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잘날 없는 제주'...쏟아지는 갈등문제 '끙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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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잘날 없는 제주'...쏟아지는 갈등문제 '끙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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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사년 첫달, 갈등문제 곳곳에서 속출...제주도정 중재는?
애월항-해상풍력-양계장 등 문제 장기화 우려

그야말로 바람 잘날 없는 새해다. 계사년을 맞이한지 불과 한달을 갓 넘긴 시점임에도 제주사회 곳곳에서 이해 관계가 얽힌 다양한 주체들간의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예년 같았으면 한적했을 읍면지역 마을 단위에서도 '결사반대'라고 쓰인 걸개를 찾아보기란 어렵지 않은 일이 돼버렸다.

특히 대부분의 갈등 사안들은 뚜렷한 해법 없이 장기화 될 공산이 커 우려를 더하고 있다. '도민 화합'을 주창하는 제주의 새해 출발은 삐그덕 거리는 모양새다.

강정주민들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1일 15만톤 크루즈 시뮬레이션 시현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문제없다' 결론내린 제주해군기지 문제...장기화 불가피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그나마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던 제주도정이 강한 추진 의지를 밝히면서 지리한 싸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크루즈선의 15만톤급 크루즈선박 시뮬레이션 시현 검증결과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고, 제주도는 지난 4일 이를 수용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서귀포시 강정 주민들을 비롯한 해군기지 반대 단체들은 우근민 제주지사와의 면담을 갖는 등 문제의 본질을 비켜간 결정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나서고 있다.  그동안 해군의 불법공사 강행에 면죄부를 주려한다는 주장이다.

설계 측면에서도 아직 '돌제부두 조정'에 따른 설계변경의 수위 결정이 남아있어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황금어장 침범한 해상풍력지구..."생존권 박탈됐다"

서귀포시 대정읍에서도 지역주민들의 화를 돋구는 일이 벌어졌다. 앞바다 해상풍력발전지구 조성사업이 그 것이다.

제주도는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 2km 지점인 해역 29㎢를 대상으로 대정해상풍력발전 지구 지정계획을 수립하고  9000여억원을 투입해 2016년까지 203㎿ 규모의 대형 해상풍력단지를 건설한다는 구상한다고 공고했다.

그러나, 어업인들은 해상풍력단지가 건설되는 해당 지역이 주민들의 주요 소득원이었던 '황금어장'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모슬포어선주협회 등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대정해상풍력발전 시설계획으로 인해 어업인의 생존권과 생명권이 박탈당했다"고 항변하며 사업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사업을 하려면 이해당사자인 어업인들과의 간담회라도 가져야 할텐데 어촌계와 지역 이장들과의 협의만 거쳐 사업을 강행했다"면서 "결국 해상풍력지구를 반대하는 어업인들과 이장단간의 분열이 일어나 흡사 제2의 강정사태가 일어났다"고 분을 냈다.

사단법인 모슬포어선주협회와 한국수산업경영인 서귀포시연합회 대정분회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대정해상풍력발전지구 사업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헤드라인제주>

# 위법성 논란에도 애월항 공사강행..."몰상식한 행태"

제주시 북서쪽 지역에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한림읍 비양도 케이블카 설치 둔 논란도 새해가 시작되면서 재촉발됐다. 단, 지역주민들의 입장 표명이 있었을 뿐 아직 갈등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사업이 진전되지는 않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옆 마을 애월읍 주민들의 반발은 보다 심각하다. 애월읍 고내리 주민들은 주민대책위원회까지 결성해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애월항 2단계 개발사업의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주민들은 "제주지방법원이 애월항 공사의 집행을 정지하라는 인용 결정을 내렸음에도 제주도는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위법성 논란에 대한 인정을 회피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몰상식한 행태"라고 비난의 수위를 높이며 "주민들은 불통의 제주도정과 항만공사 작태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 종달리 양계장 건설에 '격렬한 항의'...우 지사 중재 무색

제주시 북동쪽 구좌읍 종달리의 양계장 시설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한 영농조합법인이 지역에 양계장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세우면서 지역주민들의 격렬한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종달리양계장 반대대책위원회와 구좌읍리장단협의회 등은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개인의 이득을 위해 양계장 시설을 들이려 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들은 양계장을 시설하는 부지를 옮기는 방안 등의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앞으로 아무런 협상 없이 무조건적인 사업철회를 요구하며 투쟁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구좌읍 주민들의 반발은 구체적이면서 다소 격렬하다. 앞서 지난해 11월 제주도청 앞에서 시위를 벌인 이들은 청경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화형식을 갖는 등 아찔한 상황을 연출했다.

지난달 25일에는 구좌읍 주민 300여명이 나서 양계장 사업계획의 철회를 요구하며 거리시위를 벌였다.

당시 구좌읍 세화리 해녀박물관에서 오일시장까지 약 1km 구간을 행진하며 제주도당국에 J영농조합법인에 내준 양계사업 허가를 철회하고, 무허가로 운영하는 양계장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이 사안에 대해서는 우근민 제주지사가 직접 나서 문제해결을 약속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제주도정은 별다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제주도청 현관 앞에서 도지사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격렬한 항의에 나선 구좌읍 종달리 주민들. <헤드라인제주>

# 이해관계 얽힌 갈등...제주도정 중재는 어디로?

제주사회의 이 같은 논란들은 새해가 시작된 근 한달 사이에 더욱 심화된 문제들이라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제주에서 송고되는 기사의 제목에 '논란'이 붙어있지 않으면 기사가 되지 않는다는 한 인사의 우스갯소리는 그저 농으로 치부해버릴 정도로 가벼워 보이진 않는다.

특히 갈등을 무마시켜야 할 제주도정이 오히려 불을 지피고 있다는 비난도 거세다. 주민들간의 중재에도 소극적일뿐더러 제주도가 추진하는 사업들에 대해서는 목을 꼿꼿이 세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해 관계가 얽히고 설켜 쏟아진 각 지역의 갈등들. 출발이 심상치 않은 올해 안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을까.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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