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통폐합 설전 '평행선'..."들으려고 하질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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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통폐합 설전 '평행선'..."들으려고 하질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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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 교육행정질문...'소규모 학교 통폐합' 핵심화두
"주민과의 소통 단절한 교육감...노력조차 하지 않아"맹공

제주도의회 교육행정질문에서 제주지역 소규모 학교 통폐합 문제를 두고 한바탕 설전이 벌어졌다.

"학교 통폐합을 막기 위한 아무런 대책을 강구하지 않았다"는 의원들의 지적과 "할만큼 했다"는 양성언 제주도교육감의 항변이 정면으로 충돌한 것.

제주도의회는 25일 제300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교육행정질문을 갖고 소규모 학교 통폐합과 관련한 전반적인 사안에 대해 지적하며 제주도교육청의 명확한 입장을 촉구했다.

소규모학교 통폐합 관련 설전을 벌이는 한영호 제주도의회 의원, 양성언 제주도교육감, 이석문 제주도의회 교육의원(왼쪽부터). <헤드라인제주>

# 한영호 의원 "복식학급 폐해? 억지 논리 펴지 마라"

선봉장에는 새누리당 한영호 의원이 나섰다. 한 의원은 제주도교육청의 소규모학교 주장 논리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학생수가 부족해 복식수업이 진행되면서 비정상적인 교육과정이 이뤄진다고 하는데, 이는 교육청의 오랜 고정관념일 뿐"이라고 역설했다.

한 의원은 "예전부터 우리나라의 교육은 서당에서 다양한 연령이 함께 토론하고 학습하는 문화였다"며 "이러한 교육방식은 학습자가 스스로 지식을 구성하며 서로 간에 관계도 돈독해지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그는 "소규모학교가 복식수업으로 인해 교육효과가 떨어지거나 학생의 사회성 발달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하고 있는데, 이를 증명할 검증된 자료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한 의원은 정책추진 과정에서 학부모와 주민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질책했다.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짐에 따른 것이다.

한 의원은 "현재까지 진행됐던 정부의 국책사업 중 주민의 동의 없이 제대로 추진된 사례는 없었다"며 "이제는 소통을 통한 방법론과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만이 방법이 될 수 있는 바, 교육청은 과거의 관치행정 패러다임에서 깨어나 변화의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 의원은 "교육청에서 학교가 없더라도 교육과 지역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이에 대해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이 공감하면 통폐합을 왜 반대하겠냐"라고 따져물었다.

이와 관련해 양 교육감은 "복식학급을 편성해 두 학년 이상을 한 반으로 편성하면 40분 수업 중 한 학년에 20분씩 쪼개서 할 수 밖에 없어 다른 학교와 같은 수혜를 받지 못하고, 반쪽짜리 수업밖에 안된다"고 반박했다.

또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난 2009년 통폐합 결정이나고 3년간의 유예기간을 통해 교육청은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다"며 "이 기간을 통해 학부모들이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줬다"고 답했다.

이 같은 답변에 한 의원은 "도대체 교육청이 무얼 하는 기간이기에 학부모들에게 대책을 마련하라고 유예시간을 줬느냐"며 "학교를 살리는 것을 교육청이 해야지 주민들에게 맡겨버리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의원은 "소규모학교 통폐합 대상 학교의 운동장 놀이시설이 1년이상 다 폐쇄시켰다"며 "이것이 교육청의 작은학교 살리기 정책의 실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 이석문 의원 "학교 살리겠다더니 3년동안 한 게 뭐냐?"

이석문 교육의원은 지난 3년간 교육청에서 소규모 학교 살리기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집중 추궁했다.

이 의원은 "교육청은 지역경제 문제라 통폐합을 강행하려 하고, 제주도청은 교육분야라고 미루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며 "혹시 학교를 살릴 방안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양 교육감은 "노력했지만 우리 교육청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곧 이 의원은 "다른 지역의 경우 소규모학교 통폐합 문제는 전적으로 지역주민과 학부모의 의견을 따른다"며 "소규모학교의 장단점이 있는데, 그 점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이들이 바로 학부모들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다른 지역의 경우 학교를 통합하지 않고 살린 성공적인 사례가 있다"며 "납읍초등학교는 지역주민들이 임대주택을 지었고, 더럭분교장은 헌신적인 교사의 노력과 지역주민들이 힘을 합쳐 통합을 막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학교를 살리겠다고 마음 먹은 순간에 무엇을 할 수 있는 일은 많다"며 "당장 학교가 통합됐을 시 지원되는 20억원 중 절반만 들여도 학교는 살아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의원은 "학교를 살리기 위해 교육청은 한 일이 없이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면서 "실제로 해당 분교 교사들의 업무량이라도 줄일 것을 도의회가 요구했지만, 공문처리 실적을 보면 전혀 줄어들지를 않았다"고 맹비난했다.

이에 양 교육감은 지난해 12월 조례개정을 거론하며 반박했다. 해당 조례안은 통폐합 대상인 풍천초, 수산초, 가파초를 분교장으로 변경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도립학교 설치 조례 일부 개정안'이다.

조례안에는 "풍천초.수산초.가파초는 2013년 2월28일까지 효력을 가지며 이들 학교는 2013년 3월1일부터 분교장으로 개편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 개정안을 통과시켜준 것이 의회지 않냐는 항변이다.

이 의원은 "'할 수 있다'고 돼있지 '한다'고 결정된 것이 아니"라며 "그 과정에서 주민과의 소통과 방법을 찾으라고 한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이 의원은 "교사의 업무라도 줄여달라는 요청도 들어주지 않는데 주민들과의 충분한 논의화 협의가 진행됐느냐"고 캐물으며 '소통의 부재'를 거듭 지적했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 논란은 한 시간 이상 진행됐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끝까지 '평행선'을 그었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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