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이어진 '소중한 인연'..."이젠 마음으로 '확' 통했어요"
인터넷 신문 헤드라인제주와 제주특별자치도공무원노동조합이 제주특별자치도지체장애인협회와 함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스토리 기행, '열 사람의 한 걸음' 행사를 가졌습니다. |
22일 오전 8시30분 제주시 종합경기장 앞 광장 한켠은 '장애인들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스토리기행' 참가자들이 서로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웃음꽃이 피었다.
인터넷신문 헤드라인제주와 제주특별자치도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오재호)이 주최하고 제주특별자치도지체장애인협회(회장 부형종)가 공동주관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스토리 기행, '열 사람의 한 걸음'> 행사를 하는 날이다.
두려움 반, 설레임 반으로 지난해 공무원노조 소속의 공직자들과 장애인들이 첫 인연을 맺은 후 2년째 함께 동행에 나서게 됐다.
비장애인들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볼 수 있는 곳이지만, 지체장애인들은 이동수단의 문제, 장애인통행권 제약 등으로 어려움이 많아 함께 동행하며 서로 소통하고 개선점을 공유해보자는 것이 행사의 취지다.
출발에 앞서 가진 소통의 시간에는 '소중한 인연'을 맺은 분들의 반가운 인사가 이어졌다.
봄과 가을, 매 행사 때마다 관광버스 2대를 선뜻 무료로 제공하고, 손수 운전을 하며 자원봉사활동에 나서는 비너스고속관광의 강정필씨가 가장 먼저 박수를 받았다.
평소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활발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그는 "오늘처럼 의미있는 행사에 함께 동행하게 돼 너무 기쁘다"면서 확실한 '가이드'를 자처했다.
농협 제주특별자치도청지점 고석만 지점장도 직접 인사를 건넸다.
이날 행사의 간식을 손수 준비해 온 그는 "정말 의미있는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라는 작은 바람을 피력하며 참가한 장애인들을 격려했다.
지체장애인협회 부형종 회장도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출발직전, 김형선 제주특별자치도 행정부지사도 발걸음을 했다.
김 부지사는 "장애인들의 불편한 요소를 몸소 체험하며 개선해 나가고, 서로 소통하는 이런 행사는 매우 의미있고 뜻이 깊다고 생각한다"면서 "오늘 동행을 통해 좋은 추억을 만들고, 소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철수 헤드라인제주 대표이사는 "오늘 관광체험을 하면서 여러분들이 느끼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만족도가 곧 장애인 차별철폐 노력의 척도라고 생각한다"면서 "열 사람의 한 걸음이란 타이틀 처럼 늦더라고 천천히 걸으며 그 속에서 많은 의미들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재호 위원장은 "오늘의 동행을 통해 함께 보고, 함께 느끼는 즐거움은 물론, 서로를 이해하고, 장애인 편의시설 등을 함께 둘러 보면서, 장애인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불편함이 한걸음씩 개선되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손복남 지체장애인협회 부회장도 "장애인의 권익향상을 위해 노력해주는 헤드라인제주와 공무원노조에 감사드린다"며 "오늘 함게 기행지를 체험하면서 따듯한 정도 나누시면서 소중한 추억을 가져가는 행복한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 시작부터 실감한 휠체어 이동문제..."그러나 함께 하면"
이날 동행할 관광지는 최근 개관한 아시아 최대 아쿠아리움인 '한화 아쿠아플라넷제주'와 사설관광지인 '선녀와 나무꾼' 두곳.
두 곳 모두 주말이면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다. 장애인들을 특별히 배려한 관람이 아니라, 관람객들의 평소 동선에 따라 관광을 하면서 소통하고 불편사항을 공유해 보기로 했다.
이미 낯익은 얼굴들이어서 그런지, 버스 이동시간 중 프로그램은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제주도청에서 가장 함께 근무하고 싶어하는 공무원으로 뽑히기도 했던 강문용씨, 구수한 입담으로 분위기를 이끌어나갈 줄 아는 공무원노조 사무총장 김희정씨, 여기에 한제택씨까지 가세해 가위바위보와 넌센스 퀴즈를 진행해 버스 안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오전 10시쯤, 첫 목적지인 한화 아쿠아플라넷제주에 도착.
갑자기 공직자들이 바빠졌다. 휠체어 장애인들의 버스 출입구를 오르고 내리는 일부터 쉽지 않기 때문.
휠체어 장애인들이 혼자 나들이 하기를 두려워 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날 만큼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동행 행사 때마다 참가하면서 인연을 맺어온 '힘 넘치는' 공직자들이 번쩍번쩍 안아서 버스 승하차를 도왔다.
그 속에서 휠체어 장애인들에게는 공직자 파트너들이 생겨났다.
제주도청 공직자 중 강문용씨는 고윤옥씨와, 진영진씨는 고영희씨의 동행자가 됐다. 김철씨는 송호진씨와 형제처럼 동행하기로 했다.
버스에 오르고 내릴 때에는 '힘'으로, 이동할 때에는 서로 밀어주며 동행에 나섰다.
