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후원계좌 조사, "이건 주민압박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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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 후원계좌 조사, "이건 주민압박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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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경찰 후원계좌 조사받은 강동균 회장 왜 잔뜩 화가 났나
"왜 갑작스럽게 이제와서야?...고의성 있나?...왜 집행내역까지?"

장기간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회의 후원계좌에 대해 경찰 수사가 본격화된 가운데, 7일 자진출석해 조사를 받은 강동균 마을회장이 잔뜩 화가 나 있다.

이날 오후 2시께 제주지방경찰청 수사2계에 출석해 오후 6시까지 조사를 받은 강 회장은 이번 경찰조사의 '의도'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번 조사가 제주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해 국면전환을 시도해 보려는 '주민 압박용' 내지는 정치적 의도가 다분히 있어 보인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경찰이 수사하는 후원계좌 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경찰은 강정마을회를 비롯해 평화활동가 등의 명의로 된 계좌에 대해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을 지지하며 강정마을회에 후원금을 보내왔는데, 그 액수가 법률에 의해 등록계좌를 개설해야 할 정도를 상회했다는 점에 혐의를 두고 있다.

법률에서는 기부금이 1000만원을 넘게 되면 시.도지사에게, 1억원을 넘게되면 행정안전부장관의 허가를 받고 등록된 계좌를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이 규정을 놓고 볼 때 강정마을회가 등록계좌를 개설하지 않고 일반 통장으로 후원금을 모금한 것은 기부금품법 위반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날 조사를 받은 후 강동균 회장은 <헤드라인제주>와의 인터뷰에서 "오늘 조사 과정에서 경찰이 후원계좌가 기부금품 모집에 관한 법률 위반인 것을 알고 있었는지, 강정마을회와 관련된 여러가지 계좌가 있는데 그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알고 있는지 등등을 물어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기에 후원으로 받은 돈을 어떻게 썼는지, 특히 후원금을 사용한 내역과 관련해 증빙할 수 있는 자료가 있는지를 물어보면서 이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등록계좌 규정 여부 뿐만 아니라, 후원금이 집행내역과 관련해서도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의 이런 수사방향은 설령 개인적으로 유용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집행 증빙자료가 정확하지 않을 경우 큰 틀에서 '횡령'이라는 혐의를 추가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강 회장은 이번 경찰 수사를 납득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크게 두가지 차원의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나는 최초에 강정마을회가 전국 각지에서 보내오는 후원금을 받을 때 이런 관련법을 숙지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라는 것을 경찰 역시 잘 알고 있으면서도, '도덕적'인 문제로 몰고 가고 있다는데 따른 것이다.

강 회장은 "시.도지사에 등록계좌를 해야 할 필요성이 인지됐다면, 사전에 대천동이나 서귀포시청에서 이에 대한 행정지도를 해줄 필요가 있었다"면서 "만약에 이런 행정지도가 있었다면 당시 계좌를 등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등록계좌를 개설하지 않은 것은 '고의성'이 없었다는 항변이다.

그는 "그런데도 경찰이나 행정당국이 지금까지 가만히 지켜보다가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이 절정에 이른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이 부분을 수사하고 나선 것은 강정마을회에 대한 도덕적인 '흠집내기' 차원, 또는 '압박용'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 문제와 더불어, 그가 납득하지 못하겠다고 항변한 또다른 이유는 경찰이 등록계좌의 문제 뿐만 아니라, 후원금 집행 내역 조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이다.

강 회장은 "법률에 저촉돼 조사를 받아야 할 필요성이 있는 부분은 '등록계좌'의 문제이나, 경찰은 후원금 집행 내역 조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이는 조사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부분에 있어, 경찰은 "모금한 후원금을 후원용도에 맞게 썼는지 여부도 기부금품법 조사대상이 된다"면서 증빙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강 회장은 "이건 주민들과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며 일단 자료제출 요구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로 이 두가지 점이 이번 경찰 조사에서 쟁점이 된 가운데, 조사를 마치고 나온 강 회장은 참았던 울분을 터뜨렸다.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너무 화가 나 폭발 일보직전까지 갔으나 꾹 참았다"고 말했다.

그는 "몇번을 생각해도 이건 정말 납득하기 힘든 의도적인 수사"라며 "그동안 해군기지 문제에 있어 공권력 투입을 통해 주민들을 압박해오다가, 하다하다 안되니까 이번에는 이런 치사한 방법으로 주민들을 압박하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이번 수사가 제주경찰이 단독적으로 한다기 보다는 '윗선의 지시'에 의해 조사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날 조사과정을 지켜본 백신옥 변호사는 "솔직히 기부금품법 관련 수사가 사회단체들의 활동을 억제하는데 이뤄진 경우가 많다"고 말한 후, "이 법에 대해 일반인들이 어떻게 잘 알 수 있었겠느냐"며 이번 강정마을회의 후원계좌 문제는 고의성이 없었음을 강조했다.

군사기지 저지 범대위의 한 관계자는 "제주해군기지 갈등이 촉발된 후 지난 5년여동안 이뤄져온 사안에 대해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조사가 진행되는 것만 보더라도 그 의도가 뭔지 뻔한 것 아니냐"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해군기지 반대단체를 억누르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계좌추적 과정에서는 지금까지 후원금을 보낸 이들의 신상이 모두 경찰에 포착될 수 밖에 없다"며 "공권력이 이번에는 후원계좌를 통해 강정마을에 지지를 보내는 전 국민적 연결고리를 차단 내지 위축시키려는'옥죄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오는 20일 강동균 회장을 다시 출석토록 해 추가 조사를 벌일 예정인데, 앞으로 이 문제를 둘러싼 논쟁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헤드라인제주>

강동균 강정마을회장.  <헤드라인제주 DB>

<김두영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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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디 2012-06-08 12:02:33 | 112.***.***.226
아래 법/기부금 계좌등록 안한게 사람죽인거랑 같냐?
넌 세상 모든 법 알고 그에 맞게 살아가냐?
넌 사는 자체가 말이 안된다 ㅉㅉ

2012-06-08 10:28:12 | 211.***.***.28
법은 지키라고 만든 건데 몰랐다고 하는 건 말이 안되죠...무슨 일이든지 몰라서 했다 해도 그것이 잘못이라면 벌은 받아야 합니다

장난치냐 2012-06-08 10:05:44 | 27.***.***.43
국민들이 회장님께 지지고 볶고 맘대로 쓰시라고 준돈이며
"투쟁기금으로 사용"을 목적으로 한다고 알고 있는데
뭔 횡령?

근데 2012-06-08 09:56:14 | 27.***.***.31
제주도 7대경관 기부금은 등록된 계좌인가? 궁금해지네요...

비주류 2012-06-07 21:51:20 | 220.***.***.131
위법성 보다도 해군기지 반대진영에 일격을 가할 속셈인게지. 해군용역에게는 암말도 안하며 멀뚱멀뚱하는 사람들이 강정마을에는 왜 이리 가혹할까.

열받아서리 2012-06-07 21:25:30 | 211.***.***.14
정말 치사하게 시리. 약점잡아 흔드나
횡령은 무슨노무 횡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