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받는 '시장 직선제', 왜 제대로 설명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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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받는 '시장 직선제', 왜 제대로 설명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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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제주도 행정체제 개편 모형 설명회의 '이상한 설파'
'행정시장 직선제' 유일한 대안?...선택의 여지 없는 '선택' 강요

제주특별자치도의 새로운 행정체제 개편방향에 대한 주민설명회가 시작과 동시에 논란에 휩싸인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도 당연히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결과였다.

주민들로부터 선택을 하도록 하면서도, 선택의 여지 없이 '답'은 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지난 30일과 31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 초반 주민설명회는 불만투성이였고, 맥빠진 분위기였다.

언론보도 역시 이러한 부정적 소구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자 주최측인 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위원장까지 직접 나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설명회에서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 왜 주최측의 잘못이냐는 항변이다.

'답'을 정해놓고 설명회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불쾌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최측의 항변대로 지금의 부정적 여론은 정말 억울한 것일까.

▲행정체제 개편 설명회, 왜 하게 됐나?

하지만 하나하나 내용을 따져보면 오히려 억울해하는 항변이 의아스럽기만 하다. 설명회를 하는 목적은 행정체제 개편의 최적안을 선정하기 위한 도민의견을 듣기 위함이다.

용역과 개편위의 논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선정된 3가지 모형을 놓고 도민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설명회는 이 압축된 3가지 모형 중 "어느 안이 좋습니까?"라는 것을 묻는다기 보다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강요하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즉, 제시된 3가지 모형 중 현실적으로 수용 가능한 1가지의 모형에 대해 설파하려 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지금의 행정체제 개편논의가 이뤄지게 된 과정을 살펴보면 이렇다.

2006년 7월1일 종전의 4개 시.군 체제를 통합해 단일광역체제로 출범한 현행 제주특별자치도 체제에 대해 도민사회의 문제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기초자치단체가 폐지되면서 주민의 의사에 기초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 약화되는 등의 뭔가 불편함이 있어 지난 2010년 지방선거 과정에서 우근민 제주지사가 '기초의회 없는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이의 논의는 다시 시작됐다.

최초 출발은 분명 '기초자치단체의 부활' 문제였다. 지난해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출범한 후 관련 연구용역이 시작됐고, 용역에서는 최초 5가지 모형이 제시됐다.

기초자치단체 부활 대안을 비롯해 △기초의회 선출대안(기초의회 구성 / 시장 임명제) △행정시 준자치단체 대안(시장 직선제 / 기초의회 없음 / 읍면동 존치) △읍면동 준자치단체 대안 △현행 유지 대안 등이 그것이다.

이중 논의와 의견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해 지금의 3개 압축 모형이 선정됐다.

지금의 행정시장을 직접 선출하는 '시장직선 안', 읍면동장을 주민직선에 의해 선출해 자치권을 강화하는 '읍면동 자치강화 안', 그리고 기초자치단체를 부활시키는 '시장직선 및 기초의회 구성안'이다.

▲압축된 3가지 모형의 명칭과 내용설명, 정말 공정하게 설명됐나?

설명회에 앞서 각각의 모형의 명칭에서부터 논란은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시장직선 안과 읍면동 자치강화 안이라는 명칭 역시 분명한 의미 전달에 한계가 있음은 물론이고, 더구나 '기초자치단체 부활'이라고 쉽게 설명하면 될 것을 갖고 '시장직선 및 기초의회 구성안'이라는 모형 명칭을 사용한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설명회에서 제기됐던 결정적 논란의 요인은 이 3가지 안에 대한 장단점 설명이다.

주최측은 가장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설명하려 노력했다고 강조했으나, 자료집 내용만 보더라도 지나친 주관성 내지, 편향성이 내재돼 있다.

읍면동 자치강화 안은 제외하더라도 첫번째 모형인 '시장 직선 안'과 3번째 모형인 '시장직선 및 기초의회 구성안'의 장단점 설명은 누가 보더라도 주관성이 지나친 면이 있다.

실례로 '시장직선 및 기초의회 구성안'에 대해서는 현재의 특별자치도 지위가 훼손될 수 있고, 제주도와 기초자치단체간 정책갈등과 대립을 초래하면서 일관된 정책추진을 저해할 수 있다는 단점이 제시됐다.

정부의 지방행정 체제개편 방향과 맞지 않아 정부 및 국회로부터 지지를 얻기 어렵다는 말도 덧붙여 졌다.

한마디로 기초자치단체 부활은 법과 제도, 효율성 측면에서 어렵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행정시장 직선 안, 직접 선출 이상의 의미는 뭔가?

반면 시장직선제에 대한 설명은 지나친 '과대포장'이 된 측면이 있다.

"시장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고 기초의회는 구성하지 않되 도의회가 그 기능을 수행하게 되며, 주민생활과 밀접한 사무를 행정시에서 직접 처리토록 하여 주민편의를 강화하고 직선시장의 권한도 특별자치도 이전 수준에 가깝게 대폭 확대하자는 안입니다."

이 문구는 많은 혼란을 주고 한다. '기초의회는 구성하지 않되'라는 말에서는 혹 이 안이 기초의회 없는 기초자치단체를 말하는 것인가라는 의미로 잘못 전달될 소지가 크다.

