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폭염도 막지 못한 대장정..."해군기지 결사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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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폭염도 막지 못한 대장정..."해군기지 결사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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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 반대 강정평화대행진 5박6일 드디어 '입성'
폭염속 4000여명 참가..."누구도 그들을 막을 순 없다"

제주를 강타했던 태풍도, 연일 내려쬐는 따가운 햇살도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를 중단시키고, 강정의 평화가 다시 찾아오길 염원하던 이들의 대장정은 가로막지 못했다.

서귀포시 강정마을회와 제주군사기지 저지 범도민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전국의 국민 1만명과 함께하는 강정평화대행진'이 5일째를 맞으면서, 이제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동, 서 두팀으로 나눠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출발했던 이들은 대행진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둔 3일 저녁 동쪽 행진대는 제주시 조천까지, 서쪽 행진대는  제주시 내도동까지 걸어왔다.

폭염속에서 4일, 태풍 내습으로 인한 폭풍우 속에서 하루, 목이 터져라 "제주해군기지 반대!"를 외치며 꼬박 5일을 쉼없이 걸어온 대장정의 길이었다. 이제 마지막 하루가 남았다.

제주시 함덕서우봉해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대열을 정비한 행진 참가자들이 다시 출발하기 앞서 구호를 외치며 힘을 북돋우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강정평화대행진을 진행하고 있는 행진참가자들. <헤드라인제주>
강정평화대행진을 진행하고 있는 행진참가자들. <헤드라인제주>
행진을 진행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다. 행진 첫날부터 지속된 폭염으로 인해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가뿐히 넘어섰고, 행진 둘째날에는 무려 10년만의 무더위가 찾아오기도 했다. 뜨거운 태양빛에 달궈져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아스팔트 위에서 걸음을 옮길 때면 땀방울이 비오듯 뚝뚝 떨어졌다.

심지어 행진 나흘째에는 제10호 태풍 '담레이'가 제주를 강타하면서 거센 바람과 함께 많은 비가 쏟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행진 참가자들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걸음 걸음마다 제주해군기지 공사 중단과 강정마을 공동체의 평화를 기원하며 꿋꿋이 발걸음을 옮겼다.

특히 이번 대행진에는 강우일 주교, 도법 스님, 최헌국 목사 등 종교계 인사를 비롯해 김두관 전 경남지사와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 등 정치계 인사등도 참여했다.

행진 닷새째인 3일에는 태풍이 물러가면서 다시 따가운 햇살이 내려쬐는 무더운 날씨를 보였다. 하지만 강한 바람이 불어오면서 더위에 지친 행진 참가자들의 땀을 식혀주기도 했다.

행진대열 가장 앞에서 큰 깃발을 들고 행진 참가자들을 이끌고 있는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은 "무더운 날씨나 비바람이 몰아치는 태풍도 우리의 발걸음을 멈출 수 없다"면서 "우리의 기원이 정부와 청와대에 닿을 때까지 끝까지 걷겠다"고 말했다.

특히 강 회장은 "지금 행진이 진행되는 동안 정말 전국 곳곳에서 많은 이들이 함께해주고 있다. 이것은 바로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민심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민심을 거스르는 국가는 절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이 점을 정부와 해군, 국방부, 제주도가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정주민들과 행진참가자들이 지나가자 함덕서우봉해변에 피서를 나왔던 제주도민과 관광객들이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강정주민들과 행진참가자들이 지나가자 함덕서우봉해변에 피서를 나왔던 제주도민과 관광객들이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발걸음을 옮기며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도민과 관광객들에게 손을 흔들어 화답하고 있는 행진 참가자들. <헤드라인제주>
발걸음을 옮기며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도민과 관광객들에게 손을 흔들어 화답하고 있는 행진 참가자들. <헤드라인제주>
발걸음을 옮기는 강정평화대행진 참가자들이 길게 이어져 있다. <헤드라인제주>
# 물집으로 걷기도 힘들 발..."발은 아파도 마음은 뿌듯하다"

강정평화대행진에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국민들이 함께하면서 닷새째를 맞이한 3일에는 누적 참가자 수가 4000여명을 돌파했다.

평소 제주해군기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가 이번 강정평화대행진의 소식을 듣고 즉시 참가를 결정했다는 정주환씨(64, 서울). 그는 발에 물집이 심하게 잡히면서 걸음을 옮기기도 어렵다보니 행진 가장 뒷열에서 천천히 걷고 있었다.

