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사고 부른 공권력 투입, 이유는 '꽃화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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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사고 부른 공권력 투입, 이유는 '꽃화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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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제주해군기지 공권력 투입의 어줍은 명분
충돌 예견된 '작전'...사고 터지자, 행정당국 왜 침묵?

서귀포시 강정 제주해군기지 '불법공사' 논란이 서귀포시와 경찰공권력의 '작전 중' 발생한 한 여성주민의 추락사고로 격한 대치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0일 강정주민들은 물론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권에서도 과잉적 공권력 행사가 부른 사고로 규정하고, 추락사고 경위 등에 대한 진상규명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규모 충돌상황이 빚어진 이날 있었던 일련의 이들을 살펴보면, 꼭 그토록 '무리한 작전'을 펼 수밖에 없었는 상황이었는가 하는 점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상황은 오전 8시 시작됐다. 서귀포시는 경찰에 지원요청을 한 가운데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앞에 있는 제주해군기지 반대측에서 설치한 천막 2동을 강제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강행했다.
 
행정대집행에는 공무원 100여명과, 경찰 6개 중대와 4개 제대 등 760명이 투입됐다.
 
전체면적 20여㎡ 규모의 이 천막은 강정마을회와 범대위가 지난해 11월 설치한 것으로, 강정마을회측에서는 공사장에서 빚어지는 '불법 공사' 감시용으로 쓰이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거가 시작되자 강동균 강정마을회장 등은 목에 건 쇠사슬을 천막 기둥에 묶고 저항했지만 경찰이 절단기로 쇠사슬을 자르며 1시간여 만에 천막 철거작업은 마무리됐다. 주민 등 4명은 경찰에 연행됐다.
 
상황은 일단 이것으로 종료되는가 싶었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곧이어 서귀포시가 천막이 설치됐던 지점에 '꽃 화단'을 조성하기 위해 포클레인을 동원해 공사가 시작되자, 경찰은 항의를 계속하는 주민 등을 한켠 강제 이동시켰다.
 
이 과정에서 오전 10시19분께, 경찰에 고착된 주민 중 난간에 앉아있던 김모씨(40. 여)가 한 경찰관과 몸이 부딪히면서 중심을 잃고 6m 아래의 계곡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추락한 여성은 복부 등에 심각한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후송돼 긴급 수술을 받았다.
 
이 사고로 경찰도 크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고가 발생한 후, 경찰은 이날 '작전'의 불가피하게 전개될 수 밖에 없었고, '부딪힘'에 의도성이 없었다는 해명입장을 냈다.
 
서귀포시는 최소한의 유감 표명 없이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날 공권력 행사가 지극히 정상적이고, 불가피한 것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러나 일련의 과정 속에서, 공권력 행사의 불가피성 내지 시급성을 따져 본다면 의아스러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첫째, 서귀포시의 행정대집행 명분의 시급성이다.
 
서귀포시는 '법규에 따라'를 내세웠지만, 현재 전개되고 있는 강정마을 상황에서 천막 2동의 철거가 매우 시급한 것이었나 하는 점에 있어서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무단으로 설치된 시설물은 강제 철거할 수 있도록 행정규정과 지침에 명시돼 있다고 하지만, 현재 강정마을 상황에서 이 문제가 그토록 중요했나 하는 점은 의문이다.
 
 '불법 공사' 논란이 제기될 때도 소극적으로 나서던 행정당국이 원상복구가 쉽게 이뤄질 수 있는 천막시설 하나에 집착했던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도 물리적 충돌이 뻔히 예견되는 상황 속에서도, 대규모 경찰력까지 지원요청하면서 행했기에 더욱 그렇다.
 
천막이 강제철거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포클레인을 동원해 조성한 '꽃 화단', 이것이 목적이었다면 코메디 중의 코메디다.
 
마을 공동체가 붕괴되고, 주민들은 생업을 포기한채 제주해군기지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는데, '꽃 화단' 조성을 통해 위안을 주려했던 것인가.
 
저항하는 주민들을 강제진압하면서 추락사고까지 부른 결과물이 '꽃 화단'이었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두번째, 서귀포시의 요청이란 명목으로 펼쳐진 경찰공권력의 무리한 작전의 문제다. 천막을 철거할 당시부터 경찰력은 저항하는 주민들에 매우 단호했다.
 
 쇠사슬을 목에 매고 저항하는 주민들을 끌어내는 과정도 그랬지만, '꽃화단' 조성을 위해 이어진 소위 '고착 작전'도 주민 안전은 그다지 배려되지 않은 듯 했다.
 
당시 상황이 촬영된 동영상 확인결과 경찰이 주민들을 한쪽으로 몰아붙인 곳은 벼랑끝 쪽이었다. 영상을 보면 경찰에 둘러싸여 앞으로는 나아갈 수 없고, 뒤로는 벼랑이었다.
 
이런 고착은 상당히 위험한 것이었다. 비록 의도하지 않은 '부딪힘'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벼랑끝에서의 고착은 매우 위험한 작전이었다.
 
 결국 이날 발생한 충돌상황, 그리고 추락사고는 서귀포시당국과 경찰의 '무리한 작전'이 부른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번 사태를 부른 1차적 책임은 행정당국과 경찰에 공히 있다.
 
민생시책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제주도정이 '꽃 화단'을 위해 대규모 경찰력까지 투입시켜 저항하는 주민들을 진압한 일은 부끄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제주도정과 서귀포시는 '침묵'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왜 꼭 그랬어야 했는지 납득할만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정말 '꽃 화단'이 그토록 중요했는지, 아니면 이를 빌미삼아 제주해군기지 반대측의 저항의 목소리를 억누르고 싶었는지를. <헤드라인제주>
 

김모씨가 경찰관과 부딪힌후 계곡쪽으로 떨어지고 있다 . <동영상 캡쳐, 헤드라인제주>
김모씨가 경찰관과 부딪힌후 계곡쪽으로 떨어지고 있다 . <동영상 캡쳐, 헤드라인제주>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앞에서 한 여성이 강정천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경찰 등이 계곡 아래 쪽을 내려다 보고있다. <헤드라인제주>
추락사고가 발생한 지점에서 구조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추락사고가 발생한 도로 위 전경. 서귀포시는 꽃화단을 만들기 위해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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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해 2013-05-12 08:05:44 | 211.***.***.103
사람이 먼저다. 꽆화단이 먼저일수 없지요
서귀포시청 정말 한심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