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받은' 사회복지 공무원...꽃다발 건넨 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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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받은' 사회복지 공무원...꽃다발 건넨 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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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사회복지 7급 이은정씨의 '이유있는 수상'
현장밀착형 '스킨십 행정'...시상식장엔 '어르신 팬' 감동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가는 복지욕구. 이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의 남 모르는 희생이 뒤따라야만 했다.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노인, 여성, 아동 할 것 없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업은 으레 그들의 몫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주위 사람들은 사명감과 책임감 없이 버티기는 어려운 자리라고 혀를 내두르곤 한다.

"사회복지 업무가 굉장히 다양하고 힘든 것은 맞아요. 하지만 얼마나 많은 관심을 쏟아주는지에 따라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제주시 도두동주민센터 이은정씨(44)는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그가 생각하는 사회복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이은정씨. <헤드라인제주>
# 쑥스런(?) 장관표창..."당연히 해야할 일인데요"

사회복지 7급 공무원 이은정씨는 올해 제41회 어버이날을 맞아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홀로사는 노인과 자매결연을 적극 알선하며 '가족같은 복지행정'을 추구했다는 공을 인정받으면서다.

그가 맡고 있는 도두동 내의 기초생활수급자는 60가구 100여명, 차상위계층 20가구의 30여명에 달한다. 홀로사는 노인 가구나 장애인 가구까지, 도두동 내의 모든 복지 대상자들을 홀로 담당하고 있다.

표창을 수상하는 과정에서 이은정씨는 과중한 업무와 폭주하는 민원 상담에도 미소를 잃지 않고, 민원인을 가족처럼 대하고 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업무 외의 일임에도 홀로 사는 어르신 가정을 방문해 밑반찬을 전달하고, 말벗이 되어주는 등의 행실도 톡톡히 인정받았다. 쓰레기봉투를 전달하는 등의 사소한 일거리도 마다치 않은 그였다.

축하의 말을 건네자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손사래를 친 이은정씨. "저 뿐만 아니라 전임자도 해오시던 일이에요. 노인이나 장애인 분들에게 전달할 것이 있는데 직접 동사무소로 오시라고는 못하잖아요."

2001년 공직에 입문한 그는 올해로 13년째 사회복지 업무를 맡고 있는 베테랑이다. 제주시청과 조천읍, 한림읍, 연동 등을 두루 거쳐 도두동에 자리 잡은지는 3년째다.

"도두동이 동지역이기는 해도 '도심속의 농어촌'이나 다름 없어요. 마을이 크지 않아서 서로 사정을 훤히 알거든요."

그에게 있어 사회복지 대상자들은 그야말로 '집에 밥 숟가락이 몇개인지까지 아는 사이'였다. 마을 어른들은 그를 불러다가 배추나 상추 등 계절채소를 챙겨주고는 한다.

"사람들이 다들 너무 좋으세요. 저도 그렇지만 저를 식구처럼 생각해주시거든요. 오늘은 경로당에서 무슨 행사를 하고 있는데 빨리 오라더니 세제를 챙겨주시더라니까요?"

마을 노인들은 이번 어버이날 시상식에서도 감동을 안겨줬다.

공무원의 경우 표창을 받더라도 별도의 문서로 내려와 공식 석상에서 상장을 받지는 못했지만, 시상식장에 마을 어른들이 직접 찾아와 꽃다발을 한 아름씩 안겨준 것이다.

"우리 남편에게도 맨날 이야기해요. 저한테 양엄마가 있다고요."

# "사회복지 서비스 종류만 200가지가 넘어요"

좋은 일도 찾아오지만, 사회복지 업무는 고충도 많이 따른다.

"작은 마을에서는 사회복지 업무의 경우 한 사람이 몰아서 맡거든요. 지금 제가 맡고 있는 서비스 종류만 해도 200가지가 넘어요. 그때그때 내려오는 서비스를 일일이 맞춰가기가 쉽지는 않죠."

10년 넘게 사회복지 업무만을 담당하고 있는 그에게도 생소할 정도로 복지 업무는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전산으로 관리되는 업무도 분명한 한계가 보이곤 한다.

"얼마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결심을 한 사회복지 공무원들도 이해가 돼요. 한창 일이 몰아치는 2-3월에는 전산입력을 하는것 만으로도 까마득하거든요."

인구가 많은 지역은 관련업무를 나눠서 전담하고는 하지만, 또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다. 맡아야 할 대상자들이 그만큼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복지 공무원의 충원과는 별개로 민원인들과 동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변에서는 사회복지 공무원들의 속 사정까지는 모를 수 밖에없죠. 많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도와주셔야 해요."

이은정씨. <헤드라인제주>

# 사회복지 현장의 '맹점'..."세세한 관리 어렵죠"

현장에서 느낀 현 복지체제의 한계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꺼냈다. 그는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이 도입되면서 복지 대상자들에 대한 관리는 효율적이게 됐지만, 세세한 복지는 이뤄지지 못한다고 이야기했다.

"만약 4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가정에서 기초수급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소득액이 월 150만원이라고 생각을 해 보세요. 150만원 이상 벌 생각을 하겠어요? 혜택을 받으려고 140만원 정도만 벌려고 하겠죠. 이런 부분은 전산망으로 잡아낼 수 없어요."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이 도입된지 약 3년쯤 지나가는 시점에서 느낀 현장의 맹점이다.

"민원인들이 동사무소 와서 따지셔도 답해드릴게 '시청가서 물어봐야한다'밖에 없더라고요. 장단점은 있겠지만 복지대상자 관리 업무는 읍면동에서 처리해야 할 일인 것 같아요."

결국, 자신의 일거리를 더 늘리는 방법이 맞다고 주장한 셈이다.

"물론 사회복지 업무가 힘들기는 하죠. 그래도 마음먹기 나름 아닐까 해요. 지금까지 거쳤던 곳은 육체적으로 힘들었을지는 몰라도 정신적으로 힘들지는 않았거든요."

평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삶이 업무에서도 배어나온 터. 남들은 기피하는 작은단위 마을에서의 업무도 벌써부터 떠날 걱정이 앞선다는 그였다.

"동네 어르신들이 워낙 가족같은 분들만 계셔서요.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면 눈물이 날 것 같은데 어쩌죠?"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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