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새내기의 공직입문..."특성화고? 그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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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새내기의 공직입문..."특성화고? 그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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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제주도교육청 새내기 공무원 김병훈-김두성
설레는 공직사회 첫걸음..."후배 귀감되는 공무원 될래요"

익숙한 교복을 벗어던지고 말쑥한 양복을 차려 입은 두 새내기 공무원. 아직 얼굴에는 앳된 티가 남아있지만 선배들의 조언을 묵묵히 귀담아 듣는 모습이 제법 듬직하다.

"아직은 설레이는 마음이 많이 들죠. 잘 해낼 수 있을까 싶은 걱정도 들고요. 그래도 자신은 있습니다."

뭇 사람들은 특성화고등학교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편견 어린 시선을 보냈지만, 그런 것 쯤은 이들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림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기에 앞서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시설9급 공무원 시험에 당당하게 합격한 김병훈(19), 김두성(19) 군은 그렇게 공직사회에 첫 걸음을 내디뎠다.

2011년 고졸 우수 기능인재 채용에 합격한 한림공고 김병훈 군. <헤드라인제주>
2011년 고졸 우수 기능인재 채용에 합격한 한림공고 김두성 군. <헤드라인제주>
# 공직입문의 설레임 "제 갈길만 제대로 가면 되죠"

제주도교육청은 지난달 6일께 '2011년도 고졸 우수 기능인재 시험'을 통해 두 명의 학생을 최종 선발했고, 한림공고에서 각각 토목과 건축을 전공하던 병훈이와 두성이는 그 주인공이 됐다.

"2학년 겨울방학때 쯤인가 그랬을 거에요. 특성화고에서 공무원을 뽑는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는데 '지금이 기회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두성이는 당시를 떠올리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병훈이에게도 기회는 새로운 출발의 계기가 됐다.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시험 준비를 했는데, 열심히 하다보니 좋은 결과가 온 것 같아요." 특유의 우직함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함께 공직에 몸담게 됐지만 두 친구의 '스토리'와 '케릭터'는 사뭇 다르다.

고등학교를 들어오면서부터 마음을 다잡아먹고 수능 준비를 해 온 두성이는 뒤늦게 철이 든 경우다. 중학교때 이런저런 일로 부모님의 속을 많이 썪였던 터라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달라져야 겠다'라는 마음을 굳게 다잡고 잠시 놓고 있던 펜을 다시 집어들었다.

착실히 수능 공부를 해 오던 중 2학년이 끝나갈 무렵에 제주도교육청의 고졸 기능인재 채용 소십을 접해들었다. 2년간의 노력이 아까울법도 하건만 '이때다' 싶어 과감하게 뛰어들었다.

그간의 과정은 두성이를 한층 성숙하게 만들었다. 선배 공무원들을 대할때나 인터뷰를 진행할 때도 어른스런 두성이에게는 '진중함'이 묻어 나왔다.

반면 병훈이는 상대적으로 무던하면서도 '천진함'이 남아있는 스타일이다. 학창시절에도 부모님의 말에 크게 거스르는 법이 없었다. 토목과에서 공부하면서 토목CAD기능사, 측량기능사 등의 면허증도 취득했다.

다만, 중학교 시절에는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았던 공부를 하지 않았다. 결국 어중간하게 공부해서는 굳이 인문계 고등학교에 들어갈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했던 병훈이는 스스로의 선택으로 한림공고로 진학했다. 내 갈길만 제대로 가면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당시 걱정하던 주위 친척들이나 지인들도 3년이 지난 지금 병훈이의 선택이 탁월했던 것은 인정하게 됐다.

제주도교육청 휴게실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김병훈 군과 김두성 군. <헤드라인제주>

# 특성화고 '멍에'..."부모님 믿음이 컸어요"

시간이 흐르니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할 수 있게 됐지만, 특성화고에 대한 차별은 이들도 어렴풋이나마 느껴오던 터였다.

상위 50%의 학생들은 시내권 인문계 고등학교를, 그외 학생들은 시외권 인문계나 특성화고를 진학할 수 밖에 없는 제주지역 특유의 교육구조에 의한 것이다. 제주의 경우 인문계고와 특성화고 학생들과의 양극화는 꾸준히 문제시 되고 있다.

"처음에는 성적에 맞게 들어간 것이 맞아요. 중학교때는 많이 어려서 그랬는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으니까요. 인문계 고등학교를 진학하고 싶은 마음도 컸죠." 두성이가 털어놓았다.

자신이 선택한 것이었지만 병훈이의 경우도 특성화고 학생들을 바라볼 때 일부 어른들의 '색안경'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본인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성적'을 기준으로 씌여진 '멍에 아닌 멍에'였다.

하지만, 두 학생은 주변의 시선에 의식하지 않고 '제 갈 길을 갔다'고 당차게 말했다. 무엇보다 믿고 지켜봐 준 부모님의 도움이 컸다.

"마음을 잡고 공부할 때 부모님이 많이 믿어주셨어요. 정말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두성이가 말하자 병훈이도 맞장구 쳤다. "가끔 공부 안해서 뭐 될거냐고 하시다가도 꾸준히 믿어주셨던 것 같아요.가장 기뻐하는 것도 부모님이세요."

현재 부모님들은 아들자랑을 하느라 여념이 없으시다고 말을 이어 간 두 새내기들.

"보통 부모님들이 그런 이야기들을 하고는 하시잖아요? 어느집 아들이 공부를 잘하네, 무슨 대학에 들어갔네 그런 말들. 이제 쏙 들어가던데요?" 마주 보며 활짝 웃는다.

   
제주도교육청 김보은 총무과장으로부터 임용장을 받고 있는 김두성 군. <헤드라인제주>
   
제주도교육청 김보은 총무과장으로부터 공무원증을 받고 있는 김병훈 군. <헤드라인제주>

# "후배들 길 터주기 위해 정말 열심히 할거에요"

교육청 내부에서는 소속원들을 '선생님'이라고 지칭한다. 대부분 교직에 몸담고 있던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바로 엊그제까지 학생이었던 두 새내기들에게 '선생님'이라는 말은 설레면서도 닭살스런(?) 호칭이었다. "기분이 이상하면서도, 내가 이제 나이가 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들은 졸업일자를 기준으로 정식 채용된다. 그러나, 교육청 선생님들은 두 신참들에게 거는 기대가 컸는지 쉽사리 풀어주지 않았다.

병훈이와 두성이는 채용에 앞서 두 달간 인턴 교육을 받게된다. 시설과에서 근무하기 전에 필요한 근무능력과 마음가짐을 다잡는 시간이다.

"다른 친구들이 지금 열심히 놀고있는걸 보면 조금 부럽기도 해요. 여행도 가고 싶고, 운전면허도 따고 싶고......" 듬직하지만 영락없는 혈기 어린 '청년'들이다.

그러다가도 언제 우는소리를 했냐는 듯이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보인 병훈이와 두성이. 선배 선생님의 호출에 씩씩한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가 잘해야 우리 같은 후배들의 길을 터준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는데 정말 공감해요. 앞으로 정말 열심히 할거에요."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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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럽습니다. 2012-12-05 15:21:32 | 112.***.***.8
고교 졸업생 70% 이상이 대학을 진학하는 기형적인 교육환경에서
귀감이 될 두분께 박수를 보냅니다.

반값 등록금 이전에 고교만 졸업하더라도 차별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더 많이 만드는 것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고
서민들이 잘 사는 나라가 되는 길일 것입니다.

모범이 되어 후배들의 길을 열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