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아!~ 일곱 살 생일 진짜진짜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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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아!~ 일곱 살 생일 진짜진짜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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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미의 사는 이야기] (41) 장애인도우미견 마음이

마음이와 지내게 된 지도 어느덧 2년이 넘었다. 5월 16일은 마음이의 생일이었다. 하지만 마음이에게 좋아하는 간식거리 하나 사주지 못한 채 훌쩍 지나고 말았다.

나와 함께 3년째 동거중인 마음이는 장애인도우미견으로 훈련된 7살의 잘 생긴 사내아이이다. 동그랗고 커다란 밤색눈망울로 사람들을 쳐다보면 모두가 반하고 만다. 우리 마음이는 재주도 참 많아서 가방도 가져오고, 전기스위치도 켜고, 쓰레기통에 쓰레기도 잘 담는다. 외출할 때 현관문을 열고 닫기도 참 잘한다.

이렇게 재주 많은 마음이는 참 착하다. "마음아"하고 부르면 후다닥 달려와 힘차게 꼬리를 흔들며 앞에 엉덩이를 착, 붙이고 앉아 내가 시킬 심부름을 기다린다. 또 '달그락' 바닥에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후다닥 달려와 떨어진 뭔가를 열심히 찾아온다.

일상생활에서 내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어떻게 할까? 라는 고민이었다. 물건이 바닥에 떨어지면 누군가 주워 줄때까지 기다리거나 발로 물건을 뻥! 하고 내가 주울 수 있을 곳을 향해 몇 번이고 찬다. 그리고 그곳으로 가서 넘어지지 않을 자세로 앉은 다음에야 낑낑대며 그 물건을 겨우 줍는다. 그러다 나둥그러져 그야말로 방바닥을 허우적허우적 헤엄치기도 예사였다. 그런데 마음이와 함께 하면서 이 고민은 너무도 쉽게 풀려버렸다.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면 마음이가 바로 달려와 주워주니 말이다.

마음이와 함께 하는 동안 내게는 참 많은 변화가 생겼다. 예전엔 울어서는 절대 안 되는 것처럼 내 마음속에 자라는 오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영화를 보면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갖은 애를 썼다. 하지만 이젠 뉴스를 보다가도 눈물을 흘리게 되고 만화영화를 보면서도 눈물을 펑펑 쏟게 된다.

태어나면서부터 장애라는 짐을 지고 살아온 내게 삶이란 검은 암막커튼처럼 무겁고 어두운 것이었다. 장애를 가진 딸을 키우며 고통 속에서 삶을 살아내는 부모님을 바라보는 내 가슴도 암흑이었고, 그런 나를 바라보며 온전치 못한 딸의 삶을 귀밑머리가 하얗게 새도록 고민하시는 부모님의 가슴 역시 무거운 암흑 이였지 않을까……

하지만 마음이와 함께 하는 동안, 내 눈가엔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고 깔깔거리며 웃고 "엄마, 뭐 허멘?"하는 전화도 하게 되는 변화가 어느 순간부터 생겼다. 처음 부모님에게서 자립을 하겠다고 집을 뛰쳐나오다시피 했을 때는 어쩌다 정말 마지못한 전화나 방문으로 시간을 때우기만 하고 훌쩍 돌아와 버렸던 철없는 딸이 이제는 마음이와 함께 즐겁게 어머니에게 찾아가 "엄마, 자리 사당 물회 행 먹게?"하는 응석도 술술 쏟아진다. 가슴에 담고 있던 장애에 대한 원망이 저절로 눈 녹 듯 녹아내려 가고 있는 것이다.

마음이가 아니었다면 내 평생 부모님에 대한 원망에 오그라진 가슴 펴지 못하고 스크루지 영감처럼 매일 심술만 부리는 노파가 되어갔을 텐데……

마음아! 사랑해. 네가 가끔 아플 때마다 너무 가슴이 아파서 눈물만 흘리게 된다. 하지만, 모자란 내게 와서 너의 전부를 바쳐 내게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 우리 마음이.

앞으로도 신나고 재밌게 지내자.

마음아!~ 일곱 살 생일 진짜진짜 축하해! <헤드라인제주>

강윤미씨 그는...

   
강윤미 객원필진. <헤드라인제주>
강윤미 님은 지난해 여름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힘겹게 강의실을 오가는, 하지만 항상 밝은 얼굴을 하고 있는 강윤미 님의 모습은 아랏벌을 훈훈하게 해 준 나름의 유명인사(?)였습니다.

그 의 나이, 벌써 마흔여섯. 늦깎이로 대학에 입문해 국문학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던 그는 365일 하루하루를 매우 의미있고 소중하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어려움이 항상 직면해 있지만, 글쓰기를 좋아하는 그는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강윤미 객원필진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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