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오름 일제동굴진지 박물관, 결국 일본에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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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오름 일제동굴진지 박물관, 결국 일본에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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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근 관장, 지난달 30일 일본측 인사와 매각 각서 체결
박물관측 "재정적 여건 악화에 견딜 수 없어 매각 결정"

일제강점기의 일본군 진지 등으로 구성된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의 '제주 전쟁역사평화박물관'이 결국 일본측에 매각된다.

제주평화박물관은 지난달 30일 이영근 관장이 직접 일본 도쿄를 방문, 일본측 인사와 평화박물관 매각에 대한 각서를 체결했다고 9일 밝혔다.

제주 전쟁역사평화박물관. <헤드라인제주>
제주 전쟁역사평화박물관의 가마오름 일제동굴진지. <헤드라인제주>
이번에 체결된 각서에는 일본측이 평화박물관 자산을 직접 매입하거나 대행할 수 있으며, 일본측이 평화박물관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고, 자산도 충분히 보상해주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 각서에는 평화박물관이 일본측의 요청에 따라 가마오름 동굴진지를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는데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해 제주평화박물관측 관계자는 "지난달 관장님이 직접 일본측과 매각에 대한 각서를 체결했다"면서 "현재 박물관의 재정적 조건이 매우 열악하고 한계에 처해있음에 따라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매각 각서를 체결한 곳이 일본의 어느 단체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제주전쟁역사평화박물관은 국가기록원 등록 280권의 자료와 유물 등 2천여점이 전시.보관돼 있고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태평양 전쟁 준비를 위해 파놓은 가마오름 동굴진지 등을 통해 일재강점기 당시의 시대상을 잘 알 수 있도록 꾸며진 제주의 대표적 역사기록 관광지이다.

이에 가마오름 일제동굴진지는 지난 2006년 12월 26일 국가지정 등록문화재로 등록됐다.

특히 해당 박물관을 조성한 이영근 관장은 지난 1996년부터 사재를 털어 본인이 직접 진지동굴을 발굴해 복원하고 박물관을 세웠으며, 이 과정에서 쓰레기 더미를 뒤져 당시의 유물을 수집하는 등 열성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이 관장은 46억이라는 큰 돈을 쏟아부었으나 최근 경영난과 함께 박물관 조성 당시 발생한 빚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박물관측은 올해 초 일본측에서 매입을 시도했고, 이같은 사실이 일려지자 전국 각지에서 반대 여론과 함께 박물관에 대한 후원이 쏟아졌다.

이와함께 제주도는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 해당 박물관을 매입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당시 박물관 매각절차 자체가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8월 가마오름 일제동굴진지에 대한 문화재청의 토지 감정평가 결과 평화박물관 일대 토지가 약 2억7000여만원으로 낮게 평가되면서 결국 박물관의 정부 매입이 무산됐다.

당시 이영근 관장은 <헤드라인제주>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문화재청에서 박물관의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해 준 후 이를 매입해 주는 것을 원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를 문화재청이 거부할 경우 매입처가 어디인지는 상관없이 공매를 통해 매각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헤드라인제주>

<김두영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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