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사무조사 '불발' 충격파...의회 내홍 휩싸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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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사무조사 '불발' 충격파...의회 내홍 휩싸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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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명' 서명 불구 찬성표 고작 '14', 왜 이런 결과가?
의회 '혼돈', 제주도청 '웃고'...부결의 결정적 배경은

제주투자진흥지구 행정사무조사가 무산되면서,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큰 혼란에 빠졌다.

스스로 발의한 의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돼 적지않게 체면을 구긴 것은 둘째 치더라도, 의원들간 갈등으로 표출되면서 충격파는 매우 커 보인다.

제주도의회는 20일 오후 2시 제304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김용범 의원과 강경식 의원, 이선화 의원 등이 발의한 제주투자진흥지구 행정사무조사 요구서를 상정했으나, 부결됐다.

표결 결과 재석의원 30명 중 찬성 14명, 반대 10명, 기권 6명이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20일 열린 제주도의회 제2차 본회의. <헤드라인제주>
행정사무조사 발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는 김용범 의원과, 문화관광위 차원의 입장을 밝히고 있는 강창수 의원. <헤드라인제주>

지난달 요구서가 발의될 때만 하더라도 서명한 의원이 무려 27명에 달했다. 전체의원 41명 중 과반이 넘는 의원이 발의안에 서명하면서 이의 통과는 거의 확실시됐다.

찬성표가 불과 '14명'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행정사무조사권 발동에 찬성해 서명한 의원 중에서도 반대표 내지 기권을 했다는 얘기다.

본회의가 끝난 후, 그동안 행정사무조사권 발동을 강력히 추진했던 의원들은 충격을 크게 받은 후, 당혹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일부 의원들은 부결이 선포되자 마자 바로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반면 제주도청 간부공무원들은 의사당을 빠져나가면서 크게 안도하며 '표정 관리'에 무척이나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크게 우려했던 2건의 난제를 풀었기 때문이다. 투자진흥지구 행정사무조사 문제와 더불어, 마음을 졸였던 제주특별법 5단계 제도개선안도 비록 수정동의안으로 해 가결되기는 했으나 어쨌든 '통과'됐기 때문이다.

의원 스스로 문제가 있다며 발의한 의안이 '부결'이란 결과가 나온 이번 일련의 상황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사실 표결의 '이상한 흐름'은 이미 이번 임시회가 개회되기 전부터 의회내부에서 감지되고 있었다.

제주투자진흥지구 제도의 문제가 분명하고, 이를 입체적으로 조망해 각종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해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행정사무조사 요구서의 발의 취지에는 대다수 의원들이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해당 상임위원회인 문화관광위원회가 이번 임시회에서 6곳을 현장방문하며 집중적인 점검에 나섰던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가뜩이나 카사델 아구아 강제철거 논란을 빚은 (주)부영이 '몰아주기'식 투자진흥지구 지정으로 막대한 세제혜택을 받게 된데다, 보광제주는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받은 부지 중 일부를 중국자본에 매각하면서 도민사회 여론 또한 상당히 악화돼 있었다.

이번 기회에 투자진흥지구 문제에 대해 짚을 것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는 총론에서는 동의를 하면서도, 어떤 수순으로 문제를 짚고 풀어갈 것인가에 대한 '접근방식'에 있어서는 시각차가 극명하게 표출됐다.

발의 의원들은 막바로 '행정사무조사권' 발동을 통해 입체적인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본 반면, 제주투자진흥지구 소관 상임위원회인 문화관광위원회에서는 상임위 차원의 문제접근 방식을 고수했다.
 
문화관광위는 상임위 차원의 현장조사가 이뤄졌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역시 파헤칠 만큼 파헤쳐 졌기 때문에, 제주도가 7월까지 제시하겠다고 약속한 후속대책을 지켜본 후 행정사무조사권 발동을 검토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을 들고 나왔다.

이날 본회의에서 표결직전 강창수 의원의 '반대 발언'도 이 취지다.

또 문광위 내부적으로는 행정사무조사 추진이 일의 '선후(先後)'에 못마땅해 하는 분위기도 크게 형성돼 있었다.

안동우 위원장은 "해당 상임위가 존재하는 한 일단 상임위 차원에서 현장 조사와 업무보고 등을 통해 문제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 아닌가"라며 지금의 행정사무조사 논의기 상임위 차원의 활동을 건너 띄어서 추진되는 것이란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박희수 의장도 본회의 표결직전 "해당 상임위원회와 사전에 협의를 거치지 않은 부분이 아쉽다"고 피력했다.

결국 해당 상임위원회로부터 적극적 지지를 받지 못한 이 발의안은 '27명'의 서명의원에도 불구하고, 최종 찬성의원은 '14명'에 그치는 의외의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행정사무조사에 찬성해온 의원이나 반대해온 의원 모두 이번 표결의 결과는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더욱이 문화관광위 내부에서도 강경식 의원과 이선화 의원이 행정사무조사 발의를 주도해 온 점, 그리고 본회의장에서도 감정충돌 일보직전의 격앙된 분위기가 표출됐던 상황 등을 볼 때 이번 충격파는 쉽게 가라앉기 힘들 전망이다.

한시름 놓게 됐다며 안도해하는 제주도의 분위기와는 달리, 도의회는 그야말로 혼란과 침통함 속에 내홍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의회는 이번 '충격파'를 어떻게 수습해 나갈까.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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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결과 2013-03-21 10:49:11 | 203.***.***.98
오합지졸 + 자중지란 + 스스로 자멸

예상된 수순 및 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