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소녀의 '1회전 탈락'...무엇이 가로 막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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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소녀의 '1회전 탈락'...무엇이 가로 막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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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인권이야기] <33> '그들'만이 아닌 '함께'하는 생활체육
열악한 제주 체육시설..."장애인 전용 아닌 범용 시설 확충돼야"

부수영/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IL지원팀.<헤드라인제주>
어느 덧 제32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가 막을 내린 지 2주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주관으로 치러진 이번 대회는 경기도 고양시에서 개최되어 전국의 장애를 가진 체육인 총4839명이 참가하여 각 지역의 대표로서 실력을 겨루었다.

제주특별자치도도 191명의 선수가 참가하였고, 모두가 최선을 다했지만 아쉽게도 20개시도 가운데 20위라는 성적을 올렸다.

나는 보치아라는 종목의 코치 자격으로 이번 전국장애인체전에 출전하게 되었다. 보치아라는 종목은 간단히 말하면 표적구와 공을 던져 표적구에 가까운 공의 점수를 합하여 승패를 겨루는 경기로 뇌성마비 중증 장애인과 운동성 장애인만이 참가할 수 있는 종목이다.

하지만 보치아라는 종목에 대한 내 지식도 너무나 부족함이 많았고, 보치아라는 종목을 접한지도 오래 되지 않아 코치라고 불리기에는 스스로가 부끄러울 정도다. 더군다나 나와 함께 호흡을 맞춘 선수는 올해 첫 출전하는 19살의 어린 선수였다. 서로가 많이 부족하지만 서로가 부족한 점을 채워주면서 그래도 짧은 시간이나마 나름 최선을 다해 연습하여 이번 대회에 참가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전국의 벽은 높았다. 나와 함께 호흡을 맞췄던 선수는 아쉽게도 전국대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1회전 탈락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다른 지방의 선수들보다 열악한 환경으로 인하여 연습시간이 부족하여 어쩔 수 없었다고 서로를 위로하였지만 아쉬운 마음은 쉽게 가시질 않았다.

옆에서 코치로서 함께했던 나 자신도 아쉬운 마음이 큰데 선수 본인은 더욱더 아쉬움이 컸을 것이다. 더구나 중증장애인으로 또래의 친구들처럼 학교생활을 할 수도 없었고, 다른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닌 현실에서 어쩌면 보치아라는 생활체육이 유일하게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이어서 이번 경기에 대한 기대가 컸으리라.

그래서 평상시에는 해맑은 19살의 소녀의 모습에서 보치아 연습을 할 때면 프로선수 못지않은 열정과 진지한 모습을 보여줬던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현실은 이 어린 소녀의 열정과 욕구를 매몰차게 가로막고 있다. 연습을 하고 싶어도 연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의 부재와 전문 지식을 갖춘 지도자가 턱없이 부족하여 제대로 된 연습조차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은 제주지역의 문제만은 아니다. 전국적으로 장애인 생활체육은 너무나도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다.

현재 제주지역에서 그나마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는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 내부에 있는 조그만 체육관이 있지만, 이 단 하나의 공간에서 배드민턴, 농구, 배구 등 수많은 종목의 선수들이 몰려 연습을 하고 있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집중하는 경기인 보치아는 항상 다른 종목 선수들과 체육시설을 나누어서 함께 이용해야만 한다. 그래서 항상 연습할 때면 옆에서 운동하고 있는 다른 종목 선수들이 신경 쓰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이런 보치아 선수들이 신경 쓰이는 것은 다른 종목 선수들도 마찬가지이다.

장애인 생활체육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장애인 생활체육 지도자와 체육시설을 늘리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제대로 된 환경에서 자격이 갖추어진 지도자로부터 생활체육을 배울 수 있어야 장애인 당사자도 만족을 할 것이다.

하지만 하나 더 얘기하고 싶은 것은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을 늘리는 것은 점차 늘어나는 장애인의 생활체육에의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해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도자야 전문 지식이 있어야 장애 특성에 맞게 지도를 하겠지만 체육시설은 ‘장애인 전용’이 될 필요가 없다. 당장이야 체육시설에 대한 욕구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이는 사회통합에의 길을 역주행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전용이라는 단어가 붙는 순간 그것은 그들만의 것이 된다. 장애인 전용이라는 단어로 장애인을 따로 취급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장애인 체육이라고 해서 무언가 특수한 시설적 장치를 요구하지 않는다. 장애인 체육이 가능하다면 비장애인 체육도 가능하다. 불가능할 이유는 전혀 없다.

지역의 체육시설을 장애인도 함께 이용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장애인만을 위한 전용이 아닌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는 범용시설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 여부로 구분되어지지 않고 함께할 수 있는 체육시설이 만들어짐으로서 장애인의 생활체육에 대한 욕구도 해소시킬 뿐만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사회통합도 이루어져 나갈 것이라 본다. <헤드라인제주>

<부수영/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IL지원팀 >

장애인 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앞으로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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