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논리에 울분..."현장 와보기나 했어요?"
상태바
엉뚱한 논리에 울분..."현장 와보기나 했어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지역 관광안내사, 자체시험 계획에 "탁상행정의 극치"
"무자격 가이드 문제는 등한시...통계자료도 오류 투성이" 지적

"어떻게 현장에는 단 한번도 와보지 않고 저런 결정을 내릴 수가 있죠?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이렇게 실정을 모를 수 있나요?"

28일 제주도청 앞 시위를 거쳐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제주지역 중국어 통역 관광안내사들은 쉬이 화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시위나 기자회견 등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던 관광안내사들은 직접 제작한 피켓을 들고 거리를 활보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시한 관광조례 개정 내용이 현장 일선에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동 떨어진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급증하는 중국인 관광객을 맞이할 가이드가 부족함에 따라 제주도 자체시험을 통해 가이드 자격증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 회원들은 "일할 사람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정당하게 일을 해야하는 이들의 일자리가 뺏겼던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28일 오후 2시 제주도가 자체시험을 통해 가이드를 뽑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는 이를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헤드라인제주>
   
제주도가 자체시험을 통해 가이드를 뽑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28일 오전 이를 철회할 것을 촉구하며 거리시위에 나선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 <헤드라인제주>

# 제발연 "중국인 가이드 부족현상, 자체 시험으로 채워야"

사건의 발단은 지난 19일 제주발전연구원이 내놓은 연구 자료였다. 당시 제발연은 '제주지역 관광통역안내사 문제점 및 개선방안'이라는 조사결과를 통해 자체 가이드 시험 방안을 내놓았다.

제발연은 제주지역에서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 자격 취득자가 129명에 불과해 가이드가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지난해말 기준으로 57만명의 중국인이 제주를 방문했을 경우 이를 수용할 통역가이드는 대략 356명이 필요하다며 약 220명의 중국어 가이드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부족한 인력은 '무자격 가이드'로 채워지고 있다는 점도 명시했다.

제발연은 연초에 관계당국이 합동으로 관광지를 불시 방문해 점검한 결과 조선족이나 중국인 유학생 등의 무자격 가이드가 대거 적발됐다며 이를 인력부족 때문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내놓은 대책이 제주도 자체적인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시험을 실시하자는 것이었다. 복잡한 시험과정을 생략하고 한국사가 아닌 제주도 역사 등의 신설과목을 설립하자는 의견이다.

제발연은 제주특별법에 의해 제주도 조례로 이러한 규정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실현 가능성을 설명했다.

# "탁상행정의 극치" 맹비난...무자격 가이드 문제는 '나 몰라라'

이 같은 연구원의 결과는 가뜩이나 일자리를 찾지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던 현역 관광안내사들의 화를 돋우기 충분했다. 현장의 상황을 알지 못하는 '탁상행정'의 극치라는 것.

이날 기자회견에서 양혜순 대의원은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무자격 가이드의 성행과 저가 관광 단속에 손을 놓고 있는 제주도의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현재 여행사 등을 통해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내사들이 대부분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한 안내사라는 설명이다. 특히 기본적인 소양 교육을 받지 못한 조선족, 불법 체류자, 중국 유학생 등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협회 관계자는 "이 사람들은 관광안내를 하면서 성산일출봉이 해마다 1cm씩 자란다고 설명하기도 하고, 한국이 옛날에는 중국의 속국이었다는 소리까지 하고 다닌다"고 분을 냈다.

이로 인해 제주관광의 질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모든 책임은 일선에서 일하는 관광통역 안내사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점도 문제가 된다.

왜 이런 일이 불거진 것일까.

관광안내사들은 쉽게 돈을 벌기 위한 여행사들의 '꼼수'와 이를 단속하지 않고 방치한 제주도정의 무책임함 때문이라고 하소연했다.

제주 패키지를 운영하는 여행사들이 하루 일당 10만원 가량인 안내사를 고용하기 부담스러워 자격이 없는 가이드들을 무분별하게 고용한다는 것이다.

여행사는 무자격 가이드들에게 임금을 지불하지 않는다. 대신 무자격 가이드들은 특정 장소에 관광객들을 내려주면 그 곳에서 쇼핑을 하게끔 유도해 '송객 수수료'를 챙기는 식으로 이득을 취한다.

조선족이나 불법 체류자 등에게는 2~3만원 가량의 송객 수수료도 상당한 이득이라는 설명이다. 개중에는 취업비자를 별도로 발급받지 않으면 노동을 할 수 없는 중국 유학생들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보니 무자격 가이드들은 관광객들이 억지로 쇼핑을 하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쇼핑으로 인한 수수료를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쇼핑을 하려하지 않는 관광객들에게 "돈이 없냐"는 식으로 대놓고 무시하는 사례도 들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특별한 단속에 나서지 않았다. 관광안내사들 사이에서는 여행사들과의 커넥션으로 제주도가 일부러 단속에 나서지 않는 것이라는 의혹까지 새어 나왔다.

