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후원계좌 수사, 이미 세팅된 프레임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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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 후원계좌 수사, 이미 세팅된 프레임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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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제주해군기지 반대 후원금 수사, 왜 의구심 클까
기부금법 '양면의 잣대'...무등록계좌 '처벌', 등록신청은 '거절'

1.

헌법적으로 보장받고 있는 각종 유형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법률로써 행해져야 하고, 그로인해 권리침해의 정도는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법 상식으로 통한다.

제한하는 방법은 '법률'로써 해야하고, 그 정도는 '최소한도'라는 전제가 강조돼 있는 것이다. 지나침이 있다면 헌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 된다.

즉,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요즘 제주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해 5년여간 힘겨운 반대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회가 후원금 계좌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경찰이 느닷없이 지난 5월부터 강정마을회의 후원금 계좌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강정마을회가 반대투쟁에 뜻을 함께 하는 이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행위 자체가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이란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법률에서는 기부금 액수가 1000만원을 넘게 되면 시.도지사에게 허가를 받고 등록된 계좌를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경찰은 강정마을회가 등록계좌를 개설하지 않고 일반 통장으로 후원금을 모금한 것은 기부금품법 위반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5년에 걸친 강정마을회의 투쟁과정에서 공공연히 행해진 '후원금'의 문제를 뒤늦게 수사가 이뤄지면서 경찰수사의 '의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많다.

제주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해 국면전환을 시도해 보려는 차원의 '주민 압박용' 내지는 정치적 의도가 다분히 있어 보인다는 시각의 표출도 적지 않다.

2.

그런데 경찰 수사가 한창인 가운데 이해하지 못할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첫번째, 강정마을회의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 후원금이 과연 기부금품법의 적용을 받을 사안인가 하는 점이다.

기부금품법 수사를 받게 된 강정마을회는 뒤늦게라도 계좌등록을 합법화하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에 후원금 계좌등록을 신청했다.

하지만 제주특별자치도는 '불가' 결정을 내렸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해 기부금을 모집할 수 없고, 제주해군기지 반대운동의 경우 기부금 모금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주된 이유다.

이 '불가' 통보의 근거로 기부금품 관련규정을 들고 있다.

법을 살펴보면 이렇다. 제2조에서는 "기부금품이란 환영금품, 축하금품, 찬조금품 등 명칭이 어떠하든 반대급부 없이 취득하는 금전이나 물품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다만, 법인, 정당, 사회단체, 종친회, 친목단체 등이 정관, 규약 또는 회칙 등에 따라 소속원으로부터 가입금, 일시금, 회비 또는 그 구성원의 공동이익을 위하여 모은 금품은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하고 있다.

이어 제4조(기부금품 모집등록)의 2항에서는 불특정 다수를 통해 기부금품을 모집하려면 국제적 구제사업이나 재난, 불우이웃돕기 등 자선사업, 환경보전에 관한 사업 등에서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주도가 이번에 불가결정을 내린 것은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있는 사항의 예시에서 제주해군기지 반대운동과 같은 사항이 명시되지 않은 점을 들고 있다. 기부금품 모집대상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부금품법에 의한 기부금 모집대상이 아니라면, 제주해군기지 반대운동과 같은 캠페인 후원금 모집은 불가능한 것으로 해석해야 할까.

기부금법에 의한 기부금이 아니라면, 당연히 기탁금 내지는 일반적 캠페인 후원금으로 해석해 허용해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기부금 법률은 기부금에 관한 사항만 규정하고 있을 뿐, 기부금 외의 후원금 모금행위에 대한 제한규정을 명시하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즉, 법률로써 명확하게 제한하는 사항이 없는 한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모금된 금액이 1000만원이 넘었다고는 하나, 그동안 어려운 일에 직면해 있거나, 특정사안을 돕기 위한 일에 묵시적으로 이러한 유형의 후원금 모금은 사실 비일비재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불가' 결정으로, 그동안 강정마을회가 받은 후원금은 '기부금'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많은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제주의 세계7대자연경관 전화투표 기탁금에 대해 제주도가 '기부금'이 아니라 '기탁금'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법망을 피해가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 할 수 있다.

3.

의아스러운 것은 경찰의 수사방향이다.

경찰은 강동균 강정마을회장 등을 조사하면서 강정마을회의 경우 강정마을회의 경우 등록계좌를 만들지 않고 기부금을 모집함으로써 관련법률을 어겼다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기부금'으로 인정하지 않는 부분을 갖고, 경찰은 '기부금'으로 보고 기부금법을 위반했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기부금품법 위반 여부 뿐만 아니라 그동안 후원금으로 받은 돈을 어디에 썼는지, 집행내역까지 수사하고 있다고 한다. 경찰수사가 '의도성'을 갖고 한다는 의구심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도 바로 이 부분 때문이다.

물론 기부금품법에서 적시하고 있는 모금대상 사항, 즉 국제적 구제사업이나 재난, 불우이웃돕기 등의 경우 기부금을 낸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용도로 기부금을 집행해 달라는 취지가 명확하기 때문에 집행내역도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강정마을회의 후원금은 이러한 차원과는 다른 측면이 강하다. 강정마을의 소식을 전해듣고 주민들을 위로하거나 격려하고 싶어서 후원금을 낸 이들도 있을 것이고,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막아달라는 투쟁의 성금으로 해서 기탁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강정마을회가 제주해군기지 반대운동이란 포괄적 측면과 강정마을 주민 위로하는 성격의 돈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후원금을 낸 이들이 문제를 제기해 경찰에 조사를 요청한다면 모를까, 경찰이 먼저 집행내역을 조사하는 것은 법률적 근거가 약하다.

설령 법률위반으로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다. 후원금 모금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수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갑작스럽게 수사를 해야만 했는지, 그 이유를 명쾌히 설명해야 한다.

주민들이 기부금품법의 법리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라면, 이를 제대로 행정지도를 하지 않은 행정당국 또한 책임이 크다.

기부금품법에 의한 후원계좌 등록을 신청하면 '불가' 통보를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 법률을 근거로 해 수사를 벌인다면 강정마을회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가.

경찰은 이미 기부금품법 위반과 업무상 공금횡령이란 프레임을 설정하고 조사를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다분히 과잉적 측면이 크다.

제주의 세계7대자연경관 기탁금에 면죄부가 주어졌다면, 강정 제주해군기지 반대운동 후원금이 굳이 처벌돼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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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처럼 2012-07-13 09:49:58 | 175.***.***.83
교통법규 위반자 단속하니 왜나만하냐는 것과 다를바 없네요 ㅎ

중덕사 2012-07-08 17:53:24 | 220.***.***.52
문제 본질을 제대로 짚었다. 기부금법을 통해 모금할 수 있는 기부금이 아니라고 한다면 기탁금이나 후원금 수준이라는 결론인데 그렇다면 왜 경찰이 이 법을 적용해 수사하는지 모르겠군요.

도민 2012-07-08 14:44:28 | 119.***.***.173
대안제시하는데 강정마을회에서 공금 사용내혁을 영수처리해서 언론에 공개하는것도 하나의 의혹해소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