'직선시장의 권한도 특별자치도 이전 수준에 가깝게 대폭 확대'라는 말 역시 과장된 표현에 가깝다.

이 안은 새로운 행정체제 대안이라기 보다는 현재와 같은 특별자치도와 행정시 체제 하에서 다만 행정시장을 직선으로 선출한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최측은 마치 광역행정체제에서 나타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인 것처럼 과대포장하고 있다.
 
장점에 대한 설명만 봐도 그렇다.

"1) 직선시장의 정치적.행정적 권한을 강화하고, 도에 집중된 권한을 행정시로 분산함으로써 제왕적 도지사의 문제를 개선할 수 있습니다. 2) 주민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사무를 직선시장이 처리함으로써 민원처리가 신속하고, 주민의 정책참여를 촉진할 수 있습니다. 3) 제주특별자치도 설치의 기본취지를 유지하면서 제주특별법의 개정으로 해결할 수 있어 법적.정치적 실현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번재의 장점인 법적.정치적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더라도, 다른 두가지의 장점 내용은 과연 근거가 있는 것일까.

'정치적.행정적 권한 강화' 및 '신속한 민원처리 및 주민의 정책참여 촉진'을 이룰 수 있다는 부분은 어떤 근거를 갖고 설명한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물론 선거를 통해 선출됐기 때문에 지금의 임명직 행정시장과는 달리 임기를 보장받으면서 보다 소신을 갖고 주민생활과 밀접한 사무를 잘 처리할 수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직선 시장의 분위기 내지 마음의 자세와 관련된 것이지, 법과 제도적으로 실질적인 권한분산으로 이어지게 한다든지, 주민생활 관련 민원사무를 보다 더 잘 처리할 수 있다는 근거는 약하다.

설령 직선 행정시장에게는 4급 이하의 인사권을 부여한다든지, 행정시 예산의 편성권을 부여하거나 재정권을 준다든지 하는 것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은 굳이 행정시장 직선제가 아니더라도 사무위임 조례 개정을 통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즉, 이 부분은 행정시장의 권한 문제는 직접 선출했다고 해서 달라질 문제가 아니라 '도지사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도지사가 행정시장의 권한을 강화시켜야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현행 시스템 하에서도 얼마든지 이 정도 내용의 강화는 가능하다.

반대로 행정시장을 직접 선출해서, 인사권이나 예산편성권, 재정권 등을 부여했다고 하더라도 한계는 극명하게 나타날 수 밖에 없다.

행정사무의 모든 것이 상급기관인 제주도와는 종속될 수밖에 없어, 도지사가 '독한 마음'만 먹는다면 행정시 권한을 위축시킬 수도 있고, 통제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개편위는 행정시장 직선 안이 '정치적.행정적 권한 강화' 및 '신속한 민원처리 및 주민의 정책참여 촉진' 등을 이룰 수 있는 새로운 자치모형인 것처럼 이상한 설파를 하고 있는 것이다.

행정시장 직선안의 장점이 매우 과장되게 표현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단점 설명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인 "도지사의 의지에 따라 권한이 위축되거나 통제될 수 있다"는 '허수아비 시장' 가능성을 덮어두고 있다.

또 행정시장 직선제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판단됐다면 왜 3가지 모형을 압축해 제시했는가 하는 점도 의문이다. 기초자치단체 부활은 곁다리로 끼워넣었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차라리 현실적인 방안으로 현행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든지, 행정시장을 직접 선출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고 솔직하게 말했으면 좋으련만, 선택할 여지도 없게 만들어놓고 도민들에게 선택을 해달라는 이해하지 못할 설명을 늘어놓고 있다.

바로 이러한 점이 이번 편향성 논란 내지 '짜고치는 고스톱'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웃음꼴' 설명회 우려...설명회 방식 수정 필요

결국 주최측은 지금의 논란에 대해 억울해 할 이유가 없다. 설명회에 참석했던 시민들이 왜 등을 돌리는지, 왜 불만을 토로하는지 겸허하게 받아들여 생각해 보는게 우선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번 주민설명회가 마무리되면 9월께 도의회의 동의절차를 얻어 최종 대안을 마련한 후, 제주특별법 개정 등의 절차를 밟아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더 늦기 전에 주민설명회의 방향의 포커스를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행정시장 직선제 안에 대한 찬반 설명회를 하든지, 아니면 각각의 모형에 대한 장단점 설명을 바로 정정해야 한다.

주관성 내지 편향성 소지가 있는 부분은 정확히 다듬질하면서 도민들에게 솔직하게 다가서야 한다. 지금의 설명회가 웃음꼴 나는 최악의 상황으로 가기 전에, 다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헤드라인제주>

제주도 행정체제 개편방향 설명회. <헤드라인제주>
제주도 행정체제개편 방향 설명회.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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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함정 2012-06-03 18:52:23 | 110.***.***.2
도지사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직선시장 길들이기 할수있고 주무를수 있죠
용역교수는 그런 설명 하지않을테죠
기초자치단체는 포기하고 적당히 시장직선제로 매듭지을 생각에 뻔한수작

생쇼 2012-06-03 16:52:34 | 110.***.***.2
시장직선안은 완전 사기
문제가 다 드러났군
설명회 중단하고 다시 사실대로 모형에 대해 정리해 진솔하게 다가가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