◇ 아쿠아플라넷 탄성...그러나 이동동선에 '헉, 헉'
아쿠아플라넷제주를 처음 방문한 참가자들이 많았기에 관람동선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탄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물범플라넷과 펭귄 플라넷, 아쿠아사파리, 리빙오션, 문섬수초, 파이브 오션스, 주상절리터널 등을 이어 세계 최대 관람창은 참가자들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동동선이 다소 복잡하고 너무 길었던 탓일까. '오션에라나'에서 펼쳐진 수중공연을 마친 후 중증장애인들의 경우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휠체어의 경우 '오션에라나'로의 이동동선이 실외 통로를 이용하도록 했다. 공연장 내 계단 중간쯤 통로 부분에서 휠체어장애인들의 관람을 배려하고자 하는 차원이었다. 휠체어에 앉고도 공연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위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외 통로 이동과정에서는 장애인들이 혼자서는 이동하기 어려운 계단턱이 존재하고 있었다. 공직자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하지 않았다면 힘들었을 상황이었다.
장애인 참가자인 변창도씨(69)는 "입구의 경사가 너무 길어 휠체어장애인 혼자서는 이동하기 어렵고, 뒤에서 밀어주는 것도 무척 힘들었다"고 말했다.
변종오 지체장애인협회 기획부장은 "사전답사를 왔을 때도 똑같은 문제가 지적됐다"면서 "전체적으로 이동동선이 길고 복합해 관람객이 붐빌 때에는 휠체어 장애인들의 경우 제대로 관람을 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공연장 바깥 이동통로를 유도하는 것은 계단턱이 존재하고 비가 올 때에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로 문제를 공유함 속에서도 웃음은 잃지 않았다. 휠체어를 함께 밀어주고, 팔을 부축해주는 동행팀이 있었기 때문이다.
◇ "어릴적 그리운 추억들, 오늘 소원풀이 했어요~"
점심식사를 한 후 이동한 두번째 목적지인 '선녀와 나무꾼'.
이곳에 내리는 순간, 어릴 적 접했던 글운 추억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인지 모두들 싱글벙글이다.
안으로 들어서자 마자 진열된 시설물 하나하나를 빼놓지 않고 보며 추억을 얘기하기에 바쁘다. "어릴적 그리운 추억들이 모두 다 여기에 있네요."
1950년대에서부터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옛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사진과 모형, 진열품 등을 꼼꼼히 살피며, 관람은 아주 천천히 이어져 나갔다.
지체장애 1급인 고윤옥씨(54)는 "선녀와 나뭇꾼은 평소에 정말 가고 싶었던 곳"이라며 "휠체어를 타고 다니다 보니 올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 소원풀이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 50살이 되다보니까 선녀와 나뭇꾼에 전시된 것을 보면서 정말 옛날로 돌아간 듯한 추억을 느낄 수 있었다"며 "오늘 동행은 정말 기분도 좋고 즐거웠다"고 말했다.
'선녀와 나무꾼'의 관람동선은 휠체어가 이동하기에 비교적 잘된 편이었으나, 옛 달동네 오르막 같은데에는 휠체어가 갈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다.
◇ "친한 친구들과 함께 한 기분...너무 아쉬워요"
일정이 모두 마무리되고 처음 출발지로 돌아가는 버스에 오른 동행팀.
버스 안에서 간략한 평가의 시간이 이어졌다.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김철씨는 "올해 두번째로 동행에 참가했는데, 오늘은 정말 봉사활동이 아닌 친한 친구들과 함께 발걸음을 한 기분"이라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라는 구분이 없이 모두 함께 즐거운 여행을 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
그는 "아쿠아플라넷제주의 경우 공간정비는 잘 됐지만 시설배치에서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면서 "장애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설물 개선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 김명자씨도 "지금까지 4번째로 동행에 참가했는데, 지난번 동행에서 친해진 언니들이 어제 잠이 안왔다고 하더라. 내가 올지 안올지 몰라서...그리고 손수건 선물까지 준비해줬는데,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제 나이 이제 60으로 정년을 앞두고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동행에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원성심 헤드라인제주 편집팀장도 마지막 정리의 인사를 건넸다.
"오늘 함께 걸으며 마음의 문을 열고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 나가는데 의미가 컸다고 생각하구요, 동행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불편했던 것들, 바로 그런 점들이 앞으로 동행팀이 서로 뜻을 모아 개선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해요."
오재호 위원장은 "이제 횟수를 더하다 보니 서로 소통하고 우의가 돈독해지며 소중한 인연으로 함께 해 나가는 점이 정말 좋았던 것 같다"면서 "오늘 함께 느낀 점들을 잘 공유하며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사이 버스는 처음 출발했던 장소인 종합경기장 광장에 도착했다.
간단히 준비한 선물을 전달하며 아쉬운 이별을 나누는 동행팀.
"내년 동행 때, 꼭 다시 만나요. 이 전화번호로 꼭 연락주세요."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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