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만든 카푸치노 한잔 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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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인권이야기] <37>휠체어 타고 도전한 바리스타

강승미 제주장애인인권포럼 행정지원팀. <헤드라인제주>
두터운 옷차림이 어색해지고 따스한 기운을 만끽할 수 있는 요즘, 바쁘지만 그와중에도 여유를 만끽하고 싶은 계절인 것 같습니다. 

이런 봄날에 어느 단체에서 바리스타 과정 교육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바리스타는 단지 커피 전문가라는 정도의 지식밖에 없었지만 예전에 시청했던 ‘커피프린스’라는 드라마 덕분에 호기심과 어떤 막연한 기분에 기대어 교육을 신청하기로 했습니다.  

막연한 기분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커피숍에서 일도 해보고 언젠가 근사한 커피숍을 직접 운영하고 싶다는 꿈을 전부터 품어왔습니다. 배워두면 그 꿈에 한발짝 다가서는 것이리라는 생각에 과감하게 신청을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죠. 

교육을 주관하는 기관을 방문해 담당자에게 이것저것 문의를 했는데 시험은 필기와 실기로 이루어진다고 했습니다.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은 없더군요. 필기시험이야 책으로 공부만 하면 되지만 실기는 생각보다 만만하지가 않았습니다. 실기시험은 단지 커피만 만들면 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서 써빙하는 것까지가 점수에 반영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제 입장에서는 두려운 마음이 앞섰습니다. 그래서 교육을 받아야 할지 말아야할이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며칠이 훌쩍 지나 교육접수 마감기한이 되어 상담했던 담당자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빨리 접수를 하라는 전화였습니다.  

그 전화는 반가우면서도 두려웠습니다. 도전해보고는 싶지만 장애 때문에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는 않았거든요. 하지만 담당자의 설득과 내 안에 있던 꿈이 내게 용기를 불어넣어준 모양입니다. 그래, 중도에 포기하더라도 일단 시작해보자!

그렇게 나의 바리스타 도전기는 시작되었습니다. 학원에서의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커피의 종류, 어떻케 하면 맛있는 커피가 만들어지는지의 과정들, 여러 가지의 장비들을 배우면서 바리스타에 대한 나의 꿈은 더욱 커져갔습니다. 꾸준히 필기시험 준비도 하면서 우리나라의 커피의 역사, 어떠한 커피가 우수한 품종인지 하나하나 알게 될 때마다 큰 재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필기시험은 무난하게 통과.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정말로 두려웠던 실기시험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필기시험 치룬 후 두달여 기간동안 강사분들과 열심히 연습을 하면서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시험 당일날, 대기 장소에서 순번을 기다릴때 어찌나 떨리던지. 감독관이 내 번호와 이름을 부르는 순간 정말 이젠 올게 왔구나하는 생각에 잠시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흘린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나 봅니다. 커피 만드는 과정은 능숙하게 끝내고 가장 우려했던 커피 써빙도 잘 해낼 수 있었습니다. 실기시험을 마치고 나서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 기분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렇게 하여 몇 개월 동안의 고생 끝에 드디어 한국커피교육협의회가 인정하는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시험은 끝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서 장애인을 대상으로 직업훈련이나 다양한 취업관련 강습회를 실시합니다만, 그런 훈련과정을 마치거나 전문 자격증을 따더라도 실제 취업의 벽은 높기만 합니다. 직업훈련의 내용 등도 문제가 분명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장애인의 취업을 가로막는 더 큰 장벽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장애인 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앞으로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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