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교사의 '간절한 소망'...올 성탄절엔 풀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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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교사의 '간절한 소망'...올 성탄절엔 풀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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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해직교사 김상진의 성탄전야 '슬픈 기억'과 '희망'
성탄 전야에 '해임 통보'...2년10개월만에 '복직'의 희망 찾다

교사직에서 해임된지, 복직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까지는 정확히 2년10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캐롤송이 울려퍼지던 성탄절 전날인 2009년 12월24일.

중등교사(사회)인 김상진 전 전교조 제주지부장(49)의 집에는 제주도교육감이 보내온 한 통의 우편물이 전해졌다. 다름아닌 '해임 통보서'였다.
 
이미 교육청 징계위원회의 징계의결 내용을 전해들은 상황이었지만, 가족과 함께 하는 이날 받아든 해임 통보서는 성탄 전야의 '슬픈 기억'으로 남게 됐다.

"해임통보서를 받는 날, 그날은 정말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날이 마침 성탄전야였거든요. 정말 기분이 묘했죠."

김상진 해직교사가 26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성탄절 전날 통보된 김상진 교사에 대한 해임처분 통지서. <헤드라인제주>

그로부터 정확히 2년10개월 뒤인 2012년 10월24일, 이날 역시 '24일'이었다. 이날 제주지방법 행정부는 그가 제주도교육감을 상대로 제기한 공무원의 해임처분 취소소송의 1심 선고에서 해임처분을 취소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시국선언'을 했다는 이유로 해임처분을 내린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게 판결의 취지다.

드디어 복직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2년여간의 외로운 투쟁 끝에 승소판결을 얻어낸 그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드리워졌다.

26일 <헤드라인제주>와 인터뷰를 하는 내내 그는 하루빨리 교단에 다시 서고 싶은 간절함을 감추지 않았다.

"전국적으로 해임취소 소송에서 승소판결이 나오고 있어, 저 역시 승소할 것이라는 예상은 했죠. 그러나 선고일이 다가오면서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있었어요. 행여나 일이 또 잘못 꼬이지 않을지 하는..."

그는 "1심 승소판결을 보면서 이제야 뭔가 일이 하나씩 매듭지어 가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기쁨을 표시했다.

1989년 9월 교직에 입문해 신창중, 저청중, 아라중, 제주서중, 중문상고, 한라중, 그리고 다시 서중학교로 와서 2009년 2월까지 사회과목 교사로 일했던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상진 해직교사. <헤드라인제주>

◇ '시국선언' 정부대응 논란 속, 성탄전야 '해임 통보'

이 사건의 최초 발단은 2009년 6월1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6월 민주항쟁의 소중한 가치가 더 이상 짓밟혀서는 안된다'는 취지로 해 정부의 국정기조 전환을 촉구하는 '교사 시국선언'이 발표됐다.

 이 시국선언에 2009년 1월부터 전교조 제주지부장을 맡아 활동했던 그도 참여했다.

시국선언이 발표되자 정부가 즉각적으로 강경대응 방침을 발표했다. 그러자 한달 뒤인 7월, 그는 정부의 방침에 항의하는 '민주주의 수호 교사선언'을 주도했다.

그러자 정부당국은 헌법적 권리인 '표현의 자유' 침해논란에도 불구하고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에 대한 중징계를 엄명했고, 사법당국의 기소와 함께 교육청의 징계절차가 진행됐다.

검찰의 기소와 교육청의 징계사유는 모두 한결같이 국가공무원법상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에 맞춰졌다.

형사사건으로 해 기소된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한 법원의 판결도 제각각이었다.

전주지법과 대전지법 등에서는 "이 시국선언이 공익의 목적에 반하는게 아닌 국민으로서 국가에 대한 비판을 한 것에 불과하다.", "시국선언이 특정 정당이나 정파를 지지한 것이 아니므로 정치적 중립의무에 반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 무죄판결이 나왔다.

반면 그가 기소된 1심 법원인 제주지법은 "시국선언은 국가공무원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공무 이외의 일을 위한 집단적 행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는 취지로 해 벌금 100만원의 유죄를 선고했다.

