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회 "원칙 무시하며 토론회 참여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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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회 "원칙 무시하며 토론회 참여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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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해 국무총리실이 주관한 끝장토론에 끝내 불참한 강정주민들이 "기본적인 원칙을 무시하며 토론회에 참여하는 것은 우리를 지지해주고 있는 도민과 국민들을 배신하는 것"이라면서 불참 사유를 밝혔다.

강정마을회는 끝장토론이 진행되는 10일 오전께 입장발표를 통해 토론회 불참 사유를 설명했다.

강정마을회는 "총리실에서 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했을 때 우리는 마침내 정부가 우리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움직인 것이 너무나 기뻐 앞으로 모든 일이 이제 바로잡혀나갈 것을 꿈꾸게 됐다"며 "하지만 그것은 역시 이제껏 우리가 억눌리고 짓밟혀왔던 과정과 전혀 다를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28일 토론회를 위한 협의 후 청와대는 군사시설보호법 시행령개정을 통해 더욱 강력히 해군기지를 짓겠다는 절차를 밀어붙이고 있고 대법원은 국방군사시설실시계획승인 무효확인 소송에 대하여 군에 완벽한 면죄부를 주기위해 법질서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판결로 군에 대한 민간의 감시통제기능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난했다.

또 "해군은 지난달 30일과 이달 7일, 8일 오탁방지막 훼손 보수에 대한 점검 전에 공사를 강행해 도의 행정지도를 무시하고 불법행위에 항의하던 김동원씨를 구속했으며, 토론회가 열리는 오늘도 불법적인 준설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며 "이 모두 총리실이 토론회를 하자고 제안한 후 일어난 일로 앞으로는 말로 해결하자면서 뒤로는 모든 강제수단을 모조리 동원해서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강정마을회는 "수적으로도 2대 1의 불평등한 상황에서 비공개 토론을 하자고 하면 어느 누가 과연 참여할 수 있겠느냐"면서 "어떤 이들은 정부와 조금이라도 대화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매들 들며 협박에 가까운 말로 아이를 다뤄봐야 돌아오는 것은 반항밖에 없다는 것을 부모라면 누구나 겪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자세로 사과할 것은 사과하며, 폭력을 멈추고 낮은 자세로 대화를 시작해야 일이 풀리는 법"이라며 "국민들에게 우리의 입장을 알리고 싶다고 해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무시하며 참여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를 지지해주는 도민과 국민들에게 오히려 배신하는 길이라 생각한다"며 토론회 불참 이유를 밝혔다.

이와 함께 강정마을회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잠시라도 멈춰지고 동수의 원칙과 공개의 원칙이 바로 선 대화의 장이 열린다면 언제라도 기꺼이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반대측 주민들이 불참한 가운데 2시간 45분여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해군기지의 강정마을 유치 배경과 마을총회 과정 등에 대한 찬성측 주민들의 발언 등이 이어졌으나 협의가 이뤄진 것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가운데 2차 토론회는 오는 24일 서귀포시청 제2청사에서 진행될 예정으로, 2차 토론회의 공개 여부는 총리실과 강정마을회측이 협의한 후 결정키로 했다. <헤드라인제주> 

[전문] 토론회를 불참하며 시민사회에 드리는 글


 지난 6월말경 총리실에서 끝장토론을 강정마을회에 제안해 온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2007년 해군기지 건설문제가 강정마을에 시작된 후 반대대책위를 꾸리고 대다수의 마을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강정마을회 자체가 반대위가 되었으나 경험부족과 방법을 몰라 성명서 하나 내는 것조차도 시행착오를 여러 차례 거쳐야 했습니다.

 무턱대고 땡볕아래서 이웃마을을 순례하고 찾아다니고 호소하였고 제주도 일주 순례를 돌고 또 돌았습니다. 주민의 투표결과와 의견서들을 모아 정부청사와 청와대를 열차례 넘게 찾아갔었으나 번번이 문전박대였고 지나다니는 개보다도 못한 처참한 대접을 받기가 일쑤였습니다.

 토지가 강제수용되고 공사가 시작되면서 경찰력에 의한 인권탄압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되자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그 전까지는 방문해서 힘내라고 응원해주시는 분들만 계셨다면 지금은 전국에서 그리고 해외에서 강정을 직접 지키려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계십니다.
 
