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샘 많은 '봉사왕', "저 너무 큰 상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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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샘 많은 '봉사왕', "저 너무 큰 상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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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자원봉사자상 수상 강은숙씨, 자원봉사 '20년'
2012 전국자원봉사자대회 '큰 상'..."앞으로 더욱 열심히 해야죠"

지난 5일 인천 송도컨베시아에서 개최된 제7회 자원봉사자의 날 기념 '2012 전국자원봉사자대회'에서 제주특별자치도 소속의 강은숙씨(40)가 큰 상을 수상했다.

보통 전국단위 행사에서 공무원 하면 관련업무를 행정적으로 뒷받침해준 공로로 해 상을 받게 되는데, 이날 강은숙씨는 20년의 자원봉사활동을 인정받아 행정안전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그러나 그가 상을 받았다는 사실도 같은 부서 몇몇 직원들만 알고 있을 뿐, 소문은 널리 나 있지 않다.

정식으로 상장을 전달하는 자리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제7회 자원봉사자의 날이었던 지난 5일.

평소 자원봉사 하면 빠지지 않는 그는 이 특별한 날을 맞아 연가를 내고 자원봉사자대회가 열리는 인천으로 향했다. 제주지역 참가자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다.

이날 대회에서는 제주에서 제주시자원봉사센터가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는 것을 비롯해, 또 몇몇 개인 봉사자들이 표창을 받는 것으로 돼 있었다.

그는 이들을 축하하고, 자원봉사자대회에 함께 하기 위해 참가했다.

시상식이 끝날 무렵, 현장에서 그는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자신이 행정안전부 표창 수상자로 돼 있다는 것이다. 곧이어 함께 참여했던 일행 중 한명이 '상장'을 그에게 건넸다.

무려 20년간 직접 땀흘려 자원봉사활동을 해온 그에게 이 상은 그 어떤 상 보다도 값진 의미로 다가왔다.

공직생활을 하면서 상 하나쯤은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하지만, '자원봉사' 활동을 인정받는 이 상은 그에게 더없는 크나큰 상이었다.

지난 5일 열린 '2012 전국자원봉사자대회'에서 장관 표창을 수상한 강은숙씨. <헤드라인제주>
그러나 아쉬움이 남았다.

시상대에 오른 것도 아니고, 현장 즉석에서 수상 사실을 확인하면서 상장을 전달받는 간단한 의식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시상식이 끝난 후  행사장 무대를 배경으로 해 기념사진을 촬영했지만 한편으로는 '얼떨떨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사실 이번 수상은 사전에 추천을 통해 공적조사가 올려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행사 전날까지 통보가 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수상 대상자에서 제외된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행사 당일 현장에서야 자신도 수상자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것도 일행으로부터 그 소식을 전해들었다.

어쨌든 뒤늦게 그의 수상소식이 전해지자 공직사회 내부에서도 칭찬이 끊이지 않는다. 공직사회 내 자원봉사 하면 '강은숙'을 빼놓고는 얘기가 안되었기에, 이번 수상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가 처음 '자원봉사' 활동에 나선 것은 20년 전인 1993년.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함덕적십자봉사회에서 첫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부터는 한 할머니와 할아버지 가정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말 벗을 해드리며 재가서비스를 제공하는 봉사활동을 폈다.

자원봉사가 필요로 하는 곳이면 그가 빠지는 법이 없다.

공직에 입문한 후 주말과 휴일에는 어김없이 그의 손길이 필요로 하는 곳으로 달려간다.

그러다가 2007년, 그는 제주도청 공직사회 내 체계적인 자원봉사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 존샘봉사회'를 결성해 회장을 맡아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처음에는 회원모집을 통해 29명이 참여했다. '작은 정성으로 키우는 행복제주'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매달 3회 정기적인 봉사활동을 펼쳤다.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하면 내부 청소에서부터 위안 등 안하는 일이 없을 정도다. 존샘봉사회의 열정적인 자원봉사 활동소식은 공직사회 내부로 크게 회자됐다. 회원들도 차츰 늘기 시작해 현재 8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근무하는 부서만 다를 뿐, 20대 후반에서 50대 후반까지 나이도 성별도, 직급도 모두 다르지만 '존샘 좋은 마음'만은 똑같아요."

노인요양원이나 장애인재활시설 방문 횟수만 200회가 넘을 정도다. 어르신들의 목욕은 물론, 화장실이나 방 청소, 주방 일손 돕기, 텃밭 가꾸기, 잡초 제거, 화단 정비, 된장 만들기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보통 토요일 오전 9시면 어김없이 만나 월 3회 이상 단체봉사활동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첫째주에는 양로원을, 둘째주는 아가의 집, 셋째주는 또다른 요양원을 방문하고 있어요. 서귀포시 소재 어림터 등도 방문하고 있구요. 가서 봉사활동도 하고,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생필품 등도 사서 전해드리고 있어요."

국제스포츠대회가 열릴 때에도 어김없이 '존샘 좋은' 이들이 나타난다.

개별적으로는 홀로사는 노인 가정을 주기적으로 방문하며 밑반찬을 제공하고 말벗을 해드리는 등 이들의 활동은 끝이 없었다.

이번 자원봉사자대회 수상과 관련해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하던 강은숙씨는 존샘봉사회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에는 아주 열정적으로 활동상황을 설명한다.

"봉사활동을 통해 나누는 기쁨도 느끼고, 건강한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도 있지만, 봉사를 하면서 오히려 저희들이 받는 기쁨이 더 크다고 생각해요."

제주도청 존샘봉사회의 자원봉사활동 모습. <헤드라인제주>
제주도청 존샘봉사회의 자원봉사활동 모습. <헤드라인제주>
이번에 뜻깊은 상을 받게 된 그는 "이러한 자원봉사 활동경험을 통해 얻은 것들을 행정서비스에 접목시켜, 도민들에게 마음으로 다가가가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봉사가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일방적인 나눔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사는 행복한 제주를 만드는 길"이라는 그는 "이번 상은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죠"라고 말한다.

바쁜 공직생활 속에서도 틈틈히 시간을 내어 자원봉사 20년을 일군 강은숙씨.

연말 봉사활동 준비에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이번 '표창'은 그에게 큰 기쁨으로 적지않은 위로가 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원성심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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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5 20:52:32 | 118.***.***.28
대단하세요. 진실한 공무원 분위기가 풋풋하고 느껴집니다
어수선한때 좋은 글 잘읽었습다

한턱 내 2012-12-25 19:57:12 | 61.***.***.107
멋져!!
상받았으면 받았다고 말씀하시지

공직자 2012-12-25 15:08:44 | 211.***.***.133
공직자의 신분으로 자원봉사자대회에서 수상하기는 쉽지않은데 그것도 전국대회에서 .... 정말 타의 모범이 되는 분이군요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