이 무자격 가이드들에 의해 힘들게 자격증을 취득한 관광안내사들은 등한시 되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도가 자체시험을 통해 가이드를 뽑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28일 오전 이를 철회할 것을 촉구하며 거리시위에 나선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 <헤드라인제주>
   
지난 25일 제주도청을 항의방문한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 <헤드라인제주>
   
28일 오후 2시 제주도가 자체시험을 통해 가이드를 뽑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는 이를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헤드라인제주>

# 통계자료 치명적 오류..."중국 관광객 57만? 알고 하는 소리?"

제주발전연구원이 내놓은 통계자료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중국관광객 수용능력이 부족하다는 제발연의 연구결과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 중국인 방문객수에 따라 진행됐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제주를 방문한 중국인은 약 57만명이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따져보면 이 57만명에게 안내사가 모두 필요하지는 않았다. 이들 중 47만명은 '경유형' 관광객이었던 것이다.

경유형 관광객이란 서울 등을 관광하다가 잠시 제주를 들리는 정도지 하루 이상 머물지 않은 관광객을 의미한다. 정작 안내사가 필요한 제주 체류형 관광객들은 지난해 10만명에 그쳤다는게 관광안내사들의 주장이다.

관광안내사들은 "홍콩, 대만, 말레이시아, 싱가폴 등 동남아관광객을 포함하면 체류 관광객은 약 23만명이지만, 이들은 중국어 보다는 영어관광통역안내사가 인솔하는 경우가 많아 이 사안과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또 현재 활동하고 있는 관광안내사들만으로도 수용 능력이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제주도내 자격증을 취득한 관광안내사는 129명이지만 협회에 등록한 가이드 등 전국에서 제주를 찾아오는 가이드도 상당하다는 것.

현재 제주지역 129명의 가이드 중에서도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인원은 50명도 채 되지 않아 업무 복귀 가능성이 얼마든지 열려있다고 주장했다. 어설픈 가이드를 늘릴 방안을 찾을 것이면 무자격 가이드들을 정리하고 이들을 복직시키는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40여명의 관광안내사들이 참여했다. 관광안내사들은 제주도내 일손이 부족했다면 한낮에 이만한 인력이 동원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관광안내사들은 "공정한 과정을 거쳐 시험을 통과한 이들과의 경쟁은 우리도 얼마든지 환영"이라며 "하지만 제주도의 방침은 임시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편법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 제 논리에 빠진 제주도..."논란 벗어나려하기 급급해"

자체 시험을 조례 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주도의 설득논리도 앞뒤가 맞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협회 한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면 이렇다.

문제가 불거진 후 관광안내사들과 이야기를 나눈 제주도 문화관광스포츠국 관계자는 제주도 자체 자격시험을 보게되면 자격 없는 가이드들이 늘어나지 않겠냐고 묻는 안내사들의 질문에 "현재 가이드를 선별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시험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안내사 측에서 그렇다면 제주 자체적인 역사를 시험보겠다는 것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되묻자 이 관계자는 "문화체육관광부 시험에 더해 제주역사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시험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와 같은 논리는 가이드를 확충하기 위해 자체적인 시험을 보겠다는 제주도의 논리와 모순되는 것이다. 더 어려운 시험을 보기 위해 일부러 제주도로 내려오는 인력이 늘어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관광안내사들은 "그럴거면 뭣하러 시험을 따로 만들려는 것이냐"며 "잠깐의 논란을 빠져나가기 위한 억지 논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도 관광안내사들은 제주도 당국을 대상으로 의견이 관철될 때까지 단체활동을 전개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현장의 목소리를 배제한 연구결과가 고스란히 현장 일선의 피해로 돌아가려는 모습이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2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감사원들 뭐하시나요??? 2012-10-05 15:04:24 | 61.***.***.249
추석 지나 이따위 정책 강행한다고 하시는 이분들 여행사와 감사해야하는거 아닙니까??? 여행사 벌금 안내 좋고....이분들 주머니 두둑해 좋겠네...

연구원장퇴진 2012-09-28 19:20:02 | 119.***.***.46
무능한 연구로 혹세무민하는 제주발전연구원 원장과 담당 연구원은
즉각 사퇴하라.
어설픈 학자의 탁상행정과 연구(?)가 제주도를 망치는 대표적인 사안이다.
제주발전연구원장과 연구원은 책임지고 사퇴하라
가이드분들도 제주발전연구원으로 몰려 가서
연구원장 퇴진을 외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