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파는 '딸기'..."알아주는 이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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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서 못파는 '딸기'..."알아주는 이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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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아라주는 딸기' 장터, 김남혁 아라동청년회장
"지역청년들이 자발적 중개 역할...지역축제 승화 시킬 것"

제주지역 명물로 서서히 자리매김하고 있는 '아라주는 딸기'. 이미 맛에서 만큼은 정평이 난 제주시 아라지역 딸기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8년째 운영되고 있는 '직거래장터'에서 벗어나 지역 자생단체, 농가, 주민 등이 한데 어우러진 '축제'의 성격을 띄기 시작한 것이다.

"딸기만 사고 가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즐길 줄을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밀려오는 도민과 관광객들을 맞이하며 함박웃음을 지은 김남혁 아라동연합청년회장(41)은 아라지역을 기점으로 한 '축제의 장'을 꿈 꾸고 있었다.

김남혁 아라동연합청년회장. <헤드라인제주>

# '지역명물' 아라주는 딸기 장터...어떤 배경?

어느덧 8회째를 맞이한 '아라주는 딸기 직거래 장터'는 아라동연합청년회의 주관으로 열리고 있다.

"아라지역 딸기를 재배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65세 이상이신 분들이 많아요. 직거래 장터는 이분들이 생산한 딸기를 지역 청년들이 중개인으로 직접 판매해 주는 방식입니다."

딸기라는 과일의 특성상 그날 재배한 딸기는 그날 판매해야 한다. 하루만 지나도 물러 상품가치가 뚝 떨어지는 탓이다.

종전까지는 알게 모르게 농민들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재배한 딸기를 유통상인이 사주지 않겠다고 하면 농민은 그야말로 '을(乙)'이 되곤 했다.

결국 지역 청년들이 나서 딸기 판매를 도왔고, 직거래 장터 아이템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아라주는 딸기는 맛으로도 유명하지만 무엇보다 시중가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매력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

이날 장터에서 판매된 딸기들도 시중에선 2만5000원에서 3만원 선에 판매되던 양을 1만7000원에서 2만5000원 선으로 저렴하게 판매됐다.

"올해 작황이 좋지 않아서 지난해보다 생산량이 30~40% 정도 줄었거든요. 걱정이 많았었는데 찾아와주시는 분이 굉장히 많네요."

김 회장은 아라지역 딸기가 품질에서 만큼은 뒤쳐지지 않는다고 자부심을 내비쳤다. 이날 판매되는 딸기들도 모두 아침 일찍 따다가 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장에서 건장한 청년들은 딸기 박스를 나르느라 바삐 움직였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이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17일 열린 아라주는 딸기 직거래장터에서 딸기를 사기위해 모여든 제주도민들. <헤드라인제주>

# '신의 한수' 목석원 터 장소변경..."한결 여유생겨"

지난해까지 아라동주민센터 앞 공터에서 열렸던 장터는 올해부터 옛 목석원 터로 장소를 옮겼다.

종전 주민센터 앞 공간이 협소하기도 했고 대도로변과 맞닿아 있어 위험성에 노출돼 왔던 터다.

"지난해 행사할때는 하루에만 1500여명의 도민들이 찾아주셨어요. 딸기를 사려고 70-80m 줄을 서시면서 한 시간을 기다리는데 너무 죄송하더라고요."

고민 끝에 올해 장터는 장소를 옮겨 공간적인 여유를 확보했다. 장터가 열리면 도로 한켠을 차량으로 가득 메웠던 딜레마도 말끔히 해결됐다.

장소가 넓어지자 프로그램도 더욱 다양해졌다. 이날 현장에는 도자기만들기 체험을 비롯해 딸기쥬스 시음.시식 코너, 공예품 만들기 등의 부스가 운영됐다.

행사장 한켠에서는 가지나 고추, 참외, 방울토마토 등의 묘종이 2000~3000원 가량에 판매됐다. 부모님의 손을 붙잡고 따라온 어린이들은 신기한 눈으로 두리번 거렸다. 살아있는 교육장인 셈이다.

모처럼의 휴일을 맞아 장터를 찾아 온 가족단위 참가자들은 한참동안 행사장을 떠날 줄을 몰랐다.

"확실히 장소를 옮기니까 찾아오시는 분들도 한결 여유가 생긴 것 같더라고요. 예전에도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하기는 했지만 다들 구경만 하다가 가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김남혁 아라동연합청년회장. <헤드라인제주>

# "발전하는 지역사회...딸기 장터도 축제로!"

김 회장은 8년째 이어온 장터를 앞으로 '축제'로 승화시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찾아오시는 분들을 맞이하다 보니 장터만 있으니까 도민들이나 관광객이 와서 딸기를 사고만 가는게 아쉬웠죠. 시간적인 여유가 없으신건 아닌 것 같은데 말이에요."

특히 문화적인 체험거리를 즐기지 못하는 지역사회의 여건이 아쉬웠던 그였다.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즐길 줄을 모르는 것 같았어요. 서울 인사동 같은 곳을 보면 체험활동이 자연스러운데 제주도는 그런게 많이 없잖아요."

아라주는 딸기 장터의 문화적 요소는 해를 거듭할수록 서서히 늘어가고 있다. 올해 프로그램도 지난해보다 더욱 다양해졌다.

그는 아라지역의 가능성을 볼때 아라주는 딸기도 더욱 발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아라동이 급격하게 도시화가 되고 있어서 찾아오는 분들도 더 많아질거에요. 아직은 장터지만 이제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로 승화시킬 예정입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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