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에 연이은 '하이킥'..."뭐, 제주해군기지 어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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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C에 연이은 '하이킥'..."뭐, 제주해군기지 어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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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WCC에 하이킥 날린 해군과 제주도, 왜 '오버' 하나
軍 "주권침해 하지마!"...제주도 환경국장, 돌발적 기자회견 '오버'

제주에서 열리고 있는 2012 제주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서 국방부와 해군에 이어, 제주특별자치도가 '하이킥'을 날렸다.

'뭣 모르는 일부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회원들아. 제주해군기지를 말하려거든 똑바로 알고 얘기하라'는 일침이다. 

주의주장을 촉구하는 일은 NGO 등 민간영역에서는 그럴 수 있다지만, 명색이 대한민국 군(軍)이, 그리고 WCC 개최도시인 지방정부가 이런 액션은 그야말로 '오버'이자 IUCN 회원들의 판단을 폄훼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 대한민국 군의 '하이킥'..."IUCN 회원님들, 주권침해 하지마!"

먼저 국방부와 해군의 입장표명.

국방부가 WCC 행사장 내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 가진 후, 해군본부는 10일 입장을 내고 "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 IUCN 일부 회원단체에 의해 제주 민군복합항 건설사업 관련 현장동의안 상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제주해군기지 사업은 2005년부터 수 년간 토론과 검증, 제주도민과 강정주민들의 과반수 이상이 찬성한 여론조사 결과, 국회와 제주도의 동의,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적법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7월 대법원의 일부 파기환송 판결이 내려진 '국방.군사시설사업 실시사업 실시계획 승인처분 무효확인 소송'의 사례를 들며 정당성도 어필했다.

"이번 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 민군복합항 건설과정에 대한 충분한 이해없이 일부 단체의 일방적 주장과 정치적 행위로 인해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방정책 사안을 거론하는 것은, 특정 국가의 주권을 침해하는 부적절한 사례가 될 수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IUCN 회원들이 총회장에서 자유스럽게 나눈 의견에 대해, 해군이 '일방적 주장', '정치적 행위'로 몰아붙이는 것도 모자라 '국가의 주권침해'라고 경고하는 것은 국제총회에서 보기드문 일로 평가되고 있다.

그것도 세계 180여국에 1만여명이 참가한 대규모 국제회의가 열리고 있는데, 참가 회원들에게 상당한 압박이 될 수 있는 표현을 쓴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참가 회원들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하기 위해서라지만, 표현의 정도는 지나침이 크다.

혹, 강정마을회나 시민사회단체가 행사장 앞에서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제기하는데 따른 맞대응이라 변명할런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역시 말이 안된다. 대한민국 군이 갖는 위상은 다르기 때문이다.

현장 동의안이 추진되더라도 IUCN 회원들의 토론을 거쳐 찬반표결로 채택될 사안인데, 성급하게 군이 이런 입장을 발표하는 것은 국제회의의 자유로운 의견개진과 소신있는 의결을 위협하는 기제가 될 수도 있다.

11일 강정마을 현장을 방문했던 IUCN 회원들 개개인들은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환경전문가들이었다. 이번 총회에 참석한 대부분의 회원들 역시 환경 하면 내로라 하는 이들이다.

군이 입장을 발표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개인적 양식과 소신에 따라 판단할 능력을 갖고 있고, 실제 이번 총회에서 IUCN은 안건 하나하나에 표결을 통해 처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군의 이번 입장발표는 경솔함이 크다.

◇ 청정환경국의 '하이킥'...무엇이 그토록 긴박하게 했나?

두번째로 '하이킥'을 날린 제주특별자치도의 12일 긴급 기자회견도 이해하기 힘들다.

총회 개최도시 지방정부인 제주특별자치도, 그것도 환경문제를 전담하는 오정숙 청정환경국장을 비롯한 부서 과장들이 WCC 행사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해군기지는 정당하다고 항변하는 모습은 정말 가관이었다.

세계 환경지도자들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한번이라도 생각을 해 보았을까. 환경보전 보다는 '개발'에 혈안이 돼 있는 것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을 것이다.

무엇이 그토록 절박하고 긴박했기에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 재검토는 있을 수가 없다"는 제하의 입장을 발표했는지 알 수가 없다.

IUCN의 권위를 믿는다면, 한번 총회에서의 결정사항을 묵묵히 지켜볼 수도 있었을 터였다.

그런데도 총회장까지 직접 가서 "환경영향평가는 절차적.법적 하자가 없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 재검토는 있을 수 없다"는 항변은 그야말로 '오버' 중의 '오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방부와 해군에 이어 개최지 지방정부도 IUCN에 회원들에 "제주해군기지 문제에 대해서는 논하지 말라"는 취지의 압박을 가한 셈이다.

