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를 이은 '나눔정신'..."제주 밀 냉면 이제 전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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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이은 '나눔정신'..."제주 밀 냉면 이제 전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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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산방식당 김형섭 대표, '반값할인' 기부 행사
수익금 전액 공동모금회에 기부..."밀면 전국진출 꿈 꿔"

제주식 밀냉면으로 소문이 자자한 산방식당 제주점. 매일 밤낮으로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기지 않고 있는 산방식당이 4일 개업 1주년을 맞아 사랑의 '반값 할인' 행사를 가졌다.

이날 하루 만큼은 한 그릇에 5000원 하던 밀냉면에는 3000원, 9000원에 판매하던 수육에는 5000원이라는 가격이 매겨졌다.

가뜩이나 남는 것 없이 장사하는 판국에, 판매 수익금의 전액은 제주특별자치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역사회에 기부하겠다는 계획까지 잡았다.

"어차피 365일 돈을 벌고 있는데, 하루 정도 좋은일에 사용하는게 그렇게 큰 일인가요?"

제주시에 분점을 낸 지 꼬박 1년째를 맞이한 산방식당 제주점의 김형섭 대표(45)는 '통 큰' 이날의 기부행사를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산방식당 제주점 김형섭 대표(오른쪽)가 아버지 김정일씨(왼쪽)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정평 자자한 산방식당 밀냉면...2호점 개점 1년째

산방식당의 밀냉면은 이미 제주사회에서는 대표적인 계절식으로 정평이 나있다.

수십년간 서귀포시 대정읍의 산방식당은 시원한 밀냉면과 푸짐한 수육으로 도민들은 물론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유도하곤 했다.

한 시간 걸려 식당을 찾아와 한 시간을 더 기다려서 밀면을 한 그릇을 먹었다는 일화는 새삼스럽지 않을 정도였다. 거리가 멀어 찾아오기 어렵다는 손님들의 요구가 빗발치는 것은 당연했다.

그렇게 김형섭 대표는 아버지 김정일씨(71)의 뜻을 이어 받아 현재 제주시 이도2동 제주소방서 뒤편에 산방식당 '2호점'을 차렸다.

# 아버지에게 배운 '기부정신'

아버지에게 배운 것은 식당 운영과 밀냉면 제조법만이 아니었다. 수십년간 기부와 봉사 등으로 지역사회를 위해 일해 온 아버지는 그에게 있어 인생의 '롤 모델'이었다.

"아버지 식당에서 배달부터 시작한지 벌써 20년도 넘었네요. 어렸을때부터 아버지가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알게 모르게 배워왔나 봅니다"

40년 넘게 식당을 꾸려 온 김 대표의 아버지는 가정의 달이되면 동네 어르신들을 모셔다가 저녁을 대접하고, 경로잔치를 할 때마다 식당을 무상으로 빌려주곤 했다.

돼지 한 마리를 통째로 내주고 마음껏 밀면을 제공한 일도 부지기수였다.

"1970년도에는 시골지역에는 물이 안 나오는 때도 있었어요. 그럴때면 양 쪽에 양동이를 이고 샘물을 떠다가 식당을 운영하고 고생을 많이 했지요.

그럴때마다 아버지는 아들을 데려다가 돈을 어떻게 벌던 정승같이 쓰라는 가르침을 잊지 않았다. 먹는 장사를 하는 사람은 그만큼 먹는 것으로 베풀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기부행사를 준비하는데 주저했냐고요? 전혀요. 당연한 일을 하는 것인데 주저라니요."

   
김형섭 산방식당 제주점 대표가 모금함 옆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4일 반값할인 행사에 분주한 산방식당. <헤드라인제주>

# "공짜는 아닙니다"...수익금 전액 모금함에 기부

김 대표의 기부는 하루짜리 행사에 그치지 않는다. 이날 행사를 기점으로 제주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제남아동복지센터 제남오케스트라에 지정.기탁을 약속했다.

또 산방식당은 이미 지난해 같은날 개업과 동시에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며 모금 활동을 벌였다.

당시 1200인분의 밀면과 수육을 무료로 제공하고 받은 성금 418만원은 고스란히 공동모금회로 기탁됐다. 다만, 1500만원 상당의 밀면을 제공했음에도 걷힌 성금이 생각만큼 많지 않아 이번에는 방법을 달리 했다.

"작년에는 공짜로 음식을 제공했지만, 이번에는 반 값 할인하는 대신 모금함으로 계산을 하도록 했습니다. 손님들이 스스로 기부하면 그 분들도 좋고, 우리도 좋잖아요."

이 밖에도 공동모금회가 진행하는 착한가게 캠페인에도 참여해 매월 수익의 일부를 어려운 이웃에 기부하고 있다.

누가 알아주기를 바래서 하는 일은 아니지만, 김 대표는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슬하의 1남1녀 쌍둥이들은 아버지를 보고 배웠으면 하는 바람을 넌지시 내비쳤다.

"아이들이 이제 9살인데요. 평소에 공부하라는 말은 잘 하지 않아요. 다만 남에게 피해를 주지말고 정직하게 살라고 이야기를 해요. 우선 사람이 돼야 한다는 거죠."

# "제주식 밀면 전국적으로 알려야죠"

장사가 잘 되기 위해서는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것도 누구보다 체득한 그였다. 산방식당의 직원들은 다른 식당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경영철학이다.

산방식당 18명의 식구들은 모두 4대보험에 가입돼 있고, 퇴직연금까지 보장된다. 급작스레 바빠지는 여름철 고용하는 아르바이트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직원인 셈이다.

내실을 다진 산방식당으로 제주식 밀면을 전국적으로 알리기를 원한다는 소망도 드러냈다.

"제주지역에서도 체인사업을 하게되면 더 좋겠지만 앞으로 제주도가 아닌 서울에도 제주식 밀면이 진출하면 더 좋지 않을까요? 물론 많이 번 만큼 더 베풀어야죠."

이날 기부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데 있어 김 대표가 소속된 사단법인 청년제주의 도움도 컸다.

청년제주의 대표인 제주도의회 강창수 의원은 "고향 후배인 김 대표와 호형호제 하는 사이"라며 "김 대표가 지역을 위해 기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여러가지로 물어왔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보통 사업하는 젊은 사람들은 개인적으로는 큰 돈을 쉽게 쓰면서도 기부하는데는 인색한 경향이 있다"며 "김 대표같은 청년들이 제주사회에 더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모금을 하고 있는 (사)청년제주 강창수 대표. <헤드라인제주>
   
제주시 이도2동 소재 산방식당. <헤드라인제주>
   
4일 반값할인 행사에 분주한 산방식당.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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