장비도 중요하지만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 지금의 공공의료원들은 지역사회 종합병원으로서 주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구체적인, 정말 주민들의 가슴을 움직이는 노력을 하고 있는가? 이는 비단 몇몇 공공의료원만 고민해야 할 게 아닐 듯하다.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 속에서도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신뢰는 주민과 환자들의 충성심을 얻는 것으로 나타나게 된다. 지금부터라도 공공의료원들은 ‘공공’이라는 글자를 지우겠다는 의지를 가졌으면 한다. 민간병원들은 망하느냐, 흥하느냐의 기로에서 항상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지낸다. 공공의료원들도 우리가 스스로 해내지 못한다면 망할 수 있다는 각오로 환자들을 대하고, 병원 체질 개선에 노력을 배가하도록 해야 한다. 그 가운데 국가나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을 얻어야 하며, 주민들이 “우리 지역의 OO의료원은 정말 찾아가고 싶은 곳이야.”라는 말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찾은 의료원 중 몇 곳은 정말 그러한 노력들을 하고 있었다. 그러한 사례들을 연구하고 독특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우리도 멋지고 안심이 되는, 지역 의료의 중심이 되는 공공의료원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보자.<헤드라인제주>

고병수 365일 원장 그는...

   
고병수 원장.<헤드라인제주>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현재 제주시 '탑동365일의원'에서 진료하고 있다.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동시에 '새로운사회를 여는 연구원'과 '구로건강복지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온국민주치의제도'가 있고, 우리나라의 일차의료제도 개선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그의 <진료실 창가에서> 칼럼은 영국 의료제도와 국내 영리병원 도입 논란과 관련한 주제에서부터 직접 진료를 하면서 느끼는 점 등을 글로 풀어내면서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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