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복식수업'이 교육적 효과 낮다고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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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복식수업'이 교육적 효과 낮다고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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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 비판
강봉수 제주대 교수 / 제주교육희망네트워크 대표

나는 70년대에 초등학교를 분교에서 나왔다. 그 당시에도 우리학교에서는 이른바 복식수업이라는 것을 하였다. 읍내나 도시 학교를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모든 학교가 그렇게 수업을 하는 줄 알았다.
 
복식수업도 아마 두 학년이 아니라 세 학년이 한 교실에서 수업을 했던 것 같다. 선생님 두 분이 우리학교 모든 학년을 가르치셨다. 국어, 산수, 사회, 자연 등의 과목은 선생님이 돌아가면서 학년별로 가르쳤다. 한 학년을 가르칠 때 두 학년에게는 자습과제를 주고 상하학년 간에 서로 도우며 과제를 하도록 했다.

음악, 미술, 체육 등의 과목은 세 학년 모두가 함께였다. 선생님의 풍금반주에 맞춰 노래 불렀고, 야외에 나가 그림도 그렸다. 체육시간에는 모두가 함께 리듬과 율동을 배우기도 하고 편을 나눠 축구경기를 하기도 하였다. 특히, 나는 선생님께 탁구를 배웠는데 고학년이 되어서는 선생님까지 이기는 실력을 뽐내기도 하였던 즐거운 기억이 있다.

강봉수 제주대 교수/제주교육희망네트워크 대표.<헤드라인제주>
지난 10월 25일 열린 제주도의회 교육행정질문에서는 도의원과 도교육감 간에 복식수업의 교육적 효과를 놓고 날선 공방이 있었다고 전한다.

모 도의원은 “소규모 학교가 복식수업으로 인해 교육효과가 떨어지고 학생의 인성 및 사회성 발달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는 제주도교육청의 입장에 대하여 “그것을 입증할 검증자료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소규모 학교가 인성 및 사회성 발달은 물론 복식수업으로 교육적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는 장점도 될 수 있다.”고 비판하였다.

이에 대해 제주도교육감은 “평생 교육을 해온 자신으로서는 정말 동의하기 어렵다”고 전제하면서 “복식수업은 다른 학교 학생과 같은 교육적 수혜를 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실제로 복식수업은 반쪽 수업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반박하였다. 과연 누구의 주장이 타당한가?

일단 도의원의 주장대로 소규모 학교가 인성발달에 나쁜 영향을 주고, 복식수업이 교육적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을 입증하는 객관적인 자료나 보고서는 아직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복식수업이 오히려 교육적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는 핀란드 등의 교육선진국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핀란드에서는 복식학급이 매우 일반화되어 있다. 왜 복식학급을 운영하는가라는 물음에 스트론베리초등학교 교장은 “두 학년을 가르치면 각 학생의 진도에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아무리 같은 학생이라도 학습테마나 시기에 따라 학습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복식학급은 천천히 배우는 아이들이 따라가기에 좋은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핀란드에서는 복식학급의 효율적 운영을 위하여 아이들의 능력에 맞는 수업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과 교재가 짜여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학생은 모둠을 짜서 서로 가르쳐주고 교사는 개별지도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보조교사가 보충학습을 도와준다. 자습용 교재와 심화용 교재가 따로 있고, 수업의 목표는 정해져 있지만 개개인의 학습 진도는 다르다고 한다.(후쿠크 세이지, 박재원 외 옮김, “핀란드 교실혁명”, 비아북, 2009, 94쪽).

한국교육개발원의 관련 보고서도 말한다. “여러 학년이 함께 하는 복식수업이 운영하기에 따라서는 단식수업이 누릴 수 없는 장점을 발휘할 수도 있다. 복식수업은 오늘날 우리나라 도시학교에서 지향하고 있는 열린교육의 한 방법이자 선진국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개별화 학습과 무학년제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복식수업의 장점을 현실화사키기 위해서는 복식수업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교육과정 재구성, 수업 방법 등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러한 연구결과가 현장교사들에게 전달되어 실천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연수가 이루어져야 하며, 수업교재가 개발 제공되어야 한다. 아울러 복식수업을 하는 교사에 대한 급여나 인사 상 인센티브 제공, 수업 및 행정 보조원 배치 등의 조치도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이혜영 외, “농산어촌 소규모학교 통폐합 효과분석”, 2010, 237쪽).

사실 복식수업의 선례는 우리나라의 서당교육이다. 서당교육의 사례야 그렇다 하더라도 선진국의 사례가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소규모 학교를 살린 혁신학교 사례도 있다. 이러한 사례를 검토하여 복식수업의 장점에 주목한 국가연구기관의 권고도 있다.

그런데 왜 유독 제주도교육청은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려고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소규모 학교가 학생들의 인성과 사회성 발달을 저해하기 때문인가. 오히려 나는 소규모 학교일수록 인성과 사회성 발달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더 잘 운영할 수 있다고 여긴다. 이미 제주의 여러 학교에서 그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해안초등학교는 분교가 되었다가 다시 본교로 승격되었는데, 교장선생님은 “특색있는 교과과정의 운영만으로도 학생들을 유치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좋은 학교란 겉으로 드러난 규모가 아니라 ‘교육의 질’에 달렸다고 말한다.

장천초등학교는 지역기관과 지역인사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생태, 검도, 승마, 발레, 팜스쿨, 독서논술, 플루트와 오카리나 연주 등 다양한 특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통하여 아이들의 인성이 달라지고 있다고 전한다.

곽금초와 영평초도 생태올레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더럭분교도 복식수업을 하지만 학년을 넘어서는 모둠별 수업, 특화된 프로그램을 통하여 아이들의 지성과 인성을 기르는데 최선을 효과를 거두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제민일보의 제주교육희망순례 기획연재기사 참조).

사례로 든 학교들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교장과 교사, 학부모 및 지역주민들이 합심하여 학교를 살리고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교사들의 자발적 참여와 헌신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학생들은 수업과 학교생활이 즐겁고 교사들은 교직의 보람을 맛본다.

제주도교육청은 이러한 사례에서 보여주는 교장과 교사들,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의 헌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들의 헌신적 노력을 도와주고 지원해주지는 못할망정 학교부터 없애놓고 보자는 식의 정책기조가 의아스럽기만 하다. 다양한 방과후 프로그램 운영이 어렵고 복식수업의 폐해 때문이라는 도교육청의 입장은 도저히 수긍할 수가 없다. <헤드라인제주>

<강봉수 제주대 교수 / 제주교육희망네트워크 대표>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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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2012-11-01 00:34:04 | 121.***.***.166
강봉수 교수님의 얘기를 교육청이 쫌 들어야 하는데....
맞는 말씀입니다.
마을의 명예인 작은 학교를 없애려고 하는 것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