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꼴찌' 30살 대학생, 그래도 활짝 웃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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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꼴찌' 30살 대학생, 그래도 활짝 웃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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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대학가 '청년행동' 전호광씨, 그에게 청년이란?
"행동하는 청년이 되어야죠"...'구럼비 통곡' 학내 1인시위 선뜻

청년들이 사회 현안에 많은 관심을 갖지 않는 문제는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때 시대를 이끌었던 젊은 세대는 최근에 이르러 어딘지 경직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주지역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다. 지역 이슈를 꿰뚫기는 커녕 관심을 갖고 있는 청년을 만나는 일조차 쉽지 않다.

고립된 지역사회의 책임으로 돌리기에는 사회가 저만치 앞서가 있다. 마음만 먹으면 손 안의 스마트폰으로 세상 돌아가는 일들을 훤히 꿰찰 수 있는 탓이다.

"아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것일 뿐이죠. 청년들이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은 너무 서글프지 않나요?"

제주대학교 수의학과에 다니는 전호광씨(30)는 청년들이 한 발자국씩이라도 사회에 다가가야 한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의 대학생활은 이번이 두번째이다. 이미 다른 지역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후, 수의학을 전공하기 위해 다시 대학과정을 밟고 있다.

전호광씨. <헤드라인제주>

# 1인 피켓시위 선뜻..."대학생의 '행동', 바로 지금 해야죠"

그는 학교 내에서는 이미 어느정도 알려진 유명인사다.

한창 제주해군기지 문제로 인한 충돌이 심각했던 지난해 3월 '구럼비가 통곡한다'는 달랑 피켓 하나 들고 학생들이 많이 오가는 학생회관과 기숙사식당 앞에서 1인 피켓시위를 벌였던 그였다.

지난해 12.19 대선에서도 전면에 나서 학생들의 투표를 독려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특정 정파를 지지하지 않는 순수한 투표 독려 행사였다. 최근에는 '벚꽃엔딩'축제를 진행했다.

기본적으로 수의학과 학생인 그에게 있어 하루는 너무나 짧았다. 아침부터 오후 6시까지는 학과공부에 매진해야 하고, 저녁 시간에는 그간 벌려놓은(?) 일들을 맡아야 한다.

수의대학 대의원회 의장, 환경동아리 리어스(Re-earth) 회장, 강정을 생각하는 대학생 모임, 독서동아리 청출어람 등이 그가 속해있거나 직접 맡고 있는 직책이다.

"우리 학과는 매주 시험을 보는 식으로 운영되거든요. 뭐 학과에서는 거의 꼴찌를 다투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빙긋 웃는 전씨.

"졸업을 하고 나면 수의사는 꼭 되고 싶어요. 어렸을 때부터 꿈 꿔오던 직업이에요. 하지만 대학생으로서, 대학생이 할 수 있는 행동은 지금 밖에 기회가 없다는 거에요."

전문기술로서의 수의학을 평가 절하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상대적인 성적이 좋지 않을 뿐 학과공부는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 강정을 생각하는 모임..."내면 들여보고 싶었을 뿐"

제주의 자연가치를 학생들에게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환경동아리 리어스(Re-Earth)는 이 같은 생각에서 꾸렸다. 구호뿐인 환경운동을 지양하겠다는 뜻에서였다.

아직도 학교내 동아리연합회의 정식 등록 절차를 밟고 있지만 그 간의 활동은 활발했다. 지난해 세계자연보전총회 당시 영상물을 제작과 캠페인을 벌였다.

올 봄에는 제주대학교의 명소인 왕벚꽃길에서 '벚꽃엔딩' 행사를 마련했다. 궂은 날씨로 인해 일정이 급변경돼 당초 예상했던 인원이 참석치는 못했지만 나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온-오프라인 상의 관심이 있는 학생들을 직접 모아 '강정을 생각하는 대학생 모임(강대모)'을 만든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고향이 부산인 그에게 제주도 학생들이 지역 일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이상하게 비쳐졌다.

지난해 1인 피켓시위를 벌인 전호광씨. <사진제공=제주대학교신문>

"해군기지를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여부를 떠나 강정마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어떤 학생은 강정사람들이 땅 값을 올려받으려고 시위를 한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강대모도 표현 그대로 '생각하는' 모임이다.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해보자는 취지에서 뜻을 모아 만들었다.

"제가 ROTC 출신이라 안보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안보라는 것이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것인데 그 마을 주민들을 지키지 못하고 절차가 무시된다면 분명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요."

강대모는 오프라인 상에서 25명, 온라인 상에서 120명 가량의 제주도내 대학생들이 참여해 활발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 "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버려야 해요"

그는 대학생들이 '내 일이 아니다'라는 인식을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참 벌어지고 있는 강정마을 문제나 쌍용차 비정규직 문제가 나의 아버지고, 형이고, 삼촌이었다면 관심 없이 넘어가지는 않았을 거에요. 나와 가까이 있지 않은 문제라고 등한시한 거죠."

이로 인해 젊은이들의 자발적인 사회 참여가 억눌린다는 생각도 내비쳤다.

"학생들이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게 아니에요. 그렇게 생각할게 아니라 싸워야 하는데 다들 한 발자국씩 멀어져서 사회를 바라보고 있지 않나 싶어요."

자신의 좌우명을 헬렌 켈러 '삶은 하나의 거대한 모험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밝힌 전씨.

"아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지만 행동으로는 옮기지 못하고 있어요. 행동하려고 노력하는 것, 시도해 봐야겠다고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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