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핥기와 재탕'...행정사무감사, 왜 부실평가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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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핥기와 재탕'...행정사무감사, 왜 부실평가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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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맥빠진 행정사무감사, 아쉬움이 큰 이유는
'의혹해소' 약속은 어디로?...'발품' 적고, '겉핥기' 남발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지난 13일부터 실시했던 행정사무감사가 23일로 모두 마무리됐다.

이번 감사는 민선 5기 제주도정이 후반부로 접어든 시점에서 중간평가하고 향후 도정운영 방향을 제시한다는데 의미가 있었다.

감사는 제주특별자치도를 비롯해 사업소, 직속기관, 출자.출연기관 등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감사가 마무리된 후 의회의 자체평가와는 달리 아쉬움은 매우 컸다.

전체적으로 볼 때 질문은 매일같이 수없이 쏟아져 나왔지만, '발품'을 판 준비는 크게 부족했고, 판박이와 같은 '언론배포용' 자료의 취지대로 의례적 질문이 주류를 이뤘다.

무엇보다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하기에 앞서 도의회가 도민에게 약속했던 감사의 목표와 방향, 이 취지에 맞게 제대로 했느냐 하는 점에서는 후한 점수를 주기는 더욱 어렵다.

도의회는 행정사무감사에 앞서, 주요 정책의 오류를 지적하고 올바른 정책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단순한 지적에 그치는 감사가 아니라 수준 높은 정책감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전자료 수집과 분석을 철저히 해놓았다고 밝힌 바 있다.

도정의 잘잘못뿐만 아니라 비리의혹이 있는 여러 가지 대형사업들을 철저히 파헤쳐 도민들의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약속도 내놓았다.

'정책감사'와 '의혹해소'라는 두가지 축을 갖고 지난 감사를 평가할 때, 과연 "잘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물론 좋은 평가사례도 일부 않았다.

감사에 앞서 공무원 패널조사를 실시하고, 이 결과를 근거로 해 인사제도와 관련한 문제를 짚고, 공무원 사기진작 대책을 촉구한 사례가 있었다.

감사 중에는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운영의 문제를 짚기 위해 직접 운영실태 조사를 실시한 후 정책적 제언을 한 것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제주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해, 총리실  크루즈선박 입출항 기술검증위원회로 참여했던 인사를 증인으로 출석시켜 논란사항에 대해 정리하고, 종전 시뮬레이션 동영상물이 공개된 것도 감사의 성과로 꼽힌다.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의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직접 실태조사를 하는 '발품'도 눈길을 끌었다.

일부 좋은 '발품'의 사례는 있었고, 제주삼다수 일본수출의 문제, 소규모학교 문제, 문화예술재단의 부적정한 운영 문제 등에 있어서는 날카로운 지적이 잇따른 것도 높이 평가된다.

그러나 대부분은 '뻔한 스토리'의 단골메뉴 질문 일색인데다, 언론보도나 지난 국정감사 지적사항을 '재탕'하는 질문이 쏟아져 아쉬움을 갖게 했다.

정책자문위원들이 일률적으로 만들어준 것으로 보이는 언론배포용 질문자료를 갖고 그대로 읽고 지나가기에 급급한 모습도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미 지난해 지적했던 내용의 팩트를 그대로 재탕하며 질문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또 일부 의원은 '논리적'인 압박 보다는 "내 논리는 맞고 너는 틀리다"는 식으로 '큰 목소리'의 질타로 일관하기도 했다.

문제는 '질문을 위한 질문'이 쏟아지면서 한가지 문제라도 정확하게 짚고 매듭을 짓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부분 단순 주의촉구 수준의 결론이었다.

'시간 관계상'이라는 단골 어법으로 지적만 잔뜩 해놓고 '결론' 없이 지나쳐 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실제 삼다수 불법반출 의혹에 대해서는 경찰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넘어갔고, 말많은 육상풍력발전지구 지정 문제에 대해서는 행정적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으로만 결론이 내려졌다.

논란이 많은 여성가족연구원 설립 문제에 대해서도 몇차례 질문을 하다가 강평에서는 '서둘러서는 안된다'는 것으로 정리했다.

애월항 LNG 인수기지의 특혜문제에 있어서도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가 맞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 명확하게 정리하지도 않고, 고내리 주민들과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은 문제를 확인하는 점을 지적하는 수준에서 정리됐다.

대형사업 의혹에 대한 접근조차 후딱후딱 질문하고 넘어가는 '겉핥기'만 양산한 셈이다. 특정 논란이 되는 현안에 있어, 그동안 언론보도를 통해 나왔던 내용 이상으로 진전된 것은 거의 없었다.

23일 상임위원회별로 내놓은 강평의 내용이 모두 주의를 환기시키는 수준에 끝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강평 내용을 보면, 대부분 주의를 당부할 뿐,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거나, 부적정한 업무처리에 대한 관계자 문책을 요구한 사례는 단 한건도 없었다.

도의회가 약속한 이번 감사의 두가지 축, 즉 '정책감사'와 '논란이 되는 대형사업에 대한 의혹해소' 중 어느 것 한가지라도 확실히 가져나가지 못한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그 결과로 '의혹 해소'라는 말은 '빈말'로 피드백되고 있다.

이번 감사에서는 분명 제9대 도의회 출범 초반부와는 준비 면에서 부터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이번 감사 '부실'의 가장 큰 이유는 의원들의 준비부족에 있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도 집행부의 답변부실 내지는 자료제출 미흡이란 이유를 드는 것은 '남 탓' 책임전가에 다름없다. 답변을 제대로 하도록 하는 것도, 자료제출이 제대로 되도록 하는 것도 감사의 기법이자 능력이기 때문이다.

부실한 행정사무감사, '남 탓' 하기에 앞서 도의회 스스로도 자성해볼 일이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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