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석만 깔고 '나 몰라라'...'세계의 날'이 뭐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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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석만 깔고 '나 몰라라'...'세계의 날'이 뭐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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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목적과 취지 상실한 '제5회 세계인의 날' 기념행사
제주도 '무관심'...무성의한 홍보에 외국인만 참석 '반쪽' 전락

진정한 의미의 '국제자유도시'는 요원한 것일까.

22일 열린 세계인의 날 기념식은 참가한 외국인들에게는 일시적 만족감을 줬을지 몰라도, 행사의 취지를 생각할 때 많은 아쉬움을 갖게 했다.

5월 20일은 대한민국 국민과 한국에 살고있는 외국인들간의 화합의 장을 만들기 위해 제정된 '세계인의 날'이다. 서로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한다는 취지의 기념행사도 어느덧 5년째를 맞이했다.

그러나, 내국인과 외국인의 화합의 장은 온데간데 없었다. 행사장을 가득 메운 인파는 죄다 외국인 뿐이었고, 이마저도 다문화가정지원센터 등의 기관에서 인원을 대동하면서 찾아 온 이들이었다.

현장에서 간혹 눈에 띈 한국인들은 분주하게 움직이는 행사 관계자들 뿐이었다. 내국인을 만나 행사에 참석한 이유에 대해서라도 짧게나마 묻고 싶었지만 헛수고일 뿐이었다.

자리한 일부 이주민들도 "(다문화가정)센터에 가면 매번 만나던 사람들만 모인 것 같아 우리끼리라는 생각이 든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좋은 마음을 안고 방문한 이주민들의 입에서 터져나온 불만이니 오죽했으랴.

행사 순서도 배려를 찾아보기란 힘들었다. 1부 순서에서는 다문화 가정을 위해 힘써온 이들에 대한 표창이 전달되고 각 계 인사들의 축사가 이어졌다. 국민의례와 내빈소개 등의 의례도 빠짐없이 챙겼다.

그러다보니 아직 한국말이 서툰 이주민들은 무슨 말이 오가는지 알지도 못한 채 멀뚱히 앞을 바라보거나 휴대폰을 만지작 거렸다.

1부 행사가 예상보다 일찍 끝나버린 탓에 2부 문화공연이 시작되기 전까지 약 한시간의 텀이 발생하기도 했다. 오랜 기다림을 참지 못한 참석자들은 잠시 현장 분위기를 살피는가 싶더니 이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문화공연은 제주 아트리움에서 정기적으로 공연되는 설문대 설화를 주제로 한 뮤지컬이었다. 제주 문화를 이해시킨다는 목적으로 마련된 프로그램이었지만, 평소에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볼 수 있는 공연은 다소 허술한 준비과정을 여실히 드러냈다.

사실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 같은 문제점은 예견된 부분이었다.

먼저 행사 참석 대상자들을 외국인들로만 국한시켰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제주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는 각 지역 다문화가정센터 등을 통해 활발한 홍보가 이뤄졌다.

반면 아직 대부분의 내국인들은 '세계인의 날'이 있다는 것 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실정임에도, 제주도는 이 같은 행사의 취지와 중요성을 알리는데는 상당히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별도의 홍보도 없었을뿐더러 평소 흔하디 흔하게 배포되던 보도자료 한장도 보이지 않았다. 어느 국 어느 과 직원들이 봉사활동을 다녀왔다는 등의 보도자료는 꼬박꼬박 배포하던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취재 과정에서 행사의 일정을 알아보기 위해 한참을 헤맸지만 제주도청 내부에서도 이 행사가 무엇인지 아는 공무원은 매우 드물었다. 심지어 '세계인의 날'의 존재 여부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상호교류와 화합의 장을 다진다는 그럴듯한 타이틀로 행사를 포장했지만, 꼭 멍석만 깔아주고 '우린 할만큼 했다'며 스스로 위안을 삼고 있는 모양새다.

'국제자유도시'라는 기치를 내건 제주특별자치도, 행사에 참가한 수백여 외국인들은 이 행사를 어떻게 바라봤을까.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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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12-05-23 14:06:50 | 203.***.***.133
저는 세계인의 날 행사를 보면서 이런 생각은 미처 못했네요.
부끄러우면서도 감탄이 납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한심한 도정 2012-05-23 13:45:40 | 110.***.***.203
이게 제주도의 한계입니다. 담당부서 도지사선거 표되는 단체행사라면 엄청 챙겼겠죠