발언내용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첫번째, 환경적 절차에 있어 법적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항변을 왜 했는지 알 수가 없다.

오정숙 국장은 이날 민선 4기 도정 당시인 2009년 4월20일 강정마을회에서 환경영향평가법 위반 등의 사유로 국방.군사시설사업 실시계획 승인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으나 올해 7월5일 대법원에서 국방.군사시설사업 실시계획 승인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는 점을 들었다.

오 국장은 본인 스스로도 정말 적법하다고 그렇게 맹신해 왔는가. 사실 이 판결은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파기환송'이란 소극적 판결을 통해 일방적으로 정부의 손을 들어줬지만, 1심 재판과정에서 부터 그 내용을 살펴보면 '환경적 절차'의 문제는 분명히 존재했다.

최초 실시계획을 수립할 당시 환경영향평가 등의 이행을 제대로 하지 않은채 계획이 수립됐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도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최초 실시계획에는 문제가 있으나 변경계획에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

이 점만 놓고 보면 최초 계획 입안과정에서 환경적 절차문제는 분명 존재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설령 지자체의 개발부서에서 "문제 없다" 하더라도 환경부서에서는 완벽한 환경적절차 이행의 필요성을 주문하고 강조했어야 했다.

그게 환경부서가 갖는 특수성이다. 환경부서는 개발과 관련한 부서와 다투면서도 환경적 가치를 지켜내고자 애를 써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도 청정환경국 간부란 사람들이 거두절미하고 마치 강정마을회가 '억지 주장을 했다'는 식의 입장을 피력한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두번째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의 범섬, 문섬 얘기까지 꺼내며 "적법하며, 문제없다"는 말로 '퉁' 친 것 또한 부끄러운 일이다. 
 
생물권보전지역은 제주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역과의 거리가 범섬은 1.7km, 문섬은 6.5km 떨어져 있고, 전이지역과는 600m 이상 이격돼 있어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가 밝힌 이 거리가 결코 먼 거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마치 멀리 떨어져 있어 전혀 문제가 될 것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른 부서에서 그런 입장을 밝혔더라도,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환경적 영향을 우려하며 경각심을 고취시켜야 할 제주특별자치도의 환경수장이 마치 환경을 포기한 듯한 인상이다.

2009년 실시설계 계획에 대한 환경부서의 적법성 소신이 있었다면, 왜 민선 5기 도정 출범 후 지금까지 이에대한 공식 입장 단 한번도 표명하지 못했는가.

해군과 제주특별자치도의 잇따른 '하이킥', 오버를 해도 이런 오버액션이 또 있을까. <헤드라인제주>

지난 10일 WCC 세션별 포럼에서 강동균 서귀포시 강정마을 회장이 IUCN 회원들과 제주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대화하는 모습. <헤드라인제주>
지난 10일 WCC 세션별 포럼에서 강동균 서귀포시 강정마을 회장이 IUCN 회원들과 제주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대화하는 모습. <헤드라인제주>
WCC 총회에 참석한 IUCN 회원들이 11일 제주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듣기 위해 서귀포시 강정마을 현장방문했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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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2012-09-13 07:53:53 | 210.***.***.66
도대체 자기나라 지키는 기지를 건설하는데 외국단체나 정부가 참견합니까? 그들이 우리 국민을 지켜주나요? 헤드라인제주는 도대체 정신이 있는거요? 이건 아니지

동감 2012-09-12 23:51:05 | 220.***.***.34
시원스럽게 잘 써댔다. 모 아니면 도 입장은 이렇게 분명히 해야지. 도청 WCC 끝나면 형편없는 회원들이 왔다갔다고 비판하지 않을지 걱정이군요. WCC 왜 유치했는지ㅉㅉ

도민 2012-09-12 22:38:07 | 122.***.***.143
그러니까 그거죠. 대규모 국제회의를 유치했다는 '국격'은 갖고 싶은데 그와 따라오는 사회적 변화인 '의무'는 지고 싶진 않다는거....
"그냥 우리는 국제회의를 유치했다는 이름만 가질테니 조용히 놀다 가라~"
딱 이런 느낌이네요. 정말 후져요. 사실상 군과 지방단체가 회의에 압력을 가했다고 밖에 볼수 없는 제스쳐였어요. 쩝....

해군기지가 뭐길래 2012-09-12 20:45:30 | 110.***.***.37
외국 손님들 모셔다놓고 주권침해라는 말을 하지않나 이거야 원 ㅡ
도청 공무원 나리께서는 한술 더 뜨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