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 고공시위' 40대...왜 50m 크레인에 올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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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몸 고공시위' 40대...왜 50m 크레인에 올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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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건설공사 현장 노동자의 고공농성, 왜 그랬을까
3개월 체불된 임금...생계 압박에 목숨 건 밤샘 고공투쟁

9일 오전 5시 40분 제주시 노형동에 위치한 모 병원 신축 건설공사 현장에서 40대 노동자가 50m 높이의 크레인 위로 올라갔다.

해당 건설현장에서 노동자들의 팀장을 맡고 있는 강모 씨(46). 그는 3개월간 체불된 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보기에도 아찔한 50m 상공에서 옷을 벗고 알몸으로 농성에 나섰다.

왜 그가 50m 높이에서 목숨을 건 시위를 벌여야 했을까? 문제는 원도급 업체와 하도급 업체간의 공사대금 지급 과정에서 발생했다.

50m 높이의 타워크레인 위에서 40대 노동자가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알몸시위를 벌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강씨가 고공시위를 벌이고 있는 50m 높이의 타워크레인. <헤드라인제주>
원도급업체인 A업체는 하도급업체 B업체는 공사대금 중 자재비와 인건비 등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하도급업체에서는 원도급업체로부터 자재비만 받았을 뿐 노동자들에 대한 인건비를 지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공사현장에서 작업을 했던 노동자 50여명이 지난 4월부터 3개월간 2억3000여만원 상당의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됐다.

3개월간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자 강씨는 결국 50m 크레인 위로 올라가 임금지급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게 됐다.

# "여기 저기서 돈빌리며 인부들에게 임금지불...결국 생활 어려워"

강씨가 50m 높이의 크레인 위에서 고공시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가족들이 현장을 찾았다.

이날 공사현장을 찾은 강씨의 누나는 "왜 쟤가 저 위에 올라가서 저러고 있느냐. 만약에 저러다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누가 책임을 질꺼냐"며 격분했다.

현장에 도착한 강씨의 누나가 크레인 위의 강씨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이어 크레인 위에 있는 강씨에게 전화를 걸어 내려오라고 말했으나 강씨를 이를 거부하자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강씨의 누나는 "그동안 쟤가 임금을 받지 못하면서 생활이 많이 어려웠다"며 "저나 아니면 어머니가 돈을 빌려주거나 사채를 빌려 생활비를 충당하고, 임금을 받지 못한 다른 노동자들에게 빌려주고 했다"고 말했다.

또 "3개월간 돈을 벌어주지 못하다보니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 아이들의 아버지로써 너무나 힘들어했다"며 "도대체 왜 쟤가 모든 책임을 지고 저렇게 위험한 곳을 올라야 하는거냐"고 말했다.

강씨와 함께 일을 했다는 강모 씨(49)의 경우 강씨가 현장노동자를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만큼 힘들어했지만 지금 현장 노동자들이 임금을 받지 못한채 어렵게 생활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한층 올라가면 돈을 주겠다, 다음에 또 한층 올라가면 돈을 주겠다면서 계속 지급을 연기해왔고 결국 우리 현장노동자들의 생활이 너무나 어려워졌다"며 "현재 고등학생과 중학생 아이들이 있는데 아이들 학원을 모두 끊었고, 중학생 아들의 경우 교통비도 주지 못해 학교까지 걸어다니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병원측 임금지급 약속 "못믿겠다" 밤새 고공시위 이어가

강씨의 고공시위가 길어지면서 현장에 나와있던 경찰과 해당 병원 관계자들이 중재에 나섰다.

그러나 현장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1차적 책임을 갖고 있는 하도급 업체와 연락이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이날 오후 6시가 넘었을 무렵 병원측이 해당 노동자들에게 대한 임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미 은행의 영업시간이 종료되면서 당장 임금지급은 불가능했고 내일(10일) 은행 영업이 재개되는 순간 바로 입금시켜줄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강씨는 그동안 계속된 약속에도 불구하고 임금지급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지적하면서 고공시위를중단하지 않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실랑이가 이어졌고, 크레인 아래에서 임금지급을 요구하던 현장 노동자들은 격분한 마음에 경찰 및 공사 관계자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결국 강씨는 노동자들의 생계를 위한 임금지급을 요구하면서 밤새 50m 높이의 크레인 위에서 농성을 이어가다 35시간만인 10일 오후 4시 15분께 임금지급이 이뤄진 후 크레인에서 내려왔다. <헤드라인제주>

강씨의 고공시위가 길어지자 격분한 현장노동자들이 공사 관계자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김두영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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