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동네를 '종알종알'...명물이 된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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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동네를 '종알종알'...명물이 된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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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미의 사는 이야기] (45) 우리 동네 탐험

전동 휠체어를 받은 날 너무 감격스러워서 흑흑흑(^^~) 눈물도 콕 찍고.
당장 부르릉~ 시동을 켜고 마음이와 함께 마실을 나갔다.
그런데 중요한 건 우리 동네 길을 몰라요……-,,-;;;

결국 보름동안 우리 아파트만 빙글빙글 돌았다. 그러는 동안, 마음이는 아파트의 명물이 되었다. 해질녘이 될 즈음에 만난 분들과 낯 두껍게 인사도 하고~ 이쁘다고 해주면 대놓고 막 들이대는 만행을 저지르며 사람들과 친해지는 마음이랑 나.(^^V~)
그러던 어느 날, 큰길로 나가는 아파트 샛길 발견!!!~
"마음아~ 우리 여기로 한번 가보카?"
샛길 앞에서 고개만 빼쪼롬하게 내밀고 좌우 경계 한 번 해주고~
"마음아 가자.^^~"
그렇게 해서 동네에 발길을 들여 하루하루 골목을 하나씩 늘여가며 우리는 온 동네를 종알종알 간섭하고 다니고 있는 중이다.

세상의 변화를 여러 번 겪은 듯 한 기와집 옆 길가의 늙은 감나무.
밭담을 등지고 시서 푸르른 가을 하늘을 지키고 선 숙대낭.
밭마다 주렁주렁 노랗게 익어가는 귤.
파랗게 자라고 있는 튼실한 배추와 무. 그리고 그 옆 고랑에는 듬성듬성 파, 마늘에 갓이며 아직 털지 못한 콩깍지도 노랗게 익어간다.

그렇게 마을을 돌다가 문득 평생 허리 한번 못 펴고 먹고사는 것에 헉헉대야 했던 어머니가 생각난다. 평생을 새벽이슬 밟으며 나가 어스름을 등에 지고야 돌아와야 했던 어머니는 손바닥만 한 땅 한 평 못 갖고 늙어버렸다.

어머니. 아버지.
엄마. 아빠.
부모님.

천성이 농부인 우리 어머니. 지금도 아파트 화단, 한 평도 안 되는 그곳에 배추씨 뿌리고 유자차 담그고 남은 씨를 화단에 뿌려 나무로 키워냈던 그이에겐 여전히 자신의 땅 한 평이 없다. 그런 어머니가 떠올라 산책하다 말고 길가에 서서 한참을 멀리 파랗게 앉은 한라산을 바라보며 심장이 우는 것을 달래야 했던 어느 날.

"마음아. 하늘이 너무 맑아서이~ 눈이 시려서 눈물 난다……"
그런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방금까지 지치다고 헉헉대던 마음이가 곁에서 팔랑팔랑 꼬리를 친다.

"알았어. 그만 집에 가서 쉬자. 마음아 가자~" <헤드라인제주>

강윤미씨 그는...

   
강윤미 객원필진. <헤드라인제주>
강윤미 님은 지난해 여름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힘겹게 강의실을 오가는, 하지만 항상 밝은 얼굴을 하고 있는 강윤미 님의 모습은 아랏벌을 훈훈하게 해 준 나름의 유명인사(?)였습니다.

그 의 나이, 벌써 마흔여섯. 늦깎이로 대학에 입문해 국문학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던 그는 365일 하루하루를 매우 의미있고 소중하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어려움이 항상 직면해 있지만, 글쓰기를 좋아하는 그는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강윤미 객원필진/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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