다리가 너무 아파서 행진 중간에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걷지 말고 쉬라고 만류했다는 정씨. 하지만 그는 꿋꿋하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는 행사 전날 강정에서 진행된 북콘서트에 참여한 후 행진 첫날부터 계속 걸어오고 있는 참가자로 취재진을 보더니 "마음은 앞에서 뛰어가고 있는데 이 발 때문에 발목이 잡힌다. 발은 아프지만 그래도 마음은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는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나라가 되긴 했으나 거기서 발전이 멈춰버렸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가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북한과 화해하고 평화통일의 토대를 구축해 전쟁의 위협이 없는 상황에서 군비를 확충하는 것이 아닌 나라발전에 세금을 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제주에 해군기지를 짓기 위해 수천억을 쏟아붓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로 해군기지는 반드시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족이 함께 행진에 참여한 이들도 있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제주로 내려온 강석찬씨(56, 경기도 화성)는 어제(2일)부터 행진에 동참했다.

경기도에 거주하다 보니 제주해군기지에 대해 자세한 내용까지는 몰랐지만 그동안 신문 등을 통해 꾸준히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알아왔다던 강씨는 최근 인터넷을 통해 평화대행진 개최 소식을 듣고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씨는 "해군기지가 우리나라, 제주도에 들어와서 이득이 된다면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에는 큰 독이 될 것"이라면서 "국제적 관계를 생각해 볼 때 제주해군기지는 중국과 미국의 힘겨루기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도의 경우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보물섬이 아니겠느냐. 그런데 이런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파괴하면서 거기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면서 "비록 뜨거운 날씨에 힘들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를 아름다운 상태로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강씨는 이번 행진에 어린 아이들과 함께 참가했는데 이에 대해 강씨는 "지금 아이들이 어제 태풍과 오늘 무더위로 인해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이들이 함께 걷고 있어 힘이 되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강정주민들이 정말 고생...함께 해주지 못해 미안해"

행진대열이 지나갈 때마다 이를 지켜보는 제주도민들은 박수와 함께 격려의 목소리로 강정주민들과 행사 참가자들에게 힘을 보태줬다.

함덕에 거주하는 강방자씨(70, 여)는 집 앞을 지나가는 행진 참가자들에게 응원의 박수 보냈다. 평소 친한 언니가 강정에 있어 자주 강정에 간다던 강씨는 건강관계로 강정주민들과 함께하지 못함을 미안해했다.

강씨는 "아는 언니가 있어 지난 겨울에 강정에 귤을 따러 간적이 있다. 한창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싸이렌이 울리더니 언니가 잠시 나갔다가 오더라. 왜 그런지 물어보니 해군기지 때문이었다"면서 "그때 언니가 정말 힘겨워하는 모습을 봤다. 그 언니 말고도 강정주민들이 무척 고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정주민들이 이렇게 고생을 하고 있는데 함께 해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 마음만이라도 함께 했으면 한다"면서 "빠른시일 내 제주해군기지 문제가 해결되고 강정이 다시 평화로운 마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동진과 서진으로 나눠 진행되고 있는 이번 행진의 참가자들은 이날 조천체육관과 내도 몽돌축구장에서 각각 마지막 밤을 보낸 후 토요일인 4일 제주시로 입성하게 된다.

제주시 입성의 하이라이트는 4일 오후 5시 제주도 자치경찰단 사거리(옛 제주세무서 사거리).

동진팀과 서진팀이 이곳에서 합류하게 된다.  동, 서팀이 합류하면 제주시청 대로를 따라 탑동광장까지 대규모 행진이 시작된다. 오후 6시부터는 탑동광장에서 5박6일간의 일정을 총화하는 대단위 집회를 갖는다. 

'강정! 평화를 노래하다'라는 주제로 '제13차 해군기지 백지화를 촉구하는 전국 집중행동의 날' 행사가 그것이다.

이 자리에는 행진에 참가하지 못한 시민들도 참가해 제주해군기지 공사중단 및 백지화를 촉구한다.

평소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왔던 방송인 김미화씨의 사회로 가수 안치환, 들국화, 사이 등이 공연을 갖는다. <헤드라인제주>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이 행렬의 선두에 서서 행진 참가자들을 이끌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선두차량에서 흥겨운 음악이 나오자 신나게 박수를 치며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행진 참가자들. <헤드라인제주>
장애인들도 강정을 지키기 위한 강정평화대행진을 함께했다. <헤드라인제주>
꿋꿋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강정평화대행진 참가자들. <헤드라인제주>
<김두영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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