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찬 장애인주차구역..."제 차가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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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찬 장애인주차구역..."제 차가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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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인권이야기] <26> 중증장애인에게 자동차란?
장애인주차구역 흐물쩍 단속...장애인 차량, 꼭 견인해야 했나?

김원필 제주장애인문화예술센터 국장. <헤드라인제주>
사치품을 넘어 이제는 생필품이 되어버린 자동차. 빠른 경제 성장과 맞물려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도 전에 골칫거리가 되어버린 자동차. 그 중 주차문제의 심각성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이 문제는 장애인에게 특히 심각한 일이다.

어릴 적 질병으로 인해 지체장애 1급의 진단을 받은 나는 택시기사에 대한 동경이 컸다. 여행을 좋아해 택시를 몰고 다니며 사람들과 세상 이야기를 공유하며 여기 저기 구경하는 것이 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장애인들이 차를 몰고 다니는 것은 상상도 못할 때였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과 사회 수준의 향상으로 장애인들도 운전할 수 있는 시대가 왔으니 타인의 도움 없이 내 맘껏 다닐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도 기뻤다. 나를 이동시켜줄 새로운 다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차를 타고 있을 때는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에 내가 있다는 생각에 더 좋았다.

운전을 한지 벌써 22년이 지나고 있다. 많은 세월이 지나며 자동차 관련 법규들이 생겨나며 저마다 문제들을 해결해보리라 노력은 했지만 주차 문제는 빠르게 늘어나는 자동차의 수요를 감당할 수는 없었다. 주차 문제로 인해 가장 많이 피해보는 사람은 장애인이 되어 버렸다.

많은 장애인 단체들이 투쟁을 통해 얻어낸 장애인 관련 법규들, 그중에 장애인전용 주차장은 차량을 소유한 중증장애인들에게는 더 할 나위 없이 희소식이었다. 중증장애인들은 휠체어라는 보장구를 사용하기에 다른 차량의 주차면적 보다 넓은 면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장애인 편의시설 중에 유일하게 ‘전용’ 이라는 단어가 붙어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제도들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고 때로는 배신감마저 들게 한다. 가족들과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가거나 나들이를 가면 장애인주차구역에 비장애인 차량들이 주차 되어 있는 모습들을 자주 보게 된다. 마음 같아서는 시청에 당장 신고하고 싶었지만 그 사람들도 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겠지라는 생각에 그냥 지나치곤 했다.

주차 구역이 모자라는 현실에 잠깐 동안 세우는 것, 서로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괜한 오지랖이었음을 깨닫게 해주는 사건이 있었다.

평소 집 근처 장애인주차장구역에는 늘 비장애인들이 소유한 차량 차지였다. 제법 인구밀도가 높은 동네인지라 주차 구역이 모자라는 것은 당연하다고 스스로를 위안시켰었다.

하지만 휠체어를 이용하는 나는 집과 먼곳에 차를 주차하기 힘들어 집근처 인도에 주차할 수밖에 없던 것이 문제였다. 어느 날은 아침에 출근하러 나갔더니 내 차가 보이지를 않았다. 차량이 견인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장애인차량이라서 눈감아 달라는 말이 아니다. 법을 어기면 당연히 조치를 당하는게 맞다. 하지만 장애인차량 스티커도 부착이 되어 있었고 전화번호도 있어 연락을 하면 차량이동도 가능하건만 꼭 내 다리를 그렇게 매몰차게 가져가야 했던걸까? 지체장애인 차량인 경우 차량을 되찾기 위해 비장애인에 비해 훨씬 많은 시간과 번거로움이 있을거라는 생각을 해 볼 수는 없던 것일까? 견인만큼은 말았어야했다는 말이다.

차량 견인으로 황망해할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장애인주차구역에 주차하는 차들을 이해하고 넘어갔었던 그동안의 내 행동이 부질없이만 느껴졌던 것이다. 관련기관에 전화로 문의를 했지만 법규상 어쩔수 없다는 얘기만 하였다.

장애인주차구역 불법주차 차량을 견인하는 모습은 본적도 들은 적도 없다. 최근 들어 단속을 강화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뿐이다. 그러기에 이번 견인 사건이 더욱 억울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우리사회는 아직도 장애인들이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누리며 살기에는 분위기가 성숙치 못한 것 같다. 장애인 주차구역에 차를 세우지 못하고 견인까지 당해야 하는 사회는 온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헤드라인제주>

<김원필 / 제주장애인문화예술센터 국장>

장애인 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앞으로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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