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 부재...송전선로 '논리', 풍력단지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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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타워' 부재...송전선로 '논리', 풍력단지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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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풍력발전단지와 송전선로 지중화의 정책적 '모순'
송전선로 '묻고', 풍력발전 '세우고'...제주환경정책 길 잃었나?

민선 5기 후반부로 들어선 후 제주도정의 '컨트롤타워' 정책조정 기능이 실종된 듯한 모습이다.

실무부서의 제각각 업무추진만 눈에 띌 뿐이다. 각각의 나무는 열심히 심어대고 있으나  이를 통해 조성하려는 '숲'의 윤곽은 예측조차 안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에너지 자립을 위한 제주형 저탄소 녹색성장 모델로 제시된 '2030 탄소없는 섬 제주' 프로젝트의 신재생에너지 조성사업.

이 계획은 2030년까지 해상풍력 2GW, 육상풍력 300MW, 태양광 100MW를 구축해 제주도내 전력공급을 100%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육상풍력 목표치는 지금 예정대로 하면 벌써 목표치의 절반 이상은 도달한 셈이다. 지난 22일로 재공모에 따른 의견수렴 절차가 끝나면서, 조만간 풍력발전심의위원회를 개최해 6곳에 146MW 규모의 지구지정을 해줄 예정이기 때문이다.

뒤늦게 제주에너지공사에서도 연내 1곳의 지구 지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에너지정책을 신재생에너지로 가야 한다는 방향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며, 이를 반대하는 이 또한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이 정책 추진흐름을 가만히 보면, 당초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헛갈림만 크게 한다. 미래 환경을 보전하는 취지가 진정 맞는지, 아니면 결국은 '돈벌이'었는지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

이러한 의구심은 각각의 사업이 체계적이지 못하고, 주먹구구식으로 남발되는데서 비롯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라는 미사여구 속에 추진되는 풍력발전단지 사업의 최종 종착역은 어디인지 의아스럽기만 하다.

많은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시종 밀어붙이기로 추진되고 있는 육상풍력발전지구 지정만 하더라도 그렇다.

들녘에 풍력발전단지 하나가 들어선다면 경관에 어떤 변화가 있으리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이미 제주도내 곳곳에 풍력발전단지가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거대한 풍력발전기기가 오름을 이웃한 들녘 곳곳에, 그것도 한두군데도 아니고 앞으로 6곳이 추가로 들어선다면 아마도 제주는 '풍력발전단지' 천지로 변할 듯 싶다.

문제는 신재생에너지를 대체하기 위해 거대한 풍력단지를 건설해야 할 가치가 큰 것인지에 대한 제대로 비교검토 조차 없이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있다.

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함으로써 얻어지는 이익 내지 효과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이로인해 제주의 들녘이 풍력발전단지로 몸살을 앓고, 심지어는 오히려 환경훼손적 측면이 더 크게 나타날 소지 또한 다분하다.

환경단체에서 이 사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다.

미래환경을 위해 추진하는 풍력단지사업이 오히려 환경성 논란에 휩쌓인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왜 이러한 혼돈이 초래됐을까.

현재 나타나는 논란의 양상은 복잡하게 얽히고 꼬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근본적인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일환으로 풍력발전단지화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따로 따로' 제각각이다.

실제 육상풍력발전단지 사업에 관한 고민은 유독 '지식경제국', 그 중에서도 1개과의 관련부서에 국한되어 이뤄지고 있다.

환경부서는 경관심의를 할 때 연계해 검토를 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실무부서에서는 '육상풍력 300MW'의 프레임에 갇혀, "300MW 이내의 범위에서 허용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는 우겨대기식 논리 하나로 사업을 추진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로의 대체가 필요하다, 풍력단지도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 풍력사업으로 경제적 이득이 기대된다 등의 논리만 난무하고 있다.

반면 전체적인 토지이용이나 경관적 측면에서 제주가 그려 나가야할 '큰 그림'이 무엇인지는 내놓지도 못하고 있다.

유네스코 3관왕이고, 제주도당국이 그토록 가치를 부여했던 세계7대자연경관인 제주도의 경관이 앞으로 '풍력'에 잠식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6곳의 풍력단지를 허가해주는 문제를 너무나 쉽게 생각하는 듯 하나, 이는 제주 경관관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거대한 풍력발전기기들이 들녘과 오름 인근에 설치한 후 뒤늦게 후회해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계획단계에서 확실한 '큰 그림'을 갖고 일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이 '큰 그림' 없이 일을 추진하다 보니 정책의 모순이 연발되고 있다.

정책모순의 실제적 예가 바로 지난해 제주도당국은 7대자연경관 선정에 따른 후속조치로 밝힌 '송전탑 및 송전선로 지중화 프로젝트'.

송전탑과 송전선로의 지중화와 우후죽순 육상풍력발전단지는 분명 모순되는 정책이다.
한쪽은 지중화를 통해 경관저해 요소를 없애나가고자 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새로운 요소를 만들어내는 대단위 사업을 벌여나가는 방식이다.

풍력발전단지는 괜찮다면서, 막대한 돈을 들여 송전선로를 지중화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러한 정책적 모순에 빠지게 된 궁극적인 이유는 전체적인 방향을 틀어 쥐지 못하는 컨트롤타워 부재의 탓이 크다.

궁극적으로 가져 나가야 할 '큰 그림'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두곳 시범지역 설정도 아니고, 한꺼번에 6곳의 대단위 풍력발전지구 지정을 강행하는 것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행정행위이다.

'컨트롤타워 부재'의 단면은 육상풍력발전지구 지정 뿐만 아니라 서귀포시 대정 해상풍력 시범지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해당부서에서는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대한 주민열람 공고 등의 절차를 이행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직접적 피해를 보게 될 것이 뻔한 어업인들과 그동안 제대로운 협의 한번 갖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풍력발전 지정절차의 실무부서는 지식경제국이라고 하지만, 어업인들의 어장피해 문제라면 해양수산국에서도 당연히 사전에 관심을 갖고 나섰어야 할 부분이었다.

그러나 이 사업의 고민 역시 실무부서 중심으로만 이뤄지고 있는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럴듯하게 보였던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헛갈림만 크게 한다.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오히려 환경성 논란을 크게 촉발하고 있고, 어쩌면 신재생에너지라는 목표를 얻기 위해 제주의 자연환경을 모두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갖게 하고 있다.

세계환경수도 조성을 위해 범국민 서명운동이 진행되는 시점에서 이러한 정책적 혼선은 부끄러운 일이다.

당장 눈앞에 닥친 육상풍력발전지구와 해상풍력지구 지정 문제.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한템포 늦춰 정책조정 내지 점검의 시간이 필요하다. 송전선로 지중화 프로젝트가 추진되는 시점에서, 우후죽순 풍력단지를 그대로 용인하는 것이 정말 맞는 방향인지,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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