벌금액은 비록 '100만원'이었지만, 2009년 12월24일 이뤄진 제주도교육청의 징계수위는 '해임'이었다.

법원의 형사적 책임에 비해 가혹한 형벌이 아닐 수 없었다.

◇ "민주주의와 인권의 소중함 정말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교육청을 상대로 해 많은 농성을 벌이던 그는 2010년 12월로 전교조 제주지부장의 임기가 끝나자, 서울로 올라가 전교조 상근직을 했다.

지난해에는 조직특별위원장, 올해에는 교육자치위원장을 맡아 일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해임처분의 무효확인 소송이란 법적투쟁을 계속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24일 1심 법원으로부터 승소판결을 얻어낸 것이다.

김상진 전 지부장은 그간 남몰래 겪어야 했던 심적 부담을 토로했다.

"국가권력이라는게 참 무섭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개인의 생활이나 삶이 잘못된 국가권력의 행사로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절실히 실감했다.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게 얼마나 소중한 것이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저 같은 경우야 국가권력으로부터 그러한 일을 당해도 전교조라는 조직으로부터 보호를 받으며 저항할 수 있었지만, 일반 개인들은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겠느냐"며 "왜 우리 선배들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소중히 생각하며 이것을 지키기 위해 싸워왔는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임처분을 받은 후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점에 대해서도 잠깐 언급했다.

"전교조라는 조직의 일원으로서 저야 언제나 당당하게 맞서 싸우며 할 수 있는데, 아내와 자녀들, 그리고 주변 친지들 만날 때마다 걱정하는 얘기를 들을 때 정말 가슴이 아팠다. 스스로는 '괜찮다'고 마음을 달래면서도, 속 마음이야 오죽했겠나."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상진 해직교사. <헤드라인제주>

◇ "교육청이 '결재해지' 심정으로 현명한 판단 하리라 믿어"

이제 1심판결이 끝났지만, 당장 복직절차가 진행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제주도교육청이 이번 1심 판결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가 문제다. 현재의 예상대로 라면 당연히 판결 내용에 따라 징계위를 재소집해 징계수위를 낮추는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항소'라는 의외의 카드를 내밀 수도 있다.

피고측인 교육청 당국이 항소를 하더라도 판결의 추이는 달라질 개연성은 없어보이지만, 복직여부를 결정하는 시간은 계속 지체될 수밖에 없다.

그는 이러한 점을 염려하면서도, 양성언 교육감의 '현명한 판단'을 믿는다고 말했다.

"양 교육감이 이제는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얽힌 것을 제대로 풀어나갈 것이라 생각한다. 양 교육감 역시 그 당시 저를 해임시키면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지금은 해임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에 그것을 명분으로 해 교사를 아이들 곁으로 돌아가게 하는 후속조치를 조속히 취해줄 거라 믿는다."

하루속히 교단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이 해직교사의 간절한 소망은 올해 크리스마스가 오기 전에 이뤄질 수 있을까.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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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함 2012-10-28 18:31:26 | 27.***.***.40
복직을 祝 ^L^***제주바당 노인과털보 (전 한국 BBS 연맹 서귀포 지부장)

편집국 2012-10-27 18:34:20 | 121.***.***.114
아래에 게재됐던 <아라중>님의 댓글은 인신공격성 및 명예훼손적 표현이 담긴 내용이어서 삭제조치하였습니다. 이 댓글 삭제조치와 관련한 문의 727-1919.

시민판사 2012-10-27 10:17:16 | 175.***.***.219
전주지법 대전지법의 판결사유가 와 닿습니다 제주집법의 판결도 더이상 명분이 약해서 고작 벌금 100만원인데 제주교육청은 왜 해임처분까지 했을까요.

정의의 승리 2012-10-26 21:11:17 | 211.***.***.148
복직은 당연합니다
이 나라 정권의 반민주적 탄압의 희생양이 된 이 땅의 해직교사느누이제 교단으로 가야합니다
김상진 선생님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