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불장군' 관광가이드 정책...'억지논리' 의심받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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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불장군' 관광가이드 정책...'억지논리' 의심받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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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제주도 관광안내사 자체 선발 방침 '강공 태세'...논란 부추겨
조례 개정 취지 변질...자체 시험 '메리트' 떨어져...기존 가이드 '무시?'

제주도내 관광통역 안내사를 둘러 싼 갈등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특별자치도가 관광통역안내사의 자체 선발 방침에 대한 강공 태세를 유지하면서다.

오정훈 제주자치도 관광정책과장은 2일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급증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해 추가적인 관광 통역 안내사를 선발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를 위해 제주도 자체적인 관광안내사 선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별자치도로 운영되고 있는 제주도만이 시행할 수 있는 조례 개정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제주도의 입장에 대해 반발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당초 취지가 변질됐을 뿐더러 관광안내사 자체 선발의 '메리트'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 조례개정 취지 '변질'...제발연 연구결과는 어디로?

제주도는 조례를 개정하는 이유에 대해 지난해부터 급속하게 증가한 외국인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외국인관광객이 지난해 같은시기에 비해 75%이상 증가됐다는 것.

특히 올해의 경우 크루즈 관광객이 지난해에 비해 85% 증가해 크루즈 입항시 통역가이드의 부족함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무자격 가이드의 능력 부족으로 제주의 가치가 왜곡되고 있다는 점도 들어 조례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현재 제주도가 내세우고 있는 조례 개정의 근거가 다소 변질됐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당초 이번 조례 개정은 제주발전연구원이 수행한 '제주지역 관광통역안내사 문제점 및 개선방안'에 근거를 뒀다. 이 연구결과는 제주지역의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 자격 취득자가 129명에 불과해 가이드가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이라는 진단에서부터 시작됐다.

또 지난해말 기준으로 57만명의 중국인이 제주를 방문했을 경우 이를 수용할 통역가이드는 대략 356명이 필요하다며 약 220명의 중국어 가이드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 같은 연구결과는 현장 일선에서 뛰고 있는 관광안내사들로부터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는 항의를 불러일으켰다. 비정상적인 관광시스템으로 인해 현재 제주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129명의 전문 통역안내사조차 일거리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관광안내사들은 여행사들이 '꼼수'를 부려 인건비를 필요로 하지 않는 '무자격 가이드'를 고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제주도당국의 단속만 본격적으로 이뤄진다면 자격을 갖춘 관광안내사들이 현장을 누빌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제주를 방문했던 57만명의 중국인 관광객도 '허수'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들 중 47만명은 경유형 관광객으로 하루 이상 머물지 않아 관광안내사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

이 같은 논리의 허점으로 역풍을 맞자 제주도는 당초 제주발전연구원의 연구결과는 뒤로 숨긴 채 조례 개정의 다른 논리를 만들어냈다. 해석이 달라진 연구원의 조사결과는 언급되지 않았다.

중국 관광객 수용태세를 미리 준비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시급성을 따져보면 현재 관광안내사들의 충분한 의견수렴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자체 선발 '메리트' 미미..."굳이 제주서 시험봐야 하나?"

자체적인 관광안내사 선발이 그만한 메리트가 있는지도 논란거리다.

제주도는 조례 개정에 따른 기대효과로 자격시험의 응시기회가 늘어난다는 점을 들었다. 제주지사 권한으로 관광안내사 자격시험을 1년에 1회 이상 실시함으로써 제주에서 통역안내사 활동을 하려하는 이들은 누구나 응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자격시험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시행하는 시험의 기준을 적용하되 제주도에 걸맞게 일부 조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문체부에서 시행하는 필기시험 과목은 국사, 관광자원해설, 관광법규, 관광학개론 등 총 4개 과목이다. 과목당 60점 이상의 성적이 나오면 실무교육 60시간을 이수하게 된다.

제주도는 이 같은 시험 유형을 유지하고 '국사'과목의 경우 '제주사'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국사의 기본적인 소양은 실무교육을 통해 교육시키고, 나머지 과목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은 굳이 자체적인 선발을 해야하는지 의문점을 들게 만든다. 결국 기존 문체부 시험과 다른 점이라고는 국사 과목이 제주사로 대체되는 것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응시자로서의 메리트가 떨어진다는 문제다.

