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운 사회복지직..."공무원 이전에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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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러운 사회복지직..."공무원 이전에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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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사회복지 공무원들의 하소연 "과중한 업무는 일상"
민원인 폭언-욕설도 감내...하소연할 곳 없어 '이중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분명 잘못한 일이지만, 그 심정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거에요."

제주 동부권의 한 주민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사회복지 공무원 A씨. 그에게 최근 과중한 업무에 치여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회복지공무원에 대해 운을 떼자 무겁게 입을 열었다.

업무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인력 충원은 전혀 없는 열악한 환경은 제주지역의 경우도 다를 바 없었다.

A씨에 따르면 읍면지역 일선에서의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은 그야말로 멀티플레이어를 강요 받는다. 기초수급 등은 기본이고 보육, 교육, 자활, 노인, 장애인 분야 등의 복지업무를 모두 섭렵해야 한다.

장애인 분야 하나만 놓고 봐도 차상위장애인, 장애인 연금, 장애등급별 수급 기준 등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세부적으로 나뉜다.

A씨는 "다른 행정의 업무들은 점점 전산화되고 단순화되는데 사회복지 업무는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며 "각 급 학교에서 지원을 받던 초중고교육비도 올해부터 읍면동 업무로 넘어왔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A씨는 과도한 업무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사회복지 공무원에 대한 부당한 대우가 그들을 더욱 서럽게 한다는 것이다.

사회복지 공무원들은 자신들을 이도 저도 아닌 '회색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지칭한단다. 사회적 약자들을 찾아내고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지만, 정작 그들에게는 한 없이 약자가 돼야하는 처지를 빗댄 표현이다.

A씨는 "사회복지 업무가 대부분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업무라고 생각을 할텐데, 실제로는 공무원들이 약자가 될 수 밖에 없다"며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항상 친절을 강조하는 공직사회의 풍토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최근 그의 근무지를 방문했던 한 민원인은 입에 담기 힘들 정도의 온갖 폭언과 욕설을 쏟아부었다. 장애를 갖고 있는 민원인이었는데, 새로 등급판정을 받는 과정에서 이전 등급보다 떨어진 것이 원인이었다.

"아무리 주민센터에 와서 따져봐도 소용이 없는 일인데 막무가내더라"며 당시를 떠올린 A씨는 "이제 이런일은 예삿일이다. 집을 폭파시키겠다는 둥, 죽여버리겠다는 둥의 협박도 비일비재하다"고 털어놨다.

매년초 기초생활수급 등의 판정이 다시 매겨질때면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사회복지 공무원들. 주민센터의 문이 열릴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 자신을 발견하곤 했을때 회의감까지 느낀다는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 "아무리 힘들어도 하소연할 곳 없어"

또 다른 사회복지직 공무원 B씨도 이 같은 견해를 크게 공감하면서 무엇보다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길이 없다는데 어려움을 토로했다.

B씨는 "우리로서는 규정에 맞는 지원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설명하면 말이 안통한다고 민원을 넣는 분들이 종종 있다"며 "이런일이 발생하면 상급자나 감사위원회도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무조건 시말서부터 쓰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사명감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민원인들의 쓴소리는 그러려니하고 받아 넘기겠지만, 우리도 사람이다보니 위에서부터 욕을 들으면 의욕이 떨어진다"며 "누구에게도 속 사정을 털어놓을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고 털어놨다.

주변에서는 이러한 이야기를 꺼내놓으면 "그래도 공무원이잖냐"라고만 대꾸한다고 한다. 그럴때면 서러움에 눈물을 감춘다는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특히 제주지역의 특성상 또 다른 어려움이 덤으로 얹혔다. 제주시 소속 사회복지공무원이 80여명인데, 이중 20명 정도가 출산이나 육사휴직으로 자리를 비웠다는 것.

제주도청 소속 공무원에 비해 유난히 더딘 일선 사회복지직의 승진 티오도 사기를 끝없이 저하시킨다고 호소했다.

# 우 지사 "사회복지 공무원 충원" 약속...마뜩찮은 이유?

이 같은 상황에서 우근민 제주지사는 21일 사회복지 담당공무원과의 간담회를 갖고 업무과중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우 지사는 이날 회의에서 "업무 과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부서장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수시로 업무실태를 파악해 업무가 과다하게 몰릴 경우 다른 직원의 협조를 받을 수 있도록 배분하는 시스템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복지는 다양한 법령, 민원처리 절차 등이 복잡하기 때문에 명확한 해석으로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면서 "제주의 사회복지 직원 1인당 담당 인구가 전국 8위인데 이를 1인당 3000명 미만이 되도록 사회복지직 공무원을 충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회복지공무원들은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므로 한곳에 배치되면 최소 2년 이상 근무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일선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에게 이날 지사의 발언은 큰 힘이 되지 못한 모습이었다.

일선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사회복지 공무원들의 이야기를 전해듣는다고 하더니 정작 일선에서 민원을 해결하는 공무원들은 한 명도 없이 도청소속 공무원들만 모아놓고 간담회를 하더라"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그는 "조금만 생각을 했다면 일선에서 고생하는 직원들 불러서 이야기도 들어주고 수고한다 이야기해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며 "그동안 충원 해주겠다는 약속은 해왔었는데, 이번에도 결국 믿고 지켜보는 수 밖에 없겠다"고 말했다.

그간 여러 창구로 어려움을 토로해왔지만 듣는 이가 없었던 사회복지 공무원들의 하소연. 이들의 바람은 이뤄지게 될까.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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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움 현실 2013-03-23 08:24:10 | 125.***.***.211
모든 직업의 애로사항이라는게 있지만 사회복지공무원에게 이런 어려움이 있는줄은 미처 몰랐네요 심지어 일이 힘들어 목숨까지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윗사람이 좀더 적극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공무원 2013-03-22 17:13:30 | 211.***.***.28
곁에서 지켜보기가 안타깝습니다. 실상은 기사 그대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