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 강제연행 때, 70대 마을주민은 왜 잡혀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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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자 강제연행 때, 70대 마을주민은 왜 잡혀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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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제주해군기지 충돌 성직자 연행, 경찰대응 '구설수'
"멱살 잡아봐! 체포해줄게"...차량 발로 '빵'...도대체 무슨 일?

서귀포시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앞에서 매일같이 행해지던 천주교 미사와 기독교 기도회가 연이틀 경찰과의 충돌이 빚어진 가운데, 경찰의 대응이 구설수에 올랐다.

7일 활동가 2명이 연행된데 이어, 8일에는 무려 8명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8일 체포된 이들 중에는 천주교 이영찬 신부와 김성환 신부, 그리고 오세열 목사와 부강현 목사 등 성직자 4명이 포함됐다.

연행자 중 마을주민 중에서는 70대 윤모씨가 포함됐다. 경찰은 이날 성직자 등을 체포한 사유에 대해서는 보도자료를 통해 혐의내용을 밝혔지만, 주민 윤씨에 대해서는 구두상으로만 '폭행 현행범'이라고 밝혔다가 당일 늦은 밤 석방했다.

그는 왜 잡혀갔던 것일까.

이날 상황은 크게 두번에 걸쳐 벌어졌다. 한번은 천주교 미사가 진행 중이던 낮 12시께, 그리고 다른 한번은 기독교의 평화기도가 올려지던 오후 3시께 발생했다.

레미콘차량이 공사장 앞에 도착하자 해군기지 시공사측은 신부들에게 자리를 비켜줄 것을 요구했다. 신부들이 이를 거부하자, 업체측과 경찰은 이들을 한쪽으로 밀어내는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미사는 자연적으로 강제 중단됐고, 이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했다.

잔뜩 화가 난 이영찬 신부와 김성환 신부는 레미콘 차량 위로 뛰어올라갔다. 나머지 사람들은 레미콘 차량 앞과 공사장 출입구를 막고 연좌시위를 벌였다.

이같은 대치상황이 2시간 가량 계속 이어질 무렵, 경찰이 강제연행을 시작했다. 경찰 대형버스를 레미콘 차량 옆으로 붙여 높이를 맞춘 후 이 신부와 김 신부를 우선 연행했다.

차량 앞을 막고 있던 여성활동가 최모씨 등 2명도 업무방해혐의를 적용해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오후 3시쯤, 기독교 목사들이 평화기도회를 하는 곳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레미콘 차량이 출입해야 한다는 이유로 해 기도회를 못하게 하면서 충돌이 빚어진 것이다.

격렬하게 항의하던 오세열 목사와 부강현 목사 등이 우선 연행됐고, 이 과정에서 마을주민 윤씨도 체포됐다.

경찰은 연행된 사람 중 성직자 등 3명에서는 해군기지 레미콘 차량 위에 올라가거나 밑으로 들어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경찰은 '합법촉진, 불법필벌' 원칙 하에, 국민의 인권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공감받는 법 집행이 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합법을 촉진하고, 불법을 필벌한다는 말, 그리고 '공감받는 법집행'이 되도록 하겠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종교행사를 중단시키고 항의하는 성직자를 강제연행했다는 논란과 함께, 주민 윤씨의 체포과정에 대한 내용은 합법촉진과 불법필벌, '공감받는 법 집행'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페이스북 등에는 이에대한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0000(경찰간부 지칭)은 분노해 항의하던 마을 어르신이 자신을 기분나쁘게 했다는 이유만으로 현장에서 '폭행 현행범'으로 몰아 체포했으며, 이에 말로 항의하던 제게는 '말로만 하지말고 행동으로 해봐. 체포해줄게'라는 말을 했습니다."

페이스북에 오른 마을 어르신은 이날 연행됐던 윤씨를 지칭하고 있다. 윤씨는 당시 성직자들이 연행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경찰에 항의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고위 경찰간부와 '입씨름'이 있었다고 했다.

강정마을 고권일 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장은 "이 경찰간부는 어르신(윤모씨)이 항의를 계속하자 어르신의 집안을 들먹이며 '알고봤더니 사상적으로 아주 불순하구만...'이라는 말을 서슴치 않았다"고 말했다.

또다른 목격자 A씨도 같은 말을 했다. "사상적으로 불순"이라는 말을 꺼내면서 마치 '종북좌파'로 몰아세웠다는 것이다.

옥신각신 실랑이가 벌어지던 중 경찰간부 입에서는 항의하는 주민에게 "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해봐. 체포해줄게"라며 공무집행방해를 유도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심지어 "멱살 잡아봐. 체포해줄게"라는 말까지 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간부는 윤씨를 폭행 현행범으로 체포할 것을 명령했다. 전경에 둘러싸인 상황에서 윤씨가 한 전경을 폭행했다는 것이다.

A씨에 따르면 주민들이 "정말 때렸다면 맞은 전경은 도대체 누구냐"며 항의했으나, 즉석에서 윤씨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전경은 나오지 않았으나 윤씨는 현행범 체포를 지시했다는 주장이다.

경찰간부와 주민 사이에 오간 대화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합법을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을 조장하는 것에 다름없다. 물론 말씨름 과정에서 주민들 역시 거친 표현을 썼을 수 있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경찰간부의 이 발언은 백번 생각해도 지나친 점이 있다. 공감받는 법 집행과도 거리가 먼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또다른 경찰간부는 크게 흥분해 하며 실신한 여성을 승용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후송하려는 과정에서 차량을 막고 차량 유리창을 여러차례 발로 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페이스북에는 "이성을 잃었다"고 쓰여졌고, 고권일 위원장은 "경찰간부 답지 않은 모습이었다"고 개탄했다.

이날 주민들과 강정지킴이 활동가들은 밤 10시가 넘도록 서귀포경찰서 앞에서 연행자 석방과 함께 경찰서장의 공개사과를 요구하며 항의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대응과정에서 표출됐던 '언행'이나 '차량 발차기'에 대해 어떻게 해명할까. <헤드라인제주>

강정주민들과 활동가들이 8일 늦은 밤 서귀포경찰서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헤드라인제주>
7일과 8일 강정에서 발생한 미사와 기도회 중단사태. <헤드라인제주>
7일과 8일 강정에서 발생한 미사와 기도회 중단사태. <헤드라인제주>
7일과 8일 강정에서 발생한 미사와 기도회 중단사태. <헤드라인제주>
7일과 8일 강정에서 발생한 미사와 기도회 중단사태. <헤드라인제주>
7일과 8일 강정에서 발생한 미사와 기도회 중단사태.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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