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중지 명령 압박 '해제'?...돌출 발언의 의미는?
상태바
공사중지 명령 압박 '해제'?...돌출 발언의 의미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논단] 제주해군기지 공사중지 요건 불충분 발언의 민감성
제주서 질문받고, 왜 서울서 답변?...청문때 펼친 논리는 어디로?

제주해군기지 공유수면 매립공사 정지명령 처분 청문 실시에 따른 우근민 제주지사의 생각이 불쑥 표출됐다.

23일 한 방송 대담프로에 출연한 우 지사가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밝힌 것이다.

우 지사는 왜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지 않고 있느냐는 질문에, "공사중지 명령은 불법성 등의 이유가 있어야 내릴 수 있는데, 지금 형편으로는 딱히 그럴만한 이유나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사중지 명령을 내릴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은 청문이 종료된 후 한달여만에 처음 나온 말이다.

이 발언은 크게 두가지 차원에서 매우 민감하게 다가왔다.

하나는 그토록 제주사회에서 기다리던 답이 왜 불쑥 표출됐는가 하는 차원이고, 다른 하나는 공사중지 명령을 내릴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는 점이다.

▲왜 제주에선 침묵하다, 서울서 불쑥 피력됐나

전자의 경우는 공사중지 명령에 대한 입장이 왜 하필 서울 상경 자리에서 피력됐는가 하는 의아스러움으로 이어진다.

사실 이 질문은 유독 특정 방송에서 처음 물었던 것이 아니다. 지난달 12일 청문이 종료된 후 제주사회에서도 수없이 던져졌던 질문이다.

우 지사는 지금까지 이 입장에 대해 밝힐 기회가 여러차례 있었으나 단 한번도 딱 부러진 답을 한 적이 없었다.

지난달 청문주재자의 의견이 해당부서에 제출된 시점에서는 변호인단으로부터 법률적 검토의견을 들은 후 결정하겠다고 미뤘고, 법률적 검토의견 자문이 끝난 후에는 관계부처 의견을 들은 후 결정하겠다고 했었다.

또 관계부처 의견을 듣는 기간이 지난 후에는 직접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 16일 예정됐던 15만톤급 크루즈 입출항 실시간 시뮬레이션 재현 결과를 지켜본 후 결정을 내리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그러다가 시뮬레이션을 재현하는데 있어 제주도가 요청한 3가지 추가 상황조건이 국무총리실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자 전격 불참을 결정했고, 그 이후 공사중단 여부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도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의원들이 공사중단 여부를 물어도 변호인단에서 공사중단 명령에 대해 다소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는 정도의 얘기만 했지, 현재까지의 검토결과 중단명령을 내릴 수 있는 이유가 없다는 말은 꺼낸 적이 없다.

제주의 최대 현안이자 이슈인 점을 고려할 때, 수없이 질문을 던졌던 도의회나 제주언론에 먼저 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공사중지 명령 어렵다고 판단한 구체적 이유는?

두번째, 청문결과를 검토한 결과 공사중지 처분을 내리기 어렵다고 판단한 이유에 대한 설명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불법성 등의 이유가 없고, 공사중지 명령을 내릴 요건에 충족되지 못한다고 한 말의 의미는 법률적 검토결과 문제가 없다는 의미로 보인다.

그런데 지난 청문과정에서 제주도가 주장했던 내용들을 다시 살펴보면, 분명 공사중단 명령을 내릴 불가피한 사유가 제시됐었다.

청문의 쟁점은 크게 두가지였는데, 그중 하나는 해군측이 제출한 공유수면 매립 실시계획에 '15만톤급 크루즈 두척의 동시접안'이 아니라 '8만톤급과 15만톤급 크루즈 동시접안'으로 보이는 내용이 적시된 문제다.

제주도는 이 내용을 따지고 들어가며, '15만톤급 크루즈 2척이 동시계류 가능한 2개 선석 건설'에 부합되게 설계도서 등 실시계획을 변경한 후 공사를 추진해야 한다며 공사중지 명령 사유에 해당함을 강조한 바 있다.

다른 하나는 지난 3월2일 정부의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발표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크루즈선 입출항 기술검증 결과 및 조치계획'의 내용이 공유수면 실시계획의 중대한 변경을 수반하는지 여부다.

제주도는 이 부분에 있어서도 실시계획의 중대한 변경을 수반하므로 공사중지 명령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번 우 지사의 발언은 이 두가지 쟁점에 대한 언급이 없다. 공사중단 명령을 내릴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말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길이 없다.

다만, 시뮬레이션 검증을 통해 15만톤급 크루즈 선박의 입출항만 가능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지 않을 수 있다는 강한 메시지가 함께 던져졌다.

그러나 이 논리 또한 모순으로 이어질 우려를 갖게 한다. 청문은 공유수면 매립공사의 절차적 문제 때문에 실시된 것이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15만톤급 크루즈의 안전한 입출항과는 별개인 것이다.

어쨌거나 이번 발언의 분명한 팩트는 당장 공사중지 명령을 내릴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해군측에 대한 '압박'은 사실상 해제된 셈이다.

이제 남은 것은 우 지사의 분명한 설명이다. 서울 상경에서 입장을 밝힌 부분은 그렇다 치더라도, 현재까지의 법률적 검토 결과로 볼 때 공사중지 명령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수정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런 2012-05-24 08:10:49 | 175.***.***.35
정말 너무하네. 제주사람들보다는 서울 종편 대담이 그렇게 기뻤는가
맥이 확 풀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