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숫자'에 허겁지겁, 그랬더니 칭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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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숫자'에 허겁지겁, 그랬더니 칭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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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사회적기업 육성, 정말 칭찬받을만 했나
오로지 '100개' 공약만?...현장목소리 제대로 듣고 있나

'현장행정'을 중요시하는 우근민 제주지사가 공개석상에서 사회적 기업 육성업무를 담당하는 국장을 크게 칭찬했다.

서귀포시에 소재한 한 사회적 기업을 가봤더니, 몸이 불편한 분들 40여명이 '눈을 반짝이며'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감동으로 다가왔던 모양이다.

이 모습을 본 후 해당국장이 사회적기업을 육성하느라 노력한 점을 높이 평가하며 공개석상에 공영민 지식경제국장의 경우 지식경제국 소관업무인 사회적 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한 점을 칭찬했다.

한 6급 공무원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대형 크루즈선박을 타고 온 외국인관광객들을 재래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혼자 홍보물을 나눠주며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전자는 정책을 잘 수행해 칭찬을 받은 것이라면, 후자는 발로 뛰는 공무원상을 보여줬다는데 칭찬을 받을만한 사례였다.

똑같이 칭찬을 받았지만, 내용은 같은 성격의 것이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6급 공무원의 경우 정책이나 아이디어를 구상하거나 수행했다기 보다는 '몸으로' 뛰며 실질적 성과를 가져오려 애썼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을만 하다. 현장에서 직접 뛰며 뭔가 성과를 내 보려고 노력한 점은 귀감이 될만하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 육성업무를 담당한 국장을 칭찬한 이유는 딴데 있었다. 우 지사는 "제가 공약으로 사회적기업 100개 정도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취임하고 보니까 13개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50개가 넘었다"고 말했다.

처음 얼핏 들을 때에는 '눈이 반짝반짝하며' 일하는 취약계층 근로자에 대한 뿌듯함이었는 줄 알았으나 뒤에 이어진 말을 들어보면, 사회적 기업 '숫자'를 확대한 점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었다.

과연 사회적 기업 숫자가 50개가 넘은 것이 그렇게 칭친받을 만한 일이었까.

우 지사의 말처럼 현재 숫자로는 정확하게 51개에 이른다. 사회적기업 13개에 예비사회적기업 38개다.

숫자만 놓고 보면 100개 사회적기업을 육성하겠다고 약속한 우 지사의 공약은 51%의 이행률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제주도는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연내 20개의 사회적기업을 추가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이 속속 생겨나고 있는 가운데 당초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게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사회적 기업은 말 그대로 사회적 목적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을 일컫다. '사회서비스 제공형', '일자리 제공형', '혼합형', 크게 이 3가지 유형으로 나눠 지정된다.

전체적으로 볼 때, 사회적기업의 육성취지인 취약계층의 일자리 확대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할 수 있다.

현재까지 일자리 창출은 기존 400명, 신규 46명을 포함해 446명에 이른다. 기업 1곳당 평균 10명이 안되는 숫자이지만, 액면 그대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근로자 운영이라면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공익성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면서 건실한 경영을 뒷받침하고 있느냐 하는 점에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은 실정이다.

육지부의 한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사회적기업 지정 업체 중 14%만이 흑자경영을 하고 있고, 나머지는 경영악화로 오히려 현재 고용된 인원을 줄여야 할 상황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당국은 지정된 사회적 기업의 경영상황 분석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실제 사회적 기업들을 인터뷰해보면 대부분 어려움을 토로한다.

문제는 사회적 기업 육성이 지나치게 숫자에 집착한 나머지 양적팽창 위주로 나아가고 있다는데 있다. 숫자는 계속해서 늘려가고, 행정에서 해주는 일이라면 인건비를 비롯해 지원사업에 대한 예산을 집행하는 일에 맞춰져 있다.

지원사업 역시 '획일적'이다. 사회적 기업의 유형에 따라, 또 같은 유형의 사회적 기업이라 하더라도 업체마다 '고민'이 다른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적절한 지원책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홈페이지 제작이나 채용된 인원에 맞게 인건비를 지원하는 일, 또 어떤 목적사업의 계획서를 제출받아 정해진 금액을 지원하는 일, 이렇게 되어가다 보니 행정정책은 판박이화 되어가는 모습이다.

사회적 기업의 본연의 목적을 살리며, 안정적인 수익창출과 함께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억지로 100개를 만들 것이 아니라, 단 10개라도 제대로 된 사회적 기업을 만들려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사회적 기업을 어떻게 육성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우 지사가 평소 강조하는 것처럼 현장에서 답을 찾는 수 밖에 없다.

추가로 지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지정된 51개 기업들을 수시로 방문하며 현장의 애로사항 등을 청취하고, 행정에서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이 있는지를 찾아야 한다.

매달 인건비 지급 요청하려고 서류를 찾아오는 기업 관계자들을 책상에 앉아 맞는 '갑'의 모습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현장을 직접 찾아 그들의 얘기를 들어야 한다. 물론 51개 기업 중 그나마 모범적 사례로 꼽히는 몇몇 기업들에 대해서는 담당공무원들의 이따금씩 방문한다고 한다.

우 지사가 방문했던 곳 역시 아마도 그런 곳일 것이다. 그러나 지정만 해놓고 담당 공무원 방문 한번 없었던 기업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선 5기 도정의 '100개 숫자' 공약 그 자체를 달성하기 업무는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선택과 집중'의 답을 찾아야 할 때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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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개는 무신 2012-08-01 11:04:38 | 112.***.***.11
공무원들 사회적기업 제대로 가봤는지 의문.
가보지도 않고 정책을 구상하고 계획한다면 그 정책이 제대로된 정책일지가 의문입니다.

똑똑이 2012-08-01 10:02:39 | 119.***.***.132
줄줄이 옳은 논평이네요~~^^ 좋은 상품 만들면 뭐하나. 판로 지원 한다더니 말만 줄줄이.... 선택과 집중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절실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