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옹성' 제주교육청...왜 '대화 여지' 없앴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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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옹성' 제주교육청...왜 '대화 여지' 없앴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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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답답한' 교육행정질문, 양성언 교육감의 아쉬움
질문 답변마다 대화여지 원천차단...설득논리 '요지부동'

숱한 설득과 반박 근거를 제시해도 제주도교육청이 쌓은 '철옹성'은 무너뜨릴 수 없었다. 점진적인 방안을 찾기 위해 이뤄진 논의는 평행선을 그을 뿐이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27일 제300회 임시회의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여러가지 논의가 오갔지만 이번 임시회의 핵심은 단연 전날 진행됐던 '교육행정질문'이었다.

특히 당초부터 학생들의 경쟁을 부추긴다고 평가되는 고입 연합고사 관련 체제개편 문제와 소규모 학교 통폐합 문제 등이 거론될 것으로 예상돼 비상한 관심을 모아왔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별다른 결과물은 나오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제주도교육청이 소통의 여지를 차단시켜버렸다.

# 장면1. 고입체제 개편 논의 제안에 "우리 체제 고수한다"

고입 교육체제 문제와 관련해 먼저 운을 뗀 것은 새누리당 김승하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하루 16시간 이상 공부해야 하는 대입 경쟁에도 모자라 제주지역 학생들은 고입부터 경쟁에 내몰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가고 싶은 학교를 갈 수 있도록 입학전형 제도를 바꿀 것을 제안했다. 제주지역에 한해 시행되고 있는 연합고사를 철폐하자는 제언이었다.

양 교육감은 이를 단박에 거부했다. 제주지역의 학업성취도를 예로 들며 체제 개편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일문일답 형식으로 질의한 이석문 교육의원도 관련 문제를 들춰냈다. 이 의원은 "경쟁이라는 것은 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패배자로 만든다"며 "물론 제주도교육청이 잘한 것은 충분히 자랑할만하지만 그림자도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교육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학생들의 경쟁체제를 완화할 수 있도록 새로운 체제개편이 가능한지 검토하는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고입 교육체제 문제는 어제오늘 불거진 문제만은 아니다. 지난번 교육행정질의 당시에도 이와 관련한 지적사항들이 제기됐지만 그 때마다 교육청은 '우리 갈길을 가겠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해 왔다.

이번 답변도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양 교육감이 "우리는 우리 체제를 고수할 계획"이라며 단박에 잘라내면서다.

당장 교육체제를 바꾸자는 것도 아니고, 우선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해보자는 제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장면2. 소규모 학교 통폐합, 숱한 설득논리 '요지부동'

그나마 고입체제 개편은 개인적인 교육철학에 입각한 것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잘잘못을 가리지는 못하는 사안이다.

하지만, 소규모 학교 통폐합 문제의 접근은 조금 다르다. 최종 결정권이 제주도 교육당국에 있고, 전국적인 추세와 연구결과 등을 토대로 판단했을때 재고의 여지가 있음에도 여전히 완강한 태도를 고집하고 있다.

새누리당 한영호 의원은 제주도교육청의 소규모 학교 통폐합 강행 논리인 '복식수업' 문제점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복식수업으로 인해 교육효과가 떨어지거나 학생의 사회성 발달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한다는 점을 검증할 자료가 없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양 교육감은 "복식수업이 이뤄지는 동안 학생의 절반은 자율학습을 해야하는 등 공정한 교육혜택이 제공할 수 없다"고 맞섰다.

그러자 한 의원은 올해초 통폐합 대상인 풍천초등학교가 학력우수평가 기관상을 수상한 사례를 거론했다. 이 상은 제주도교육청이 직접 선정한 상으로, 기초학력 미달자를 줄이면서 수상한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 양 교육감은 별다른 답변 없이 함구했다.

통폐합 문제와 관련해 전국적인 추세도 이날 질문의 핵심 포인트였다. 제주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교육당국은 지역주민과 학부모들이 통폐합 여부를 결정한다는 내용이었다.

통폐합을 하면 장단점이 있는데 그 부분을 가장 잘 인지할 수 있는 이들은 바로 학부모라는 광주교육청 관계자의 말은 당연하면서도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이에 대해 양 교육감은 학부모와 지역주민과의 소통은 지속적으로 이뤄져왔다고 반박했다. 처음 통폐합 여부가 결정된 2009년부터 지역을 방문해 주민설명회를 갖고 교육감 면담도 꾸준히 진행해왔다는 것이다.

또 교육부가 출연한 기관인 한국교육개발연구원이 소규모 학교 통폐합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지만, 이 또한 설득논리로는 먹혀들지 않았다.

# 교육청의 완고함...'논리 부재' 아닌 '소통 부재'

일련의 과정을 되새겨 봤을때 교육청의 문제는 '논리의 부재'가 아닌 '소통의 부재'다.

고입체제 개편 문제나 소규모 학교 통폐합 문제와 관련해 교육청의 입장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문제가 뚜렷해 무조건 갈아엎어야 할 사안들은 아니다.

이를 인지하고 있는 의원들도 자신들의 생각을 관철시키기 위해 무조건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지는 않았다. 민감한 사안과 관련해서는 '논의해보자'는 식으로 한 발 물러서기도 했다.

그러나, 되려 양 교육감은 '완고함'을 드러내며 대화의 진전을 원천 차단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의원은 답답함을 호소하며 언성을 높이는 사태까지 이르기도 했다.

소통의 부재는 이날 의원들과의 문제만은 아니다. 학교 통폐합 문제와 관련해 지역주민들과의 소통도 미흡했다.

양 교육감은 3년전부터 학부모들과의 면담을 통해 꾸준히 소통해왔다고 자부했지만, 여전히 지역주민들의 반박 여론은 들끓고 있다. '소통'이라 함은 이야기를 듣는 것에 그칠게 아니라 마음을 모아야 한다.

당장에 다른 지방의 사례만 들어도 명백하게 드러난다. 타 지역 교육청은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통폐합을 무산시켰다. 해당 교육청들은 '결정권'자체를 주민들에게 일임했지만, 제주교육당국은 여전히 칼자루를 넘기지 않고 있다.

제주지역의 소규모 학교 통폐합이 다른지역 교육청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었는지 되새겨 볼 문제다.

결국 교육청 수장과의 교감으로 기대됐던 진전은 없었다. 제주교육계가 한바탕 치러야 할 홍역은 여전히 남아있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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