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존재 그 자체로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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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학교, 존재 그 자체로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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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 비판
강봉수 제주대 교수 / 제주교육희망네트워크 대표

강봉수 제주대 교수 / 제주교육희망네트워크 대표.<헤드라인제주>
복식수업의 폐해와 다양한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 운영의 어려움 때문에 소규모학교를 통폐합해야 한다는 제주도교육청의 정책은 타당성이 없다(헤드라인제주, 2012. 10. 31). 소규모학교 통폐합에 따른 교육재정의 절감효과도 거의 없다(헤드라인제주, 2012. 11. 5). 오히려 나는 작은 학교에서 더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고, 교육의 질을 제고할 수 있다고 여긴다. 이것만으로도 작은 학교를 살릴 수 있고, 통폐합에 따른 재정인센티브도 차라리 작은 학교 살리기에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나는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할 것인지의 여부를 교육효과나 재정의 효율성 측면에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여긴다. 농산어촌의 작은 학교는 단순히 교사와 아이들이 가르침과 배움의 교학놀이만을 하는 장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는 마을공동체의 중심이고 지역사회발전의 미래이다.

농산어촌의 작은 학교는 도시의 복잡한 교실이 제공해 줄 수 없는 공동체적 문화 환경을 아이들에게 제공해 준다. 학예회나 운동회 날에 한 번 작은 학교를 방문해보라. 이 날은 그야말로 지역의 모든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만드는 마을 축제일이다. 이러한 학교가 사라질 경우 지역공동체가 공동화될 것은 뻔한 이치이다. 당장 소규모학교가 통폐합될 경우 사회적 비용이 증가한다. 통학차량 유지비가 들 것이고, 지역주민들에게는 학교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사회경제적 활동이 축소됨으로써 타 지역으로의 이동과 경제활동의 유출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는 곧바로 주민들의 사회적 비용 상승을 동반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관련 보고서도 말한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은 학교가 소재하고 있는 지역사회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중략). 폐교 수가 1개 증가할수록 시군 지역의 초중고 학생수는 79~130명 줄었고, 학부모 인구수도 111명 줄었다. (중략). 이러한 결과는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이 농산어촌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기보다는 오히려 인구를 유출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략)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소규모 학교 통폐합으로 농산어촌 지역이 황폐화되었다’는 주장에 대해 질문지 조사를 한 결과 주민의 65%가 그런 편이라고 답하였다. 이는 지역 주민들이 학교가 지역사회를 묶어 주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긴다는 점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이혜영 외, “농산어촌 소규모학교 통폐합 효과분석”, 2010, 233-234쪽).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 자체가 지역사회의 삶 전체에 큰 영향을 주는 것 외에도 작은 학교를 살려야 하는 보다 근본적인 철학적, 인간학적 의미가 있다. 농산어촌의 학교는 지역주민들이 직접 만들고 가꾸어 온 교학놀이의 장소이다. 지역의 어른들에게도 학교는 배우고 뛰놀았던 마음의 고향이며, 이 점은 지역을 떠나 사는 동문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고향이 무엇인가? 인간의 영원한 고향은 어머니의 자궁일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의 자궁은 영원한 평화의 안식처이기는 하지만 아직 세상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어린아이 시절이야 말로 인간들의 고향이라 생각한다. 어린아이는 순진성과 자발성의 원본이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는 아직 세상의 부정과 저항을 잘 모른다. 어린아이는 무장되어 있지 않고, 자기 자신을 주위에 있는 그대로 노출시킨다.

그런데 어린아이는 그의 자발성의 신화가 깨어지는 순간에 어른의 세계에로 진입하게 되고, 주객분리의 의식을 가져오고 판단과 이욕의 때가 묻기 마련이다. 세상의 이욕에 찌들고 온갖 부정과 저항에 지친 어른들에게 어린 시절의 무장되지 않고 순진한 자발적 감정이 노닐던 환경은 언제나 그리워지는 고향이다. 그래서 인간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어린 시절이 그리워지고, 고향에 대한 향수를 강렬히 느낀다.

고향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지만 어린 시절의 학교는 바로 그러한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오늘날 도심 속의 학교는 그것도 학업만능, 경쟁만능의 학교들은 어린아이들은 너무 일찍 어른의 세계로 물들게 하고 고향의 존재를 모르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농산어촌의 작은 학교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고 여긴다. 할 수만 있다면 도심 속의 학교도 그러한 고향의 마음을 간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그나마 고향의 향수를 간직하고 있는 어른들이 미래의 어른들을 위하여 마땅히 해야 할 과업이다.

현재 제주도에서 통폐합 대상이 되고 있는 농산어촌의 지역주민들이 발벗고 나서 제주도교육청의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그들은 연대체를 구성하여 공동으로 이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 누구보다 먼저 작은 학교를 살리는데 힘을 써야할 교육당국이 왜 지역주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정책을 강행하려 하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명분이 있다하더라도 지역주민의 의사와 절차를 무시하고 추진하는 정책은 성공하기 힘들다. 타 지역의 사례를 보아도 그렇다. 타시도교육청은 소규모학교 통폐합 추진의 일차적인 요건으로 지역주민과 학부모의 의사를 들고 있다. 이 점은 한국교육개발원의 관련 보고서의 설문결과에서도 나타난다. 교장, 교사, 학부모, 지역주민을 가릴 것 없이 소규모 학교 통폐합 여부를 정하는데 있어서 고려해야 하는 요소로 ‘학생과 학부모의 의사’와 ‘지역의 특수성과 통학여건’을 들고 있는 것이다.(229쪽).

교육당국은 소규모 학교 통폐합 대상의 지역주민들이 이 정책에 반대하는 이유를 재삼 고려해야 할 것이다. 나는 그 이유가 지역공동체의 붕괴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마음의 고향을 잃어버릴 것에 대한 염려 때문이라고 여긴다. 따라서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은 교육정책적 차원에서만 접근해서도 안 될 문제이다. 제주도정도 지역사회의 균형발전을 중요한 정책목표로 삼고 있다.

그렇다면 학교를 살리는 문제는 제주도정과 도교육청, 그리고 지역이해당사자들이 함께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다각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할 성격의 것이다. 서귀포시가 명품 교육도시 건설을 내세우며 교육발전을 지역사회 발전의 전략으로 삼아 추진하는 것은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다만 아이러닉하고 자기모순적인 것은 서귀포시교육청의 경우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을 추진하는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헤드라인제주>

<강봉수 제주대 교수 / 제주교육희망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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