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원 설립, 꼭 '공공의료' 때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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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원 설립, 꼭 '공공의료' 때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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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수의 진료실 창가에서] 공공의료원 설립 목적은?

어느 공공의료 발전을 위한 토론회에 갔을 때의 일이다. 토론자로 온 어느 전문가분이 대한민국 공공의료원의 설립 취지를 말하던 중 “우리나라 공공의료원은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서비스 제공과 지역의 풍토병이나 보건의료와 관련된 국가적 재난에 대처하는 것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 만들어졌습니다.”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부터 머리가 지끈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 정말 대한민국에서 공공의료원이란 곳은 정말 희생과 봉사, 투철한 소명의식 없으면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구나. 결국 희생과 봉사라는 것은 부유한 상황에서도 하지만, 보통은 자신의 처지나 상황에 관계없이 자기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이타적인 관점에서 행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공공의료원들은 이익에 신경 쓰지 않고 공공의료 실현을 위해 힘쓰다보니 ‘적자병원’이라는 온갖 비아냥과 그를 뒤받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나 의원들까지도 비난을 할 정도로 힘들게 운영되는구나.....

이러한 생각들로만 끝났다면 내 머리가 아프지 않았을 것이다. 두통의 주범은 토론자들이 아무도 공공의료원의 설립목적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일어나 질문을 해야 했다.

“발표자 OOO 선생님 말씀은 잘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공공의료원의 설립목적이 꼭 공공의료 실현에만 있는 건가요?”

청중들이나 토론자들 모두 생소한 질문이라는 듯이 모두 나를 쳐다봤다. 귓불이 뜨겁고 괜한 질문을 했나 후회가 들기도 했다. 질문의 취지를 다시 정리해 달라는 사회자의 요청에 나는 우리나라의 공공의료원의 설립목적이 취약계층, 의료 접근성이 안 좋은 곳, 국가적 재난의 상황 등, 정말 그러한 상황들에 주동적으로 일을 하라고 만들어진 것인가 라고 정리를 하였다. 내 질문 취지를 잘 이해를 못했는지 토론자는 아까와 같은 얘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이어서 계속 공공의료원의 문제점, 발전방향 등을 토론하고 질문도 받으면서 진행이 되었지만, 내 관심은 거기서 끝났다. 첫 단추를 잘못 꿰었는데 다음 옷깃이 제대로 연결되겠는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공공의료원의 설립목적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2012>에서 우리나라 지방의료원의 설립근거와 목적을 알 수 있다. 제2조에서 ‘지방의료원이란 지역주민에 대한 의료사업을 수행할 목적으로 이 법에 따라 설립된 의료기관’으로 정의하면서 그 역할을 제7조에서 ‘1. 지역주민의 진료사업, 2. 감염병 및 주요 질병의 관리 및 예방 사업, 3. 민간 의료기관이 담당하기 곤란한 보건의료사업, 4. 의료인ㆍ의료기사 및 지역주민의 보건교육사업, 5. 의료지식과 치료기술의 보급 등에 관한 사항, 6.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공공보건의료 시책의 수행, 7. 그 밖에 보건복지부장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보건의료사업의 수행 및 관리’라고 규정하고 있다.

길게 나열되어서 복잡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단순히 말하면 지역에서 일반 진료를 주로 하면서 필요한 공익적인 의료사업을 하라는 것이다. 이 표현이 중요한 것이 우리는 자칫 지역의 공공의료원을 무슨 공공의료의 첨병쯤으로 여기기 때문에 잘 새겨둘 필요가 있다.

많은 연구 자료들이나 글들을 보면 상당수가 공공의료원의 역할을 공공의료의 실천이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보게 된다. 실제로는 지역에서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평범하게 제공하면서 지역병원으로 자리 잡으라고 한 것이 본말이 전도되어 ‘공공’이라는 것에 중심점이 잘못 잡히게 된 것이 아닐까? 그러다보니 지금의 공공의료원이 겪는 딜레마가 만들어진 건 아닐까?

실제로 공익적 보건의료서비스를 중심에 두고 행하려면 특수목적 병원들이어야 한다. 한센병원, 결핵병원 등처럼 말이다.

물론 공공의료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지역의 일반적인 건강이나 의료문제가 주된 관심사이어야 하고, 특별히 공익적인 보건의료서비스를 사립병원들과 차별적으로 잘 하라는 것뿐이다. 그러한 목적을 위해서 만들어졌기에 국가나 지방정부는 지원과 물적 토대를 마련해 주겠다는 것이다.


◇공공의료원은 일반 병원이라는 생각으로

우리나라에서 지역거점 공공병원이라면 34개 지방공공의료원과 5개의 적십자병원을 말할 수 있다(안타깝게도 최근 경상남도는 진주의료원을 없애기로 하여서 지방공공의료원이 33개로 오히려 줄어들게 되었다). 그들 모두 인력난, 재정난을 겪고 있고, 지역주민들의 신뢰를 제대로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그러한 연유에는 공공의료원을 운영하는 측면에서나 국가나 지방정부, 혹은 관련 연구자들이 지나치게 공공이라는 측면만 강조해서 문제점이 나타나는 점도 없지 않을 것이다.

‘공공(公共)’이라는 말은 사전적 의미 그대로 사회의 일반 구성원들에게 공히 관계되는 것을 말한다. 공공의료원은 그래서 지역사회의 일반적인 주민들에게 필요한 보건의료서비스를 적절히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자본주의의 첨단 국가인 대한민국과 같은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사립병원들이 돈 안 되니까 접근하지 않는 분야를 맡아서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본말이 전도 되어서는 안 된다.

공공의료원을 그냥 편하게 바라봤으면 한다. 그 병원들도 그냥 일반 병원들처럼 생각해 주자. 그렇다고 병원의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보통의 병원들처럼 생각하자는 것이다. 거기에서 출발해서 지역에서 자리 잡게 하고, 주민들이 원하는 의료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독려할 수 있었으면 한다.<헤드라인제주>

고병수 365일의원 원장 그는...

   
고병수 원장.<헤드라인제주>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현재 제주시 '탑동365일의원'에서 진료하고 있다.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동시에 '새로운사회를 여는 연구원'과 '구로건강복지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온국민주치의제도'가 있고, 우리나라의 일차의료제도 개선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그의 <진료실 창가에서> 칼럼은 영국 의료제도와 국내 영리병원 도입 논란과 관련한 주제에서부터 직접 진료를 하면서 느끼는 점 등을 글로 풀어내면서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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