시험요건을 낮추자니 선발된 관광안내사의 기본 소양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은 수긍할만 하다. 그러나 비슷한 난이도의 시험을 봐야한다면 일부러 제주에서 시험에 응시해야 할 필요성이 없어진다.

제주도에서 관광안내사 자격증을 획득한 가이드는 오직 제주도에서만 활동이 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응시자가 몰려들지는 미지수다.

# 실무교육 이수 시간절약?..."이미 제주에서 시행중"

또 하나의 기대효과로 제주도민인 경우 실무교육 이수에 따른 시간절약과 비용절감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체부에서 실시하는 시험에 응시할 경우는 실무교육 60시간을 이수해야 하기 때문에 서울에서 1주일 이상 거주해야 하지만 제주도에서 실시하는 시험을 응시하면 제주에서 실무교육을 이수하기 때문에 시간이 절약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제주도는 통역안내사 시험에 응시하는 제주도민들의 불편이 지속됨에 따라 문체부 관계부서에 강력히 요청해 올해 6월부터 제주웰컴센터에서 실무교육을 실시한 바 있다. 시간절약 등의 기대효과도 미미한 실정이다.

자체 관광안내사가 선발되면 통일된 근무복을 제공해 무자격 가이드와의 구분을 명확히 짓겠다는 방침도 꺼내들었다. 관광안내사의 자격 유무를 쉽게 식별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침은 당장이라도 시행해야 할 사안이지 자체 선발 관광안내사만을 위한 계획으로 내세우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 "내 갈길 가련다" 강공 태세...기존 관광안내사 대책은?

기존 관광안내사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강공 태세'를 유지해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번 관광안내사 자체 선발 계획이 불거지자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 회원들은 "일할 사람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정당하게 일을 해야하는 이들의 일자리가 뺏겼던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제주도내 관광안내사가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조선족, 불법체류자, 중국 유학생 등 '무자격 가이드'의 난립으로 인해 관광시스템이 비정상적으로 가동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관광안내사들은 "무자격 가이드에 대한 단속을 벌이는 것이 우선돼야 하는데, 제주도는 이를 무시한채 엉뚱한 계획을 세웠다"고 항의했다.

또 현재 활동하고 있는 관광안내사들만으로도 중국 관광객의 수용 능력은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제주도내 자격증을 취득한 관광안내사는 129명이지만 협회에 등록한 가이드 등 전국에서 제주를 찾아오는 가이드도 상당하다는 것.

제주지역 129명의 가이드 중에서도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인원은 50명도 채 되지 않아 업무 복귀 가능성이 얼마든지 열려있다고 주장했다. 어설픈 가이드를 늘릴 방안을 찾을 것이면 무자격 가이드들을 정리하고 이들을 복직시키는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제주도는 귀를 닫은 모양새다. 논란이 불거지자 관계자와의 면담을 갖기도 했지만, 기존 관광안내사들에 대한 조치 방안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관광안내사를 둘러 싼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제주도의 대처방안이 재차 주목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도가 자체시험을 통해 가이드를 뽑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28일 오전 이를 철회할 것을 촉구하며 거리시위에 나선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 <헤드라인제주>
   
28일 오후 2시 제주도가 자체시험을 통해 가이드를 뽑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는 이를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헤드라인제주>
   
지난 25일 제주도청을 항의방문한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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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3-04-10 14:05:37 | 112.***.***.45
언제부터 필기합격 후 면접 안보고 실무교육만으로 자격증을 줬나요?

휴.... 2012-10-05 15:01:53 | 61.***.***.249
무자격증부터 단속하시고....현재 관광상태 검중하시고...도민 일자리 창출은 못한 지언졍 일자리까지 착취하시 마시와요,,,, 이따위 정책 내시라고 우리 세금내만 뒷방노인네들 아니네요...

속터진다.... 2012-10-05 14:59:44 | 61.***.***.249
덤핑관광 몸소 느껴보셨을 님들께서 이러한 발상을 하셨다는게....당장의 가이드들만의 문제가 아니다...현재 중통과 학생들 알바자리조차 다저임금 유학생과 조선족한테 몰아가는 추세인데...이젠 도에서까지 난리일세....

좀더 2012-10-02 17:48:14 | 175.***.***.91
다양한 의견을 듣기 바랍니다. 그 분들 입장도 있지만, 다른 분들 의견을 다양하게 들어보세요. 무엇이 문제인지 보일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