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 '모범 교사', "전 마음으로 가르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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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 '모범 교사', "전 마음으로 가르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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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뇌병변 장애 박면규 교사, '큰 상'을 받은 이유
장애딛고 '컴퓨터 실력파' 교사로...장애학생에 부단한 정보화교육

"몸이 불편해, 마음으로 가르칩니다."

그는 뇌병변 지체장애인이다. 전동휠체어에 앉아 인터뷰 내내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웃었다. 그는 만11년 째 교편을 잡고 있는 베테랑 교사다.

5일 오전 10시 제주학생문화원에서 열린 제18회 제주장애학생의 날 행사에서 모범 교사로 선정돼 아라중학교 신은경 교사(43)와 함께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표창을 받은  제주영지학교 박면규 교사(36).

박면규 교사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나왔다. 사람들의 환성이 쏟아지고 그는 활짝 웃었다.

그는 자신의 몸도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특수학교에서 컴퓨터와 관련된 정보검색과 워드프로세서 등을 지도해 정보사회에 대한 장애학생들의 접근성을 높인 점을 인정받아 이번 모범 교사 선정의 영예를 안았다.

사회 교과 학습과 연계된 교재와 시청각 자료를 제작해 장애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습 기회를 제공함은 물론 유.초.중등교원 장애 체험 연수에 강사로 참여해 장애학생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데도 힘쓴 점이 높이 평가됐다.

제주영지학교 박면규 교사가 모범교사 표창을 받고 있다.<헤드라인제주>
박 교사는 중학교까지는 충청북도 충주시 지체장애인 학교인 숭덕학교를 나왔다. 하지만 그는 당당하게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대학교에서는 특수사회교육을 전공했는데 그가 졸업할 당시에는 사회 교사를 뽑는 곳이 없었다. 제주도에서 영역에 관계없이 교사 1명을 채용한다는 공고가 나오자 그는 지원했다. 연고가 없는 제주도였지만 시험에 합격해 2001년부터 제주영지학교 교사로 발령받게 됐다.

제주영지학교에 와서 박 교사는 대학 때부터 관심이 있어 곧잘 하던 컴퓨터 실력을 발휘했다. 그는 학교 홈페이지를 만들고 서버 관리를 맡았다. 지금은 통합서버로 운영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홈페이지가 있는 학교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는 수업 자료를 컴퓨터로 만들어 쓸 만큼 컴퓨터를 잘 한다. 학교에서는 2005년부터 시작된 교무업무시스템을 전담해 맡을 정도다.

컴퓨터를 잘 하지만 그가 사무실만 지키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는 학생들을 직접 만나 가르치는 일을 좋아한다.

교사 생활 중 그는 졸업한 학생들이 취직하고 전화올 때가 가장 기쁘다고 전했다.

"특수 학교에서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 학생들을 보면 힘이 생겨요. 학교에 처음 갔을 때는 학생들이 자신없어 했어요. 어떻게 우리가 비장애인 학생들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냐면서요. 그 학생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제일 힘들었죠. 그런데 그 학생들이 졸업해서 취직했다고 연락 올 때는 엄청 기쁘죠."

제주영지학교 박면규 교사가 웃음을 짓고 있다.<헤드라인제주>
제주영지학교 박면규 교사(오른쪽)가 학생과 익살스런 대화를 나누고 있다.<헤드라인제주>
어렵게 말을 이어갔지만 그의 얼굴에는 밝은 웃음이 피었다.

지체장애 교사가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 박 교사에게는 많은 '보조장비'들이 있다. 그러나 그는 그 장비들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비록 속도는 느리지만 학생들이 잘 따라준다고 했다. 그의 느림의 교육은 효과를 보고 있다. 모의고사에서 사회영역 1등급을 받는 학생도 있다고 했다.

"장애학생 교육의 목적은 비장애학생과 조금 달라요. 학생들이 자립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박 교사는 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스스로 생활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교사였다. 그래서 그는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함께 같은 공간에서 학습하는 통합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수학교(급)의 경우는 장애 학생들이 자립할 수 있는 능력 이상으로 교사들이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박 교사는 제주지역 장애인들의 자립을 방해하는 요소로 사람들의 편견을 지적했다. 선진국의 경우는 장애인을 많이 고용해 회사의 이미지를 높이지만 제주도는 장애인들이 오히려 회사 이미지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고 했다.

유럽에서는 호텔 종업원들 중 장애인이 많은데 우리나라 호텔에서는 장애인 종업원을 거의 찾을 수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 교사의 바람은 학생들이 하루빨리 더 많이 배워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교육 현실 속에서 그가 보여주는 교사상은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김관태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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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아이콘 2012-06-06 07:51:10 | 119.***.***.95
박 교사님의 열정은 이 시대 감동의 아이콘이네요.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새삼 깨닫게 합니다.

존경 2012-06-05 22:51:51 | 61.***.***.95
진정한 이 시대의 교사입니다. 이런 분들이 계신 우리 사회는 아직 살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