 500명이 넘게 연행되고 17명이 구속되며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단일 사업으로는 가장 많은 연행자와 구속자를 만들어 낸 사업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강정주민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는 우리의 진실이 알려지고 정부도 우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줄 것이라 확신하며 버티고 있는 것입니다.

 총리실이 우리에게 토론회를 열자고 제안을 해왔을 때, 우리는 마침내 정부가 우리의 목소리를 듣기위해 움직인 것이 너무나 기뻐 앞으로 모든 일이 이제 바로 잡혀나갈 것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것은 역시 이제껏 우리가 억눌리고 짓밟혀왔던 과정과 전혀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6월 28일 토론회를 위한 협의 후 해군과 정부의 태도를 보면 그렇습니다.  6월 29일 청와대는 군사시설보호법 시행령개정을 통해 더욱 강력히 해군기지를 짓겠다는 절차를 밀어붙이고 있고 대법원은 국방군사시설실시계획승인 무효확인 소송에 대하여 군에 완벽한 면죄부를 주기위해 법질서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판결로 군에 대한 민간의 감시통제기능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하였고 해군은 6월30일과 7월 7일, 8일 오탁방지막 훼손보수에 대한 점검전에 공사를 강행하여 도의 행정지시도 무시하고 불법행위에 항의하던 김동원씨를 연행, 구속했습니다. 그리고 토론회가 열릴 예정인 오늘도 불법적인 준설공사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이 모두가 총리실이 토론회를 하자고 제안한 후에 일어난 일입니다. 앞으로는 말로 해결하자면서 뒤로는 모든 강제수단을 모조리 동원해서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를 좀 험하게 표현하자면 앞으로는 사탕 내밀면서 뒤로는 주먹질 해대는 동네 양아치나 다를 것이 무엇이란 말입니까?

 그리고는 수적으로도 2:1의 불평등한 상황에서 비공개 토론을 하자고 하면 어느 누가 과연 참여 할 수 있겠습니까?

 어떤 이들은 그래도 정부와 조금이라도 대화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을 하여야 하지 않겠냐고 하실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매를 들며 협박에 가까운 말로 아이를 다뤄봐야 돌아오는 것은 반항밖에 없다는 것을 부모라면 누구나 겪었을 것입니다. 진정한 자세로 사과 할 것은 사과하며 폭력을 멈추고 낮은 자세로 대화를 시작해야 일이 풀리는 법입니다.

 우리가 정부에 원하는 것은 바로 그러한 것입니다. 우리를 국민으로 대해 달라는 것입니다. 주권을 가진 국민으로서 당당하게 민주적 절차를 밟아달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총리실과 국방부는 국책사업과정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밝혀야 할 책무를 가지고 진정성 있게 문제해결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또한 제주도정은 도민사회의 가장 큰 갈등문제이자 가장 큰 현안인 제주해군기지문제에 방관자적 입장이 아닌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주문합니다.

 국가간에도 외교와 통상을 통해 실익을 위해 양보 할 것은 양보해가며 교류를 한다고 합니다만 국가주권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는 협상의 여지가 없는 법입니다.

 마찬가지로 강정마을이 6년째 버티는 이유 또한 어떠한 보상이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닌 국민주권이 그 문제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하기에 원칙이 바로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이번기회를 통해 국민 모두에게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알리고 지혜로운 해결방법을 같이 고민 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토론회가 열리기를 바랬습니다만 아쉽게도 총리실이 1:1 원칙과 공개원칙을 받아들여주지 않았습니다. 우리 강정마을회는 무조건적인 강행으로 인권이 유린되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잠시라도 멈춰지고 동수의 원칙과 공개의 원칙이 바로 선 대화의 장이 열린다면 언제라도 기꺼이 참여 할 것입니다.

 제주해군기지 문제가 합리적인 해결방식으로 돌파구를 찾기를 소망하시는 도민, 국민 여러분께 이번 토론회에 강정마을회가 불참 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게 된 점은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하지만 국민들에게 우리의 입장을 알리고 싶다고 하여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무시하며 참여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를 지지해 주고 계시는 도민과 국민들에게 오히려 배신을 하는 길이라 생각되어 토론회 불참이라는 결단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이 땅의 평화와 평등한 주권이 만천하에 골고루 뿌리를 내리기를 소망하며 강정마을회와 주민들은 어떠한 비바람 속에서도 꿋꿋하게 서있겠다는 약속을 드리며 글을 마치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2012. 7. 10

강정마을회